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망언(妄言), “조현병 환자 위험하니 경찰이 관리해야”
박용진 의원 망언(妄言), “조현병 환자 위험하니 경찰이 관리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8.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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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발언…‘차별과 배제’ 반발
민언련 박 의원 발언 관련 비판 기사 내보내
마인드포스트도 동참, 박 의원에 혐오발언 사과 요구

조현병 당사자는 위험한 인물이니 경찰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지난 22일 내보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지난 17일 만취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벽돌로 가격한 사건을 지적했다. 당시 이 사건의 피의자 남성은 피해 여고생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닮아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 조현병 문제가 있잖아요. 조현병 환자에 의한 이런 느닷없는 폭행, 이런 사건들이 있거든요”라며 “그런데 확인해 보고 깜짝 놀랐던 게 조현병 환자를 어디서 관리하는지 아세요? 보건소에서만 한답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 조현병 환자들이 물론 병적인 병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보건소에서 이분들 관리해야 되겠습니다만, 이 분들에 대한 안전조치, 이분들에 의한 위험한 일들에 대한 안전조치, 두 경우를 다 어쨌든 경찰하고 같이 협력 체제를 구축해서 같이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법이 있다고 한다면 혹은 관련 기관들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행정적 조치를 좀 해 줘야 우리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조현병 환자들은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병이니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어 “모든 조현병 환자를 ‘경찰의 치안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자는 발상 자체가 이미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정확한 근거를 갖지 않은 채 조현병 환자를 덮어놓고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조현병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박 의원 발언이 있은 후 채널A 진행팀의 태도 또한 문제 삼았다. 진행자 김진 씨는 “불과 지난 6월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 그때도 법정에서 그렇게 피의자가 호소를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벽돌로 지나가던 행인을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그때 영상도 저희가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는커녕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미리 준비한 ‘조현병 환자의 범죄 영상’을 보여줬다”며 “(이는) ‘조현병을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박용진 의원의 주장에 더 힘을 실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영상을 본 후 “사실은 제가요, 지난 지방선거를 하는데 저희 지역구에서 저런 비슷한 일을 제가 당했어요”라고 말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c)민언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영상 갈무리

김진 씨가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고요?”라고 묻자 박 의원은 “거기까지는 안 갔는데 천만다행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저를 향해서 욕설을 내뱉으며 다가오더니 ‘너 왜 우리 엄마 욕하고 다니냐’ 느닷없이 얘기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이 분이 저보다 덩치도 크고요. 옆에 누가 있어서 저하고 거리를 두게 하고 이런 조치를 취하니까 다행이지 만일에 이 양반이 벽돌이든 뭐든 흉기를 들고 있었거나 하면 눈빛에서 나타나는 적의가 보통이 아니더라고.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빨리 헤어지는 쪽으로 일을 정리를 해서 피했거든요. 자리를 피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조현병 환자겠구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 있는 분들도 다 위험한 거예요. 그러니까 얼굴이 알려진 사람에게 자기가 어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그 스토리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성향이 변할 수도 있는 거라서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관련법을 바꿔서라도 보건소뿐만이 아니라 경찰 등의 안전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으면 느닷없는 등굣길에 아니면 하굣길에 집에 가는 길에 이런 시민들의 안전이 내팽개쳐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굳이 증명할 수도 없는 개인적 경험을 특정 사건에 비유할 그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었다”며 “심지어 박용진 의원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인물을 별다른 근거도 없이 ‘조현병 환자’로 단정했다”고 비판했다.

또 “‘눈빛의 적의가 보통이 아닌 사람=조현병 환자’라는 일차원적인 추정과 함께”라며 “이는 조현병 환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동시에 그 공포를 시청자들에게 전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저희가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은 아니고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강력범죄 관리의 중요성과 이 부실함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라고 수습했다.

민언련은 “이는 늘 스스로의 막말과 왜곡을 무마하려 했던 종편의 습관일 뿐”이라며 “채널A가 조현병을 범죄와 강력하게 연결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인드포스트>는 박용진 의원과 진행자 김진 씨의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연계된 문제다. 이들은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청결과 안전을 위해 공동체 바깥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로 들어가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논리와 맞닿은 혐오 발언을 내보냈다.

2017년 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전체 범죄율은 200만여 건이었다. 이중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건수는 8300건이었다. 전체 범죄의 0.4%다. 박 의원이 정신장애인을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은 정신장애인이 여전히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전근대적이고 훈육적인 사유임을 드러낸 것이다.

박 의원은 조현병 관리를 보건소가 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신장애인이 퇴원 시 그의 병력과 신상정보를 당사자의 동의하에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조현병 당사자들의 사건사고가 발생하자 복지부는 퇴원하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이 정보를 보건소와 센터로 보낼 수 있도록 규칙을 고쳤다.

박 의원은 이 보건소가 관리하는 문제가 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를 범죄의 비중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인가. 의료적 모델인 보건소에서 치료적 방식이 아니라 경찰에 의한 국가적 관리로 그는 몰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사회적 논의에 대해서는 그는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그는 ‘관련기관에서 행정적 조치를 좀 해줘야 시민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말했는데 그럼 사회적 안전이 지켜지기 위해 정신장애인은 경찰이라는 권력의 지배하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싶었던 것일까.

온 사회가 조현병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혹은 더럽고 게으르고 국가에 수용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존재로 보면서 낙인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국가 내 차별과 배제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원이 경찰이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을 그토록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들을 대변해 분노한다.

박 의원은 “여기 있는 분들도 다 위험하다”며 “시민들의 안전이 내팽개쳐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과 정신의료기관이라는 수용소에 들어가 영원히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요양시설 전수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시설에 10년 이상 입소해 있는 이들이 65%에 이른다. 정신요양시설 입소자가 약 1만 명임을 감안한다면 6천500명이 아무런 죄 없이 시설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단지 정신적 병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죄 없이 감옥 같은 시설로 들어가 10년, 20년 아니 30년 이상을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말이다.

지난 21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현 일본 정신병원에 50년 이상 입원해 있는 이들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1700명 이상이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중 가장 오랫동안 입원한 이는 80년이었다.

박 의원,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한국도 30년 이상 입소한 이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만약 당신이 정신적 아픔으로 병원이나 수용소 같은 시설에 들어가 10년 동안 살게 된다면 당신은 당신의 인권과 인간적 존엄, 자유권, 평등권, 시민적 권리를 위해 국가에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주장하지 않겠는가. 그런 당연한 질문과 요구도 아직 국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우리 정신장애인은 의료권력의 시선 아래에서 침묵해 올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들이자 피해자들이다.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자유’다. 그 누구도 나의 동의 없이는 나를 병원에 끌고 가서도 안 되며 그 누구도 나의 자유로운 퇴원 의사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죽여왔던 의료권력에 대항해 우리가 요구한 것은 인간적 자기결정권과 자유였다. 그 당연한 권리마저 우리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우리를 죽음의 자리로 포섭하지 말라. 누구도 우리를 강제하지 말라. 우리를 위험하다는 이데올로기로 사회와 격리시킬 이유를 찾지 말라. 경찰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가 명백히 범죄자라는 인식의 지평에서 나온 신화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c)민언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영상 갈무리

오랜 시간, 우리 정신장애인은 정당한 시민적 권리도 향유하지 못한 채 병원과 시설에서,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배제, 차별 아래에서 죽어가던 존재였다. 그 죽음의 상징이 바로 병원과 시설이었다. 자유를 바랐지만 자유가 없었으며 평등을 바랐지만 평등 또한 없었다.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오랜 시간 빼앗겨 살아왔다.

우리를 관리의 이름으로 가두지 말기 바란다. 박 의원, 당신의 한 가지 에피스드를 갖고 정신장애인들, 특히 조현병 당사자들의 존재를 위험성으로 분류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충분히 아파했던 ‘사람’들이다. 인간이기에 존엄한 우리를 저 ‘눈빛에 적의가 있어 조현병 환자’라는 당신만의 논리를 일상에 적용하지 말기 바란다.

<마인드포스트>는 민언련의 황색 저널리즘 비판에 전면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적 접근으로 쓴 텍스트에도 역시 동의한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의 자유를 추구한다. 조현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회에 포섭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자기결정권으로 세상을 갈아갈 수 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박 의원, 발언 앞에 감히 내놓는다. 우리를 두려움으로 포장해 허구적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모든 발언에 대해 우리는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

무엇보다 박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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