“정신질환 범죄화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시선”
“정신질환 범죄화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시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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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조현병’ 관련 호소문 발표
성숙한 시선으로 사회적 대안 만들어 나가야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는 ‘정신질환 당사자와 어울려 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18일 이 협회는 호소문을 통해 “경북 영양의 경찰관 사망 사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폭행 사건, 응급의학과 의사 폭행사건과 같은 범죄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며 “다시금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가혹한 사회적 시선을 보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측면”이라며 “정신질환을 언제까지 범죄와 비정상의 틀에서만 바라보면서 외면하고 정죄하려고 하는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국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두면서 미국과 호주 등 공공정신보건의 선진국에서 시행됐던 병원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220여 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12만5천여 명의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재활, 취업, 재입원 방지, 가족지원 등 전문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협회는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적으로 충분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격리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서 정시장애인들을 기도원과 형제복지원과 같은 비인권 시설로 몰아내고 사회와 격리시킨 채 40여 년을 보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보건복지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시선과 정책적 우선순위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충분히 재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정신보건 지출은 44.8달러로 미국의 272.8달러, 일본의 153.7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정신보건인력도 인구 10만 명 당 영국의 318.9명에 비해 10분의 1 가까이 적은 42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입원 중심의 치료와 돌봄은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재활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협회는 “정신장애인에 의한 폭력적 사건들의 발단은 조현병과 같은 질환의 특성에도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강제적인 입원을 경험한 이후 다시 가족들과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과 같은 기관들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겨우 2.4%(12만5천 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의 21.6%가 다시 며칠 내에 재입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협회는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사회적 프레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우리 사회의 시선이 오늘 다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250여 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천5백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이 눈에 띄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성숙한 시선으로 이번 사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사회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기회로 삼자고 호소한다”며 호소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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