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이지 않는 장애’도 장애인 주차 허용
영국, ‘보이지 않는 장애’도 장애인 주차 허용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8.07.31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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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장애'를 위한 '생명줄'
1970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제도의 연장선
정신장애 인권운동가들 환영

잉글랜드가 자폐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장애인 주차(일명 블루배지)를 허용키로 했다.

영국 교통부는 비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오는 2019년부터 무료주차에 대해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된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팬던트(Independent)가 7월 30일 전했다. 이보다 앞서 영국 매체 비비시(BBC)는 지난 1월 21일 블루배지의 혜택이 치매나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도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행법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해석은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를 수 있다.

잉글랜드의 블루배지 제도가 변경되면 △이동시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 △이동이 "매우 상당한 심리적 괴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보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사람 등이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정신건강 인권운동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줄’이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제도는 지난 1970년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의 연장선에 있다. 현재 잉글랜드에는 240만 명의 장애인이 블루배지를 갖고 있다. 가입하려면 10 파운드(한화 약 1만5000원)를 내면 된다. 블루배지를 가진 사람은 영국 전역의 공영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으며 최대 3시간까지 갓길(yellow lines)에 주차할 수 있다.

교통부 장관 제시 노먼(Jesse Norman)은 “블루배지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직업을 구하게 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자유와 자신감을 주는 생명선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부는 또한 블루배지 사용자들의 75%가 외출했을 때 주차의 불편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를 위해 노력해 온 영국 국립자폐협회(The National Autistic Society) 소속 정책부장 사라 램버트(Sarah Lambert)는 “수많은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생명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폐인들이 외출이나 여행을 할 때 △일반인들보다 자세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통행량이 많거나 사람들이 많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야기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등 여전히 바깥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가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수많은 자폐인들은 상대방이나 타인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폐아동을 둔 가정들이 차 앞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이미 블루배지 지급 기준을 몇몇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확대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에는 아직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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