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가고 싶지 않아요. 밖은 싫어요”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아요. 밖은 싫어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9.02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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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이니치 신문, 55년간 정신병원 입원한 여성 소개
일본 33만 개 정신병상수…OECD 최고 수준
전문가들, “병상수 줄여야 장기입원 예방 가능”
일본 정부, 병상수 줄이기 정책…아직 ‘제자리 걸음’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每日新聞)이 정신병원에 55년간 입원해 있는 한 여성 노인의 일생을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정신병원에서 50년 이상 입원해 있는 환자수는 1천773명이다. 대부분 1950년대와 60년대 중반에 입원한 이들이다.

신문은 가고시마현의 한 정신과병원에 55년간 입원해 있는 A(여)씨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대학 입시에 떨어진 후 속칭 빠칭고 도박장 직원으로 일했다. 이후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

그녀는 큐슈 현에서 기차 운임을 내지 않고 몰래 탔다가 체포돼 정신적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1963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A씨 보통 새벽 4시에 깨어나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빨이 없이 죽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후 8시쯤 잠자리에 드는 그녀는 기자들의 질문에 “환청이 들리면 괴롭지만 생각을 바꾸면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갈 곳이 없다"며 “나는 나가서 살고 싶지 않다. 밖은 싫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은 10년 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후 사망해 그녀에게는 친족이 없는 상태다.

그녀는 현재 자의입원 형식으로 입원해 있으며 생활비와 병원비는 기초연금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가족들도 환자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며 “환자들을 퇴원시키려 해도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파트를 빌릴 보증금이 없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선진국에 비해 일본의 정신병원 병상수가 눈에 띄게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은 33만4천258개의 병상을 두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천 명 당 2.63개의 정신병원 병상을 갖고 있다. 이는 인구 천 명 당 병상수 1.37개인 벨기에의 두 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신병원 병상수를 줄이는 것이 환자들의 장기입원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아이치현 대학의 아키라 하시모토 교수는 “정신병원이 한창 증가하고 국가 정책이 환자를 더 많이 입원시키려던 시기에 들어온 환자들의 장기입원 사례가 높다”고 말했다.

일본은 1900년 시행된 정신질환 관련 법으로 집에 환자를 감금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1950년 이 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면서 집안 감금이 불법화되었고 이에 따라 정신병원 입원률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기존의 병원 치료에서 지역사회 치료로 정책을 바꾼다. 당시 35만 개의 병상 중 7만 병상을 줄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그 목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신문은 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응 능력은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한 정신과 교수는 “병원은 사업 차원에서 병상을 채우기 위해 환자들의 입원을 장기화시킨다”며 “병상수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는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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