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정신장애인 당사자 조직 만들어 국가에 권리 요구해야”
“전국적 정신장애인 당사자 조직 만들어 국가에 권리 요구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0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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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당사자보다 의사 발언권 더 강해
일본 매스컴 역시 정신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
한국의 정신보건 시스템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는 구조
서비스, 권리 찾으러 가도 명확한 관공서 부서 없어
인형 눈알 붙이고 본드 바르는 게 직업훈련 아냐
다양한 직업군에 들어가야 양질의 직업시스템 돼
스스로 선택해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야
정신장애인, 대상에서 주체로 재활에서 자립으로 가야
우리 운명은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가 만들어 가는 것
정신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전국 조직 건설해야

정신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적극적 조치 행동방안 토론회가 9일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일본 사례를 발표한 사키하라 유카(여·36) 씨는 정신장애 제도 정책과 자립생활 실천을 발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정신병원이 가장 많은 곳이다. 전 세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일본 병상에 누워있다고 할 정도다. 전체 입원환자 수는 30만 명이다. 10~30년 이상 입원한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퇴원 시기는 사망했을 때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후생성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탈원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만성·중증환자에 대해서는 퇴원 지원에서 배제하고 있다.

일본의 활동보조 파견 서비스 대상은 장애인종합지원법에 근거해 신체, 지적, 정신 세 파트의 종합형태로 이뤄져 있다. 또 정신장애인복지법이 있는데 이 법은 강제입원을 인정하고 있다.

2016년 일본에서는 한 사람이 장애인 19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정신과 입원치료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언론은 공포심을 고양시켰고 사회적으로도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낙인을 찍었다. 경찰도 이 사건 이후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을 만들려고 했으나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에 의해 저지됐다고 한다.

유카 씨는 또 “병원에 이삼 년 있다가 퇴원하더라도 병원이 운영하는 그룹홈이나 시설으로 들어가게 돼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국가 정책 검토회에서도 당사자보다 의사의 발언권이 더 강하다”고 전했다.

일본은 장애인고용복지법이 개정돼 정신장애인도 장애 범주에 들어가게 됐지만 법 규정에 따라 취업을 하려고 해도 회사 측이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카 씨는 “일본에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신장애인의 숫자는 많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한다. 이는 정신장애인을 나쁘게 표현하는 매스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日, 병원 운영 그룹홈에서 나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는 구조

그는 최근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이 거둔 성과도 설명했다.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보건복지법 개악을 막기 위해 당사자 운동단체들은 국회와 후생성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국회의원을 찾아가 설명했다. 국가는 이후 이 논의를 유야무야했다.

다케지와 마사미쯔(45) 씨는 일본 정신장애인을 둘러싼 현황과 과제로 발제를 했다. 마사미쯔 씨는 현재 일본 정신장애인피어서포터센터 부대표로 일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수첩이 제공된다. 정신장애 등급은 1~3급까지 있다. 2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며 갱신이나 신규 신청 시 의사 진단서가 필요하다. 장애등급 판정은 지방자치단체가 한다.

장애수첩이 있을 경우 버스나 극장 이용 시 반액 서비스를 받는다. 차별적 부분도 있다. 신체장애 수첩을 가진 이들은 철도 사용 시 할인이 되지만 정신장애 수첩 소지자는 일부 철도만 할인을 받는다.

마사미쯔 씨는 수급자 신청 제도도 소개했다. 장애인복지법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수급자 증명서가 필요하다. 수급자 증명서는 개인이 해당 시청에 신청해야 하며 장애인복지과 직원이 집을 직접 방문한다. 이후 개인은 자신이 받고 싶은 서비스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수급자 증명서를 받아도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없다. 국가 서비스가 개인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개인이 찾아가 해당 기관과 계약을 해야 한다. 서비스 내용은 활동보조인 파견 서비스, 그룹홈 취업 지원 등이 있다.

마사미쯔 씨는 일본의 장애인 종합지원서비스가 편리한 부분도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65세 이상이 되면 개호 고령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장애인도 65세 이상이 되면 고령자 서비스로 옮겨지는데 여태까지의 서비스와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받아 욕구에 맞지 않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장애인종합복지법에는 모든 장애 유형이 평등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지원 시간이 가장 짧다. 또 제도 밖에 있는 정신장애인들도 있다.

마사미쯔 씨는 현재 가사지원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주 2회, 한 번에 2시간의 서비스다.

그가 일하고 있는 정신장애인피어스포터는 현재 직원 2명의 영세 구조의 정신장애인 운동 기관이다. 2001년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동료상담, 자립생활 프로그램, 서포트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제가 살고 있는 시는 세계에서 정신병원이 가장 많은 곳이어서 병원 방문 활동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폐쇄병동을 방문해서 지역에서는 이렇게 생활한다고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日, 장애인수첩 서비스에서도 신체장애와 차별

이상은 정신장애인공동체 활동가는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와 정신장애인 권리보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상은 활동가는 “장애인복지법 2조 정의에는 정신장애인이 장애인 범주에 포함되지만 이 법 15조의 배제 때문에 정신장애인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소나 관련 기관에 가도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배제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정신보건 시스템은 정신장애인을 돈으로 보고 정신병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이상은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가 부재하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게 병원에 맞춰진 시스템. 자녀를 가질 권리의 박탈. 당사자 부부도 있었고 당사자끼리 연애하기도 하지만 가족과 기관과 병원의 감시와 제재로 인해 이혼하거나 서로 헤어지는 몇몇 사례도 있다.”

그는 “당사자들은 병원에서 나와서 기관으로 들어갔다가 재활시설에 있다가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 안에 있다”며 “또 능력이 있지만 정신장애인이 갈 수 있는 데는 직업훈련소, 학원 건물 청소 등의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를 교환하기도 한다. A병원에서 입원 기간이 채워지면 B병원으로 보내고 기간이 차면 다시 A병원으로 환자는 돌아와야 한다. 그는 이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주어진 권리의 확보를 위해 관공서를 찾아도 명확한 부서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료복지정책과에 가서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면 장애인복지과로 가라고 하고 거기 가면 장애인권익지원과에 가라고 한다. 장애인권익지원과에 가면 보건소로 가 보라고 한다.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없는 셈이다.

그는 “관악구청 장애인복지과에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라서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이후 보건소하고 협상할 수 있게 테이블을 마련해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힘이 있는 이들이 법을 미로처럼 꼬아놓고 자신들만의 탈출구를 만들어 소수의 강자만 보호받는 게 우리의 법 현실”이라며 “법은 다수의 약자가 보호받아야 하고 이를 지켜야 하는 게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당사자들이 호소할 수 있는 창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침해에 대해 강제적 권한이 없어 하소연을 들어만 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는 이를 두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나라에서 버려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필요한 권리는 당사자 중심 서비스의 극대화, 동료상담 지원, 병원비로 들어가는 예산을 사회에서의 나은 삶을 살도록 지원할 수 있게 편성해 주길 바란다. 우리가 갈 수 있는 직업이 직업훈련소 가서 인형 눈알 붙이고 본드 바르고 건물에서 청소사고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게 전부다. 너무도 국지적이다.”

 

정신장애인은 나라에서 버려진 사람들

이 활동가는 장애인복지법 15조가 폐지될 경우 이 법과 정신건강복지법과의 적용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신체장애 중심으로 구성됐는데 정신장애가 이에 들어올 경우 장애 유형의 편성과 법조항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신보건 서비스는 다양한 패러다임과 형태로 변화되어 왔는데 전통 의학적 모델에서 탈시설화를 지향하는 정신사회재활모델로 거쳐 현재는 회복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설화를 지향하면서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와 당사자의 개별 의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지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최종 지점은 무엇인가? 정신적 장애인이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 입소생활시설에서 나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주거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은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들 모두가 바라는 최종 목표일 것이다.”

유 소장은 “정신적 장애 당사자의 주체적 삶을 위해서는 회복 모델을 넘어서 자립생활형 넘어가야 하는 것이 최종의 목표”라며 “정신장애인을 대상에서 주체로, 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통합으로, 재활에서 자립으로 기본 이념과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활에서 자립으로 가는 요건 중 하나가 안정적 주거 확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주거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를 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 재입원을 하거나 노숙인이 되기도 한다. 재입원은 병상수의 증가를 초래하고 다시 지역사회 속에 자립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주거요건 중 입소생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무연고자를 제외하고는 입소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퇴소 후에 갈 곳이 없어서 다시 병원에 입원하거나 다른 공동생활가정으로 옮기는 횡(橫) 시설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은 준비도 없이 지역사회로 나가게 되기도 한다."

유 소장은 “정신적 장애인이 정부의 정책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협의체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도가 아닌 반영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단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립생활 초기 적응을 돕기 위해 기존 복지자원과 연계를 통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사자 동료상담가의 역할이 기존의 정신재활시설 안에서만 진행되는 내용을 넘어 직업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상에서 주체로, 재활에서 자립으로

이상호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신장애 전체 예산이 2조3천억 원인데 이 예산이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지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학대와 방임, 차별과 장벽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책과 이슈도 중요하지만 이걸 주도해 나갈 요구 집단, 당사자 조직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러나 간판만 있고 실체가 없거나 대리인들이 장악한 조직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전국 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이 비극과 맞닿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현실을 바꾸는 데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 제정 투쟁이 신체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또 2000년 들어서는 자립생활을 위한 투쟁이 진행됐다. 지하철 선로를 점거했고 이를 통해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생겼다. 이전 시대에는 장애인이 버스를 못 탔지만 이 역시 장애인들의 투쟁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 소장은 “단 한 번도 장애인들이 전투적인 투쟁을 통해 따내지 않는 것은 없다”며 “당사자가 움직여야 세상은 변한다는 게 절대 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버스를 탈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하루종일 걸어다녀야 하고 굶어야 되고 정신의학이 공포스럽고 싫어서 노숙인 생활을 해야 되고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매년 2조3천억 원을 병원에 쓰고 있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막고 있는 적은 가족, 제약회사, 또 제약회사의 의료 자본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국가가 아니겠는가.”

그는 “우리 운명은 대리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확대돼야 한다”며 “강력한 장애인 조직이 있을 때 거기에 이슈와 정책이 얹혀져야 하고 그것은 현실로서 작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공동주관했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사단법인 장애와사회가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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