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특성을 알게 되면 편견과 두려움 사라져
정신장애 특성을 알게 되면 편견과 두려움 사라져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8.0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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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를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
모호한 정체성, 간접적 경험이 편견 더 불러
알게 되면 보이게 되고, 보이면 이해할 수 있어
예민한 감수성으로 예술가 능력 일반인의 3배

세상에는 두려운, 혹은 우리가 두렵다고 믿는 것들이 많다.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 종교적으로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빙의', '접신', '귀신' 등이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공포영화의 인기판도는 우리가 사회에서 접해보지 않은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만들어 관객에게 충격주기가 주류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뉴스와 매체를 통해 생산되는 정신질환자는 범죄자 그룹으로 분리되곤 한다. 최근 한 달 동안 세상을 들쑤신 뉴스 소재는 정신질환자의 난동, 폭력, 살인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그런 정신질환자들을 두려워하게 된다. 정신질환자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격리 수용해야 할 골치 아픈 존재들이 된다. 그런 조현병 당사자들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이들은 조현병 당사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정신과 전문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뿐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들의 눈에는 조현병 환자들은 소심하고 선하며 협력적이다. 또 공중질서를 잘 지키고 배려심도 있다. 누가 가슴 아파하면 제일 먼저 다가와 위로해주며 힘들 땐 격려해준다. 조현병 당사들은 언변력(言辯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문제와 관련해서는 달변가로 변신한다. 주위의 권고와 격려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조건의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을 처음엔 낯설어하고 무서워한다. 그러나 자주 접하고 만나게 되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생긴다. 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편견이란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잘못된 정보로 갖게 되는 태도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은 대표적인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었다. 중세유럽에서 정신장애인은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기도 하고 근대에 와서는 대규모 수용시설에 집단적으로 가둬졌다.

오늘날에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퍼져있다. 이 편견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장애인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 그 자체는 폭력 전과나 약물중독 등 폭력에 대한 다른 위험요인과 비교해 봤을 때 그다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약물중독과 결합될 때만 폭력이 발생한다고 한다. 오히려 조현병과 같은 주요 정신질환의 경우는 일반 범죄나 폭력범죄와 반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폭력의 위험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비정신장애인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해 예술계에 특화된 사람들이 많다.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음악, 미술 치료를 하면 그 응용력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낮병원에서나 지역센터에서는 미술치료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순응도가 높은 당사자들을 작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미술을 흔히 ‘아르브뤼’라고 한다. 정신장애인의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그리는 것에 대한 통칭이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을 보면 이 년도에 전체 범죄자수는 약 200만 명인 반면 정신장애인의 범죄 건수는 8천300건이었다. 전체 범죄율의 0.4%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의 1년 유병률이 11.9%임을 고려할 때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보다 턱없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현병자들은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고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들은 준법정신도 뛰어나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이 여려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쳤을 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다 차분히 심리상태를 조절해 공손히 사과하는 것을 종종 보아온 기자로서는 조현병 당사자처럼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이들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병원이나 센터에 가면 자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의 첫 인상은 선입견 때문인지 난해하다. 중얼중얼 대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혼자서 웃다 울다 하는 사람들도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 중심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누가 먼저 와서 중언부언하는 당사자의 어깨를 잡아주면 금방 피어나는 제비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그들 중에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주역공부에 통달한 사람도 있다. 사주풀이에 특화된 사람들도 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체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사람들 사는 것 둥글게 살아야죠. 모나게 살면 되겠습니까? 이리저리 채여도 상처가 나면 세월이 가면 저절로 낫는 것이고 인연을 만나 상처가 곧 나을 수도 있는 것이죠. 인생은 공부죠. 사주풀이 하듯 하나하나 풀어가면 꼬이는 인생 펴지게 돼 있죠.”

조현병 당사자 김용(45) 씨는 자신의 인생관을 이같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조현병 당사자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겪고 같이 생활하고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그들처럼 젠틀한 사람들이 없다고 얘기한다. 너무 길고 강한 편견과 오해가 조현병 당사자들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쯤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처럼 따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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