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법입원제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27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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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청원란, 사법입원제도 청원 글 올라와
비자의입원 ‘정신질환’, ‘자타해위험’ 모두 충족해야 가능
국공립병원 140명이 전국 8만 병상 출장 불가능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사법기구에 의한 입원 판단
의료계, “강제입원 논란 잠재우려면 사법입원 반드시 필요”
국회, “입원적합성심사위 폐지하고 사법기구가 그 역할 맡아야”
마인드포스트, “정신병원 전근대적 폭력적 시스템 먼저 개선해야"

지난 25일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정신병원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 정신보건법을 인권적으로 개정합시다’라는 제하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1년 전 정신보건법이 개정돼 우리나라도 인권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억울한 피해자가 없겠다 싶었다”며 “(그러나) 개정안을 뜯어보니 강제입원 절차 부분에서 여전히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개정안의 강제입원 절차는 서로 다른 병원 소속의 의사 2명의 동의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면서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 하는 조항이 추가된 게 사실상 전부”라고 지적했다 .

그는 “다수의 선진 국가에서는 정신병 환자가 병원에 강제입원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서유럽에서는 그게 기본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의시들의 판단에만 의존해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적폐”라고 덧붙였다.

이어 “억울한 피해자들을 최대한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구 선진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병원 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상 규정된 비자의입원(강제입원) 기준은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으며’,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심각한 경우’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강제입원 과정에서도 입원 3일 내로 입원 환자의 정보를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보고하고, 2주 내로 국공립병원 혹은 보건복지부 지정 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가 2차로 입원의 타당성을 평가하게 된다. 만약 최초 전문의와 2차 전문의의 소견이 다르면 즉시 정신장애인을 퇴원시켜야 한다.

 

의료계, 2차 진단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2차 진단제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입원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국·공립병원 정신과 의사가 140여 명에 불과해 이들이 전국에 있는 모든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심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불필요한 강제입원을 막기 위한 준사법적 독립기구를 두고 강제입원의 적합성을 평가하여 정신과 의사들이 순수한 의학적 측면에서 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상 준사법적 기구가 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을 2차 진단 전문의가 고스란히 그 위험성을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2차 진단 전문의는 의료적 소견을 내는 것일뿐 그에 따른 법적 권한을 가지지는 못한다. 정신의료계가 비자의입원에 대한 타당성을 빠른 시간 내에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가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진단평가는 일 년에 25만 건 정도 처리되고 있다. 이를 국공립의사들이 모두 판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복지부도 사정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민간의료기관 정신과 의사가 2차 진단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유예했다.

의료계는 강제입원에 대한 현재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법입원 혹은 준사법입원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국내의 사정을 고려해 법조인, 의사, 관련 전문가 등 3~5인으로 구성된 심판원 제도의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법입원, 준사법입원으로 개정돼야

사법입원 혹 준사법입원은 비자의입원시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이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법입원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복지부 역시 장기적으로 사법입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등의 절차로 환자인권에 치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진욱 법부법인 율촌 변호사는 “비자의입원시 환자의 인신구속은 범죄자 체포에 준할 정도로 강제적”이라며 “범죄자조차 헌법의 영장주의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거치는데 정신건강복지법의 입원심사 제도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입원적합성의 판단과 환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사법입원 제도의 도입은 타당하다. 환자 역시 헌법상의 권리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비자의입원 판단하는 수요를 전부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현재로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입원이 도입된다면 심사와 진단(평가) 기관은 분리돼야 하며 심사의 신속성과 자동성, 정기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환자의 대리인 등이 상급법원에 불복할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원 적합성 사법적 판정에서 심사시기 역시 중요하다. 신 교수는 “입원 후에 심사가 진행되면 사후 승인에 그칠 것”이라며 “실제 도입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들을 고려해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 조항 삭제 개정 법률안 발의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 김승희 의원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설치와 운영과 관련된 조항을 삭제하고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입소를 할 경우 입원적합성심사를 대신해 법원에 입원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강제입원에 대해 법원의 사법심사 절차를 통해야 하고 절차보조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강제입원 심사 기구를 법원이 맡을 경우 비전문가인 판사가 정신과 전문의의 요청을 쉽게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또 판사, 전문가, 가족 들이 준사법기구를 구성할 경우 입원 심사 요청에 대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은 나오고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적 기구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정신장애인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입원해 그 안에서 자유로운 삶의 주체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정신병원의 내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강제입원의 문제점은 정신병원이 가져왔던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며, 폭력과 억압이 일상화된 규율 공간이었다는 점이며 마인드포스트는 이 비민주적 치유 공간에 대한 비판을 우선 제기하고자 한다. 사법입원은 그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인드포스트 임형빈 기자는 “사법기구든 준사법기구든 정신장애인의 입원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보장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더 나은 인권 친화적 입원 계기가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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