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17.6% 자살 생각...전문가 상담 17%에 불과
국내 청소년 17.6% 자살 생각...전문가 상담 17%에 불과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8.20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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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4대권역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
청소년 정신질환 ‘적대적 반항장애’ 가장 높아
우울·불안 심할수록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

국내 청소년들의 정신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가족이나 학교 선생님, 친구들에게 적대적인 행동이나 반항적인 태도를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보이는 ‘적대적 반항장애’ 문제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나이에 외상(트라우마)을 겪거나 어머니가 임신 중에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았다면 소아청소년 시기에 반항심, 특정공포증, 주의력결핍증, 틱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살이나 자해 위험도 높았지만 대상자의 83%가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팀은 일산백병원(박은진 교수), 대구가톨릭대병원(최대영, 김준원 교수), 제주대병원(곽영숙, 강나리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과 함께 2016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서울, 고양, 대구, 제주 4개 권역의 소아청소년 4천57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실태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단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5.7%)가 가장 많았으며 특정공포증(5.3%),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3.1%), 틱장애(2.6%), 분리불안장애(2.3%)가 뒤를 이었다.

고위험군 유병률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11%), 적대적 반항장애(10%), 분리불안장애(5%), 사회공포증(5%), 틱장애(5%)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선 남성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틱장애가 많았고 여성에서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의 비율이 높았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살 관련 설문에서는 대상자의 17.6%가 자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으며 3.7%는 자살 의도를 가졌고 5.8%는 의도는 없지만 자해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과 자해에 대한 위험성은 우울과 불안이 심할수록 높았으며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되는 외현화 증상과도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소아청소년들은 다양한 정신질환 문제를 겪고 있지만 대상자의 17%만이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소아청소년정신과를 통한 약물치료 경험도 6%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적대적 반항장애 등 공격성과 충동성 관련 문제에 대한 조기검진 및 개입 강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틱장애 등 신경발달 문제에 대한 조기진단-치료프로그램 강화 ▲청소년 자살 사고 및 행동에 대한 정신과적 접근과 복지·교육서비스 강화 ▲소아기 외상 및 부모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한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예방 등의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성인기의 다양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소아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예방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내는 관련 통계 자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김붕년 교수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에 대한 대응책과 보건의료 및 교육복지 서비스 투입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최소 3년에 한 번씩은 체계적이고 전국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4개 권역의 종합적 역학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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