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당사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 될 확률 더 높아”
“조현병 당사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 될 확률 더 높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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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서울대교수, 중앙일보에 사설칼럼 기고
정신질환 범죄건수 2%…전체 범죄건수 맥락에서 이해해야
조현병 환자는 격리와 관리보다 보살핌의 대상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임상심리학회장)가 24일 중앙일보에 ‘조현병과 범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하의 사설칼럼을 기고했다.

최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해) 격리와 같은 즉각적인 처방의 경우, 현상에 대한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둔 대책이기보다는 감정적 접근으로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를 잃고 헤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사실은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정신질환과 범죄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폭력과 정신질환 간의 관계를 살펴본 대표적 연구는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진행됐다. 에릭 엘보겐 교수팀은 3만 명이 넘는 미국 인구통계 자료에서 폭력 행동을 예측하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 개인의 폭력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중증장애 여부가 아니라 약물 남용·아동 학대를 포함한 불우한 환경과 폭력에 의한 피해 등이었다.

한국의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절도·폭력 등 각종 범죄에서 정신장애인들에 의한 범죄 비율은 2%였다. 강력범죄는 0.5%로 조사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범죄 비율이 보고됐다.

그렇다면 최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 건수가 급격하게 증강한다는 언론의 통계 보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 교수는 “한국에서 정신장애 관련 강력범죄 건수가 증가한 것은 2014년으로 전년도 300여 명에서 700여 명으로 급증한다”며 “그런데 바로 같은 해 한국에서 전체 강력범죄 건수도 비슷한 비율로 급증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강력범죄에서 정신장애 관련 범죄 건수의 비율 증가는 동년 2.19%에서 2.46%로 약간 증가해 그 비율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정신장애 관련 강력 범죄 건수의 증가는 전체 강력 범죄 건수 증가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망상이나 환각 등 정신증 상태는 조현병 환자에게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심한 트라우마 피해자, 치매를 비롯한 뇌 손상 환자들에게서도 관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정신이상=조현병’이란 공식은 조현병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실제로 조현병 환자들은 중증 정신장애인들로, 폭력의 가해자이기보다는 피해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최신 미국 의학회지(JAMA)에 덴마크 경찰청의 대규모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피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기존의 편견과 반대로, 모든 정신질환자는 폭력 범죄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조현병은 격리 및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며 “선진국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중증 정신장애 케어 시스템이 이미 자리 잡았는데 한국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정신건강 전문의와 함께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접근 방법이 무조건적인 격리보다 더 효과적인 이유는 인간 행동의 다차원적인 요인들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질환의 예후와 관련된 다양한 평가도 가능해져 이에 기반을 둔 적정한 인지 및 사회 재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객관적인 사실과 과학에 기반은 둔 중증정신질환 정책들과 지역사회 케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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