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팩트 체크: 정신장애인 범죄, 그 원인과 대책은?
[칼럼] 팩트 체크: 정신장애인 범죄, 그 원인과 대책은?
  • 강상경 교수
  • 승인 2018.07.27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장애인이 일반인보다 범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실증적 고찰 필요
정신장애인은 불안, 위축정서 동반...공격적 정서의 범법행위 위험 낮아
정신질환 증상 및 사회적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위험 높이는 원인
정신장애 취업률은 장애인 취업률보다 더 낮아...사회적, 경제적 소외 가중
현행 정신건강 전달체계, 인간 기본욕구 충족 가능한지 검토 필요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 향후 과제

1995년 제정돼 20여 년 시행되어 온 정신보건법이 2016년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고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다. 이 법의 기본취지는 비자의(非自意) 입원이나 장기입원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및 회복과정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복지서비스 및 자기의사결정권을 보장함으로써 우울이나 높은 자살률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갈수록 취약해지는 일반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2016년 5월 29일로 예정된 법 개정을 앞둔 시점인 2016년 5월 17일에 우리나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부산의 각목 폭행 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등이 연속적으로 언론을 채웠고, 개정법이 시행된 2017년에는 ‘8세 초등생 유괴 및 살해사건’, 2018년에는 ‘포항 약국 흉기난동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언론을 장식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이 사건들의 용의자들이 정신 병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사회에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고, 일각에서는 정신장애인 퇴원을 용이하게 개정한 정신보건복지법의 시행에 대한 우려까지 나타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들을 일반인들보다 범법(犯法) 행위를 더 많이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실증적 고찰이 필요하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파악된 전체 범죄자들 중에서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0.3%에 불과했으며, 강력사건 범죄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2.6%에 그쳤다. 2016년 실시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할 확률인 평생유병율은 25.4%이고, 일 년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할 확률인 일년유병율은 약 12%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비정신장애 국민들의 범죄 확률과 정신장애 국민의 범죄 확률을 유병률 기준으로 추론해 본다면,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 확률은 일년유병율과 유사하게 전체 범죄의 12%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경찰통계연보의 정신장애인에 의한 전체 범죄는 그 보다 훨씬 낮은 1% 미만이고 강력범죄의 경우도 3% 미만으로 나타난다. 곧, 정신장애인 유병율보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실제 정신질환의 증상은 우울이나 불안 등의 위축정서를 자주 동반하기 때문에 공격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보다는 위축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으므로 공격적 정서와 부합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를 잠재적 위험이 오히려 비정신장애 국민들보다 낮을 수 있다.

비정신장애 국민들 사이에서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을 때 행동적 문제를 표출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정신질환의 증상 및 사회적 차별로 인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의 상승은 정신장애인의 행동적 문제를 표출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은 약 25%인 것으로, 일반국민의 취업률인 56.4%(한국노동패널, 2016)보다 훨씬 낮고, 장애인 취업률인 36.6%(장애인실태조사, 2014)보다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장애인들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증상 및 이에 따른 기능저하로 인해 직업을 통한 소득활동 기회의 제약으로 사회적 소외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해서 다시 고찰해 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확률은 높은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오히려 낮고,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의 원인은 정신질환 자체 때문이 아니라 정신장애 및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간 역동의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매슬로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 이러한 생존경향의 욕구들이 충족될 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자아실현이 가능하며, 이러한 국가적 환경 하에서는 범죄율 또한 감소한 것으로 추측된다.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기본권리가 명시된 헌법이념을 반영한 개정된 정신보건법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최소화와 자기의사결정권 존중 및 인간다운 삶에 대한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생리적, 안전, 소속과 애정 및 자존감 등의 기본 욕구들이 충족돼야 하고, 이러한 욕구충족을 위해서 개정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해 고용 및 직업재활 지원, 평생교육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지원, 지역사회 거주·치료 재활 통합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등의 복지서비스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법이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복지지원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오늘날 우리나라 정신보건 전달체계가 이러한 욕구들을 충족하기에 충분할까? 우리나라 1인당 정신보건예산은 44.81달러로 영국(277.78달러)이나 미국(272.8달러)의 6분의 1수준이고 일본(153.7달러)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정신건강 전문 인력 수는 42명으로 영국(318.9명)이나 미국(125.2)명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10만 명 당 거주서비스 정원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4.7명으로 오스트리아(54.9명), 이탈리아(33.4명), 미국이나 일본(15.2명, 45.3명)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주거욕구 충족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예로 든 몇 가지 통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정신보건체계는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므로 향후 국제적 수준을 고려한 국가차원의 투자가 요구된다.

정신장애 범죄와 관련해서 고려해야하는 또 다른 점은 관리체계다. 정신질환의 증상이나 예후 및 회복과정 특성상 위험한 정신증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등록 관리율은 2016년 기준으로 19.07%로 나타나 5명 중 4명의 정신장애인은 관리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체계 안에 있는 경우는 치료, 재활, 필요한 복지서비스 수혜대상이 되지만, 등록관리 되지 않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치료나 재활 서비스 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의식주 욕구충족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약물치료, 심리치료, 재활치료를 통해서 안정화될 수 있지만, 미등록 정신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정신질환 증상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간혹 일탈행위나 범법행위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논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나타나는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우려는 실증적 통계 수치로 판단할 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모든 정신장애인이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정신장애인이 등록관리되지 못할 때 정신질환의 증상이나 기본욕구의 결핍으로 인해 범법행위로 연결될 가능성이 약간은 있지만, 정신장애인 범법행위의 근본원인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보장을 하지 못하고, 정신질환의 증상 및 기본 욕구의 결핍에 대해 책임지지 못한 국가관리 체계의 부족함’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2017년의 국가정신보건정책 솔루션 제안에 나타난 것처럼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현재 우리나라 정신보건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법 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신건강 전달체계 및 서비스가 확충된다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것이고 나아가 정신장애인의 인권 및 인간다운 삶의 보장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의 논리와 유사하게 국민의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국가적 책임을 공유하고 전달체계 및 관리체계 개선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상경 교수님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92)

미국 미시간대학교 사회사업학 석사(MSW) (1994)

미국 아시아태평양상담치료센터 정신보건사회복지사 (1994-1997)

미국 미시간대학교 사회심리학 석사(MA) (2000)

미국 미시간대학교 사회사업학 및 사회심리학 박사(Ph.D.) (2002)

미국 노인국(National Institute on Aging) 박사후연구원 (2002-2004)

미국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 조교수 (2004-2005)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장(현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5길 10-8 (쁘띠오피스텔) 207호
  • 대표전화 : 070-7666-7220
  • 팩스 : 02-6008-085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정근
  • 법인명 : (주)마인드포스트 (사업자등록번호: 898-88-00818)
  • 제호 : 마인드포스트
  • 등록번호 : 서울 아05112
  • 등록일 : 2018-04-16
  • 발행일 : 2018-05-30
  • 발행인 : 대표이사
  • 편집인 : 김근영
  • 마인드포스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마인드포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