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언 만남-길을 묻다] “정신장애인 금메달... 아무도 관심 없어”
[박종언 만남-길을 묻다] “정신장애인 금메달... 아무도 관심 없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9.12 02: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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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희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100미터 금메달 수상
내달 12일 대만 육상대회 국가대표로 출전
20살 전호 씨, 보체에서 역시 은메달 수상
한마음의집 회원 2명, 정신장애인 최초 스포츠 메달 따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만 관광비자 1년짜리로
일반인들은 5년~10년짜리 비자 가능…형평성 문제
최동표 원장, 정신건강복지법 이론과 현실 따로 놀아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아 상실감과 절망감 느껴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충남 홍성에서는 특별한 올림픽이 열렸다.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대회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하계대회였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고 한다.

사진=SPOTV 방송 갈무리
사진=SPOTV 방송 갈무리

그런데 기자는 이런 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지인(知人)이 관련 소식이 담긴 카톡을 보내왔을 때도 기자로서 ‘금시초문’인 이 대회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봐야 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 정신장애인 두 명이 참여해 메달을 땄다. 서울 서대문구의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한마음의집에 거주하는 강희원(17)군과 전호(20) 씨가 그 주인공이다.

육상 부분에 출전해 100미터 금메달과 200미터 은메달을 획득한 희원 군은 다음달 12~16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2018 SOEA 육상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세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버려지면서 스님이 희원 군을 보살폈다. 15살 무렵 남양주의 한 시설에 살다가 ‘트러블’이 생기면서 한마음의집으로 왔다.

한마음의집 최동표 원장은 희원 군의 특성을 살폈고 그가 육상에 소질이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그때 홍성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희원 군이 다니는 특수학교 선생님이 이런 대회가 있는데 나가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운동은 등산을 하거나 홍제천을 뛰는 게 전부였다. 단거리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스파이크’도 없어서 집에 있던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다른 선수들은 다 스파이크를 신었지만 자신은 운동화였다. 체육복도 최 원장이 어딘가에서 얻어온 옷을 입고 뛰었다. 결승에 올랐고 12초대의 성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어 200미터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릴레이 계주 경기에서는 4등을 했다.

대만에 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최 원장은 사실 마음이 버겁다. 대회 운영위원회가 희원 군의 비행기 표와 호텔 숙박비를 지불하지만 최 원장은 자비(自費)로 그곳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희원 군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최 원장의 동행을 희망하지만 최 원장을 도와주는 곳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의 스포츠를 통한 재활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대회에서 보체라는 공굴리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전호(20) 씨는 중국 흑룡강성 출신이다. 탈북한 어머니가 중국에서 조선족 남편과 결혼했고 이후 이혼했다. 어머니는 새터민으로 한국 생활을 했고 이후 전호 씨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15살 무렵이었다. 이후 문화적 충격들이 겹치면 한국에서 한 국립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한마음의 집으로 왔다. 기자가 질문하면 그는 북한식 말투로 답변을 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권하는 보체 ‘놀이’를 배우다가 대회에 나갔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어디에서도 그의 소질을 보고 전망을 만들어내려는 협회나 조직은 없었다. 그는 그저 특수학교를 다닐 뿐이다. 정신장애인의 스포츠를 통한 치유와 자아실현의 기회는 여전히 봉쇄된 채 높은 벽에 갇혀 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고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 정신장애인 스포츠 치유. 정신건강복지법 36조는 정신장애인의 체육과 여가, 문화를 지원하도록 하지만 선언적 문구에 불과할 뿐이다. 최 원장은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우리가 개척해 나가면 후배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 아직 정신장애인의 해방적 사유는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뷰는 최 원장이 동석했다. 그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고 이어 희원 군과 전호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 원장은 이들이 언어로 발화되지 못하는 부분에 추임새를 넣어줬다. 인터뷰 내용의 편의를 위해 최 원장은 ‘최’로, 희원 군은 ‘희원’으로, 전호 씨는 ‘호’로 명칭을 넣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하계와 동계로 나뉘어집니까.

최: 네. 하계와 동계가 있는데 하계에서 금메달 땄죠. 육상 100미터에서 금메달, 200미터에서 은메달을 (땄죠) 그리고 계주에서 4위.

-올해가 14회인데요. 그 동안 참여한 적이 있습니까.

최: 없죠. 20년 동안 한마음의집 운영하면서 한 번도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서대문구체육회나 서울시체육회에도 나가려고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우리끼리 체육대회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20년 동안 기회 자체가 없었어요.

-이거 있는지 어떻게 하셨어요.

최: (특수학교) 고등학교 선생님이 알려줘서 알았죠. 처음 시도를 했는데 그래 좋다 한 번 해봐라 (그랬죠). 근데 이 친구가 소질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이번에 첫 참가입니까.

최: 첫 참가죠.

-참가하려면 일정 정도의 기부금을 내야 하는 겁니까.

최: 아니요, 없죠. 학교에서 다 해주고. 1박2일 동안.

-잠은 어디서 잤습니까.

최: 순천향대학교 숙소에서 잤어요.

-육상, 수영, 축구 등 12개 종목이더라고요. 몇 종목에 참여했습니까.

최: 달리기하고 보체라고 공굴리기 하는 게 있어요. 두 종목만.

-한마음집을 빼고 다른 그룹 홈에서 참여한 곳이 있습니까.

최: 전국 아무도 없어요. 우리 그룹 홈에 15세부터 65세까지 있는데 이런 자체를 모를뿐더러 이런 걸 생각도 못 했는데 희원이가 학교를 다니다보니까 학교에서 알려준 거예요.

-그걸 몰랐으면 아예 참여를 못 했겠네요.

최: 그렇죠. 그러니까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어요. 공동생활가정은 찾을 수가 없고. 우리집같이 학생들과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서 상호협력하면서 이뤄지니까 이 친구가 한 거지. 또 기관 장애 담당사례 관리자가 관심이 없었으면 못하죠.

-이건 신체장애 분야는 참여 못하는 거죠.

최: 네. 신체장애는 별도로 있죠.

-그럼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됩니까.

최: 준비 기간은 산책하고 등산하고. 그 다음에 자전거 타고.

-며칠 간 했습니까.

최: 한두 달.

-알고 한 거예요. 아니면 운동하다가 대회를 알게 된 겁니까.

최: 하다가 알게 됐죠.

-단체로 참가하는 겁니까. 개인도 참가할 수 있습니까.

최: 개인도 참가할 수 있고 단체도 참가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 잘 하는 사람 뽑죠. 학교도 예선을 거쳐서 뽑힌 거예요.

-학교가 어디죠.

최: 은평대영학교. 특수학교죠.

-희원 군이 한마음의집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됩니까.

최: 올 4월에 왔죠.

-대만 육상대회 국가대표로 참여할 건데 구체적으로 훈련하고 있습니까.

최: 학교 끝나고 돌봄서비스 자원봉사 선생님이 있어요. 그래서 같이 저녁 먹고 홍제천이 뛰기 좋아서 거기서 훈련시키고 등산하고 자전거 타기 그런 것들.

-하루에 얼마 정도 훈련합니까.

최: 학교 갔다 와서 한 시간 정도. 평소에 학교 걸어다니니까. 그것도 훈련이 되고.

-정신건강복지법 제36조를 보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문화·여가·체육 활동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들어가 있어요. 실제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싶습니까.

최: 대한민국 체육회가 있고 생활체육회는 각 구마다 다 있어요. 서대문구 복지 시설 안에 서대문구체육회가 있고 장애인체육회도 있어요. 근데 정신장애는 없어요. 우리를 안 끼워줘요.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 소관부서가 보건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장애인복지법은 여가 문화생활 지원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요. 이론적으로 법리적으로 지원을 한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그걸 제가 20년 간 주장해 왔는데 지금도 관심 없어요. 이번에 동사무소에서 똑같은 수급자고 어려운데 일반 친구는 금전 지원, 훈련 지원을 해 주면서 우리는 왜? 내가 똑같이 얘기해도 지원을 안 해요. 형평성의 문제라고요.

-왜 안 해줍니까.

최: 당연히 시설에 있고 정신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번에 알았는데 대만에 갈려고 할 때 여권을 만드는데 시설에 살고 정신장애인이면 단수여권밖에 안 주더라고요. 짧은 1년짜리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우리 아들도 똑같이 고등학생이고 5년짜리 해 주는데 왜 안 해주냐’ 그랬더니 여권 만들 때 여자는 병역 문제가 없으니까 10년짜리가 가능해요.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니까 시설은 1년짜리밖에 안 돼. 그래서 왜 그러냐, 똑같은 군(軍)에 갈 일도 없는데 오히려 5년으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여권법의 지침이 그렇대요. 지침을 복사해달라고 해서 사본을 받았어요. 이렇다고요.

-그럼 정신장애인들끼리 체육회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 그것도 하고 싶지만 일반인하고 똑같이 자치구마다 장애인체육회가 있잖아요. 거기에 들어가는 게 낫죠.

-거길 들어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거부하고 있고?

최: 거부하고. 근데 그것도 안 되는데 우리끼리 만들기도 좀 (그렇죠). 그럼 협회나 복지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되잖아요. 그럼 우리가 평등하다면 일반인과 싸워서 이겨야 된다는 거죠. 그게 쉽지 않지. 그런 게 안타깝다는 거죠. 뭐 하나 결정하려고 하면 할 때마다 벽이 많더라고요.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장애인들은 약 때문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지 않습니까.

최: 아뇨. 먹으면서 많이 하죠. 탁구도 하고 당구도 하고 볼링도 하잖아요. 약을 먹으면서. 그런데 기회를 안 주잖아요. 그리고 뭔가 장을 안 만들어주잖아요. 그게 문제죠.

-이번 대만 갈 때 혼자 갑니까. 원장님도 같이 갑니까.

최: 따라가려고 하는데 비용 문제가 또 발생해요. 희원이 건 다 나오는데, 본인 의도는 원장님이랑 사례관리 선생님이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근데 돈을 마련해야 돼요. 그래서 오늘 한마음의집 운영위를 통해 후원금 얘기를 했어요. 승인해 주라고. 그래서 담당이 알아보겠대. 그래서 후원금 받아서 우리가 가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 우리가 자기 부담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건 또 아니잖냐, 장애인 쪽에서 국가대표로 가는데, 그러니까. 희원이, 원장님이랑 따라가면 좋겠지?

희원: 네.

최: 왜 따라가면 좋을 거 같아?

희원: 따라가면 응원도 해주고 좋잖아요.

최: 안정도 되고.

-당연히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최: 그럼 우리 (정신재활시설)협회 차원에서도 관심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마음의집이 공동생활가정에서 정신재활시설 쪽이잖아요. 협회 밴드나 이런 데 올려도 아무 관심 없어요. 이쪽 사람들도.

-정신장애는 거의 다 예외네요.

최: 다 예외죠. 하나하나 걸어가는 게 가시밭길이예요. 누군가 개척해 가면 또 누군가는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이런 기회가 알려져서 인식개선이 돼야 해요. 하계올림픽 대회 육상에서 금메달 하나 땄잖아요. 근데도 관심이 없어요. 이럴 때 상실감을 느껴요. 이 일을 내가 왜 해야 되냐. 정말 회의감을 느낍니다. 내가 아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내년에도 하계 올림픽이 있으니까 정신장애인들 그룹 홈 이런 데서 같이 하자 이런 얘기는 하고 있습니까.

최: 그것도 못 하고 있어요. 관심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 희원이가 시월에 대만 가야 하니까. 가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우리 재활시설협회 자체도 관심이 없어요. 가족협회도 관심이 없고 보건복지부에서도 관심이 없고.

-그럼 온전히 개인과 그룹 홈이 다 해결해야 하는 거네요.

최: 한마음집이라는 소속 하에 개인이 맨땅에 헤딩해서 찧어야 돼요.

-가긴 가실 겁니까.

최: 가야죠.

-숙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최: 숙소는 다 호텔. 희원이는 다 되는데 거기에 맞춰서 사례관리자나 보호자가 따라가는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서 돈을 내야 해요.

-한 얼마 정도 필요합니까.

최: 한 사람 당 200만 원 정도 필요하죠. 두 사람이 가면 400 정도. 이게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에서 역사상 공식적으로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 대표로 뽑히는 건데 최초잖아요. 그럼 우리가 축하해주고 박수 쳐줘야 하잖아요. 서로 밀어주고 길을 누군가 개척하면 누군가 또 따라올 후배가 있잖아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신건강복지법은) 법리상으로는 다 할 수 있다 해놨지만 실제적으로 이론과 현실의 갭은 엄청납니다.

아까 여권 하나에서도 엄청 크잖아요. 일반 고등학교 학생은 5년짜리가 나오고 여자는 10년짜리가 나와도 시설에 있고 똑같은 고등학생이라면 1년짜리밖에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잖아요. 그것도 국가대표가 가는데. 장애 때문에 군대에 갈 것도 아닌데 뻔히 알면서도 지침이나 규정이라고 (거부하고). 이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더라고요. 정신장애도 이렇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홍보가 돼야 되는 거예요. 할 수 있다는 걸 심어줬잖아요. 근데 그런 시도 자체도 안 해요.

-저희들도 몰랐습니다.

최: 나도 얘가 학교 다니면서 알게 된 거에요. 다른 것보다도 정신장애 조직이 없단 말이에요. 아, 달리기에 소질이 있구나. 그럼 연습시켜야 하고. 그런데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우리들인데 일반 학생들은 꿈나무라고 지원해주는데 정신장애 쪽은 같은 구, 같은 동에서도 차별 받아요. 그럼 대한민국에서 대만에 한국 대표가 가지만 얼마나 국가가 관심 갖겠냐. 안 갖죠.

-스파이크나 이런 건 준비가 다 돼 있습니까.

최: 안 됐어요. 다 준비해야 돼요.

-그럼 홍천 대회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최: 일반 운동화 신고 했지?

희원; 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스파이크 신고 하는데?

최: 그렇죠.

-옷이랑 운동복은 이떻게 했습니까.

최: 아직 없어서 있던 거 입고.

-그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체육복 입고 운동화 신고 뛴 거예요. 남들은 스파이크 신고 하는데.

최: (웃음) 나도 한 20년 동안 지역에서 인식 개선하려고 했지만 스포츠가 인식개선에 더 빠르더라고요. 보여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거. 직업 재활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통해서 재활이 가능하고 정신장애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특수학교 다니고 남들보다 좀 뒤떨어지지만 뭔가 할 수도 있잖아요. 우리 회원 중에 은메달 딴 전호 같은 경우는 어학(중국어)을 잘 하잖아요. 다만 병이 있다는 것 때문에 약을 먹는다는 것뿐이죠. 근데 그걸 특성화시켜 꿈과 자질을 계발해 주는 시스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정신장애인도 운동하면서 재활이 되는데 국가나 지자체에서 협조도 없잖아요. 문화도 여가도 각자 노력해야 하는 거죠.

(기자는 이쯤에서 희원 군에게 말을 걸었다)

강희원 군 (c)마인드포스트
강희원 군 (c)마인드포스트

-희원 군 어디서 태어났어요.

희원: 서울요.

-형제는 어떻게 되세요.

희원: 모르겠어요.

-어머니 아버지는 계세요.

최: 다 이혼했어요. 어려운 가정이야. 어렸을 때부터 스님 밑에서 자랐어요.

-절에서. 몇 살 때까지?

최: 얘가 세 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았죠.

-그래서 15살 때까지 살다가.

최: 살다가 남양주의 한 시설에 있다가 거기 안 맞아서 우리 집에 왔어요.

-그쪽에서 왜 안 맞았어요.

최: 맞지가 않았어요. 시설 시스템이나 관계자 종사자들이 희원이의 특성 이런 것들을 몰라가지고. 그래서 저희와 연결이 돼서 온 거에요.

-어떤 특성을 말하시는 겁니까.

최: 희원이의 특성이나 병적인 것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케어를 하니까 안 되죠. 거기서도 기회 자체를 안 줬고요. 중학교는 학생들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방문해서 가르치고 가고. 그런 학교생활을 못 했는데 여기 와서 하면서 발전이 된 거죠.

-언제 왔죠.

최: 4월.

-중학교 때부터 특수학교를 다닌 거네요.

최: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부모 사랑 못받고 생활한 건 확실한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다 헤어져서 부모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고. 스님 밑에 자라다가 한마음의집 만나서 약 조절하고 재활치료 받으면서 운동해서 학교를 다니죠. 그래서 아직 꿈이 있잖아요, 젊으니까. 기회를 한 번 줘야죠.

-지금 장애가 어떻게 됩니까.

최: 정신장애 3급. 중복장애인데 지적장애가 좀 있어요.

-언제 등급을 받았습니까.

최: 중학교 때 받았죠.

-그때부터 약 먹은 거예요.

희원: 예.

-무슨 약 먹었어요.

최: 모르지 잘. (웃음)

-육상 100미터 금메달, 200미터 은메달. 400미터 4등이네요. 계주할 때 네 명이 참여하잖아요. 누가 참가했어요.

희원: 학교 친구들이요.

-몇 명이 100미터 결승에 참여한 거예요.

최: 그러니까 예선 때부터 올라간 거지?

희원: 예선 탈락한 애들도 있어요.

-결승에서 몇 명이 뛰었어요.

희원: 기억이 잘 안 나요.

-100미터 금메달 땄는데 소감이 어땠어요.

희원: 기뻤죠. 그래도 힘들었지만 쉬지도 않고 이 악물고 끝까지 버텨냈어요.

-어떤 부분이 힘들었어요.

희원: 뛰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아파서 쓰러질 거 같았는데 참고 뛰었어요.

-스파이크도 없이 운동화 신고?

희원: 네.

-소감이 기쁘고 다른 건 없었어요.

희원: 기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뻐요.

-100미터 몇 초에 완주했습니까.

희원: 12초13.

-빠르네요.

최: 좀 체계적으로 연습하면 더 빠를지 않을까.

-은메달은 몇 초?

희원: 몰라요. 안 세어 봤어요. 정신없어 가지고.

-지금 어떻게 훈련하고 있습니까.

최: 지금 도와주는 자원봉사자가 홍제천변 뛰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홍제천, 등산 이거밖에 없어요. 한마음에서 자전거 타기.

-원장님, 스파이크는 안 사 주실 겁니까.

최: 사야죠. 없으면 내가 사 줘야 하는데 한마음에서 사 줘야죠. 오늘 운영회의 했으니까. 갖춰서 가야죠. 신발도 주고 약물도 조정하고 좀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그래서 편하게 뛰려면 보호자나 사례관리자가 따라가야 좋고 본인도 원하고 있는데요. 다른 스페셜올림픽 코칭 스탭들은 따라가지만 그 사람은 (희원이 특성을) 잘 모르잖아요. 우리가 더 잘 알잖아요. 그래서 (올림픽위원회에서) 따라가자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따라갈 수 있으면 자부담해서 항공기 예약하라고. 근데 이쪽 관계된 전문가들도 가족들도 공무원들도 관심이 없어요.

-한 사람이 육상 말고 다른 종목에 중복으로 출전할 수 있습니까.

최: 그건 안 되는 같은데. 우리 회원(전호)도 보체라는 걸 했고. 공굴리기. 이 친구는 달리기.

-보체를 한 선수는 은메달이죠. 그 분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훈련한 겁니까.

최: 그건 학교에서 훈련하죠.

희원: 학교 체육시간에요.

-같은 특수학교?

최: 네.

희원: 네. 앞에 반요.

최: 2학년, 1학년.

-전호 씨는 다른 학생보다 한 1년 늦은 건가요.

최: 그렇죠. 그 친구는 엄마가 북한이탈주민이고 또 아파서. 이 친구(희원)는 정신장애고 또 심장중복장애가 있어서. 중복장애가 더 뛰기 힘들 거예요. 근데 이런 기회에 (해 봐야죠).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최: 학교 갔다 와서 운동하고 그 다음에 글 쓰면서 자기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고 그렇죠.

-몇 시에 하교해요.

희원: 3시쯤에요.

-학교생활은 재밌어요.

희원: 재밌어요.

-친구들 많이 사귀었어요.

희원: 조금 많아요.

-희원 씨 다른 관심 있는 운동 분야가 있어요.

희원: 육상하고 싶어요. 계속. 다른 건 체질에 안 맞는 거 같아요.

-한마음의집 생활한 게 4월에 오셔 갖고 잘 왔네요. 와서 소질을 계발하고.

최: 본인도 만족해요. 사람은 맞는 기관이 있는 거 같아요. 특히 정신장애 근무하는 선생님들한테 이 직업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고 헌신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전문가로서 하려면 10년 동안 해야 되는데 이쪽은 전문가가 말 그대로 무늬만 전문가인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한 20년 넘게 해보니까 이 영역은 사명과 헌신이 없으면 안 돼요. 20년 해도 모르겠는데 몇 년 했다고 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하다보니까 발굴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보호자 스님은 오십니까.

최: 안 오죠. 스님도 아까 성직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얘가 자립할 때까지 도와주겠다는 거죠. 학교 다닐 때 거기까지만. 스님이 거기까지만 한다하더라고요. 용돈이나 학비는 도와주겠다. 근데 운동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졸업할 때까지. 이 친구는 또 직업에 대한 꿈이 있어요. 앞으로 후원자들이 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요.

희원: 바리스타요. 구리에서 시설 있을 때 학원을 다녔거든요.

-몇 년 정도 했어요.

희원: 몇 년은 아니고 짧게 4~5개월. 돌리고 커피 뽑고 추출액 내리고.

-지금 잘 할 수 있어요.

희원: 안 해 봐서. 오래 돼서.

-그럼 구리 주거시설 있을 때 어떤 게 싫었어요.

희원: 마음에 안 들고.

-왜 마음에 안 들었어요.

희원: 수준이 안 맞다보니까.

-어떤 수준이 안 맞았어요.

희원: 형들하고 저는 사이가 안 좋고 맨날 싸우고 막. 제가 엄청 맞았어요, 덩치 큰 형한테.

-몇 살 때 발병했죠.

최: 제가 볼 때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학교 1학년 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어요.

최: 모르지. 뭔가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

희원: 네, 사건들이 있었어요.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게 없어요.

-누구랑 싸웠어요.

희원: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하고 엄마 만나본 적 있어요.

희원: 기억도 하기 싫어요.

-만나긴 만났어요.

희원: 아뇨. 기억이 잘 안 나요.

-만나고 싶지도 않고?

희원: 아니요.

-왜 만나기 싫어요.

최: 그러고 나서 얘기 안 해.

희원: …

-국가대표 발탁됐는데 소감 좀 말씀해 주세요.

희원: 기뻐요.

-또.

희원: 한편으로 부담스러워요.

-왜 부담스러워요.

희원: 사람들의 시선들이.

-시선들이? 왜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희원: 예. 전 잘 할 수 있는데 너무 지나치게 너무 잘하라 하면 부담스러워서 끙끙 앓아요.

-거기 가면 몇 등하고 싶어요.

희원: 잘 못해도 3등 안에는 들고 싶어요.

-3등 안에 들면 계속 운동하실 거예요.

희원: 네.

-살아가면서 희원 씨가 필요한 게 뭐가 있죠.

희원: 참을성, 인내.

-희원 씨 못 참아요 잘?

희원: 네 잘 못 참아요. 사고 쳐요.

-무슨 사고 쳐요. 여기 와서 사고 쳤습니까 원장님?

최: 사고 칠 수도 있죠.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니까. 막 억눌렸던 것들이 여기 와서 분노나 이런 것들을 (운동을 통해) 표출할 수 있고. 지금은 그것들을 다 조절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분노 등을 표출하려면 운동이나 치료사가 필요한 거예요. 이 친구도 자기 꿈이 있잖아요. 그래서 취미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줄 수 있게 하면 이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희원씨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희원: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훌륭한 사업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업가? 아까 바리스타였었는데.

희원: 바리스타로 스타벅스 취직하려고요.

-지점장?

희원: 아니요. 그냥 컵에 붓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싶고 재활하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자는 전호 씨와 마주했다)

전호 씨 (c)마인드포스트
전호 씨 (c)마인드포스트

-보체가 뭡니까.

호: 보체는 작은 공을 먼저 굴리고 또 큰 공 굴러서 그 작은 공 부근에 놓으면 점수 따는 거.

최: 공을 굴려서 가서 먼저 가서 점수를 내는 거예요. 큰 공 작은 공 해가지고.

-살아온 과정 좀 듣고 싶어요. 어디서 태어났어요.

호: 중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중국 어디요.

호: 흑룡강성.

-한국에는 언제 왔어요

호: 2015년. 16살.

최: 중국에서 태어났는데 엄마가 탈북민이라서 먼저 한국에 와서 전호를 초대했죠. 15살 때까지는 중국에서 살았고 엄마가 한국으로 초대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거죠.

-아버지는 어떻게 중국인?

최: 조선족.

-그 분은 안 오시는 거예요.

최: 지금 아버지도 한국에 와서 일을 하지만 한국 사람이 아니에요. 전호란 이름이 엄마 성이죠.

호: 어머니는 전씨, 아버지는 강씨.

-어머니가 탈북해서 중국에서 결혼해서 거기서 태어나고 오신 거구나, 지금은 어디 고등학교 다녀요.

호: 은평대안 특수학교 고2.

-스무 살인데 좀 늦네요.

최: 늦죠. 중국에서 늦게 들어왔으니까.

-보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호: 학교에서 건의했어요, 이거 하라고.

-전호 씨가 그걸 잘하니까 학교에서 계속 그렇게 해라.

호: 네.

-훈련은 어떻게 했어요.

호: 훈련은 체육시간에 하고 방학 때 몇 번 해 봤고.

-하루에 몇 시간 훈련해요

최: 지금은 끝났죠.

-은메달은 참여 못합니까.

최: 금메달만 돼요.

-하루 일과는 어때요.

호: 학교 다녀요. 학교.

-전호 씨가 정신장애 몇 급입니까.

호: 3급.

-언제 발병했어요.

호: 2013년.

-중국에 있을 때?

최: 한국에 와가지고 나주국립정신병원 입원했다가 거기서 심장 부분이 안 좋아서 엄마가 이쪽으로 의뢰를 했는데 마포구청 사회복지과에서 우리 집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부정맥도 있고 정신장애도 있는데 부정맥 때문에 특수학교 다니는 거고 대학병원 정신과하고 신경과, 심장외과를 같이 진료를 받아요. 특수 중복장애. 정신장애가 주인데 중복장애가 있어서 특수학교 다녀요.

-한국말은 언제 배운 거예요.

호: 자랄 때부터 배웠습니다. 초등학교는 중국에서 조선족학교 다니고 중학교는 한족학교 다니고.

최: 어렸을 때 초등학교 다니면서 전호가 한국말을 배우는데 북한 사람들이 주로 선생님들이고 한족도 그렇고. 그러니까 말투가 북한 말투에요.

호: 교재. 북한말 표준말을 배웠습니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게 뭐가 있어요.

호: 한국말 단어 더 많이 알려고요.

최: 한국어를 지금 하려고 계속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한국어를 잘 배워서 자기가 가이드나 통역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데 중국어를 오히려 잘해. 근데 한국어가 좀 서툴러.

-엄마는 자주 봬요.

호: 못 봬요.

-왜요.

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니까.

-한국으로 오게 한 후에 돌봐주지 않은 거네요.

최: 그렇죠. (전호 엄마가) 다른 데 결혼했어요. 그래서 구청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제가 기초수급자 만들고 학교 보내고.

-언제 온 거에요.

호: 작년 2월에 왔어요.

-원장님 3년이면 떠나야 되잖아요.

최: 그렇죠. 갈 데가 없죠.

-그럼 어떻게 합니까.

최: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하는 거예요. 이게 3년이란 문제는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공동생활가정의 문제야. 이 부분을 풀어줘야 돼요.

-발달장애는 거주 기간이 제한이 없습니다.

최: 없죠. 청소년들, 아동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잖아. 근데 우리는 무조건 3년 살고 내보내야 하는 게 문제라고요. 이건 협회 차원이나 아니면 복지부에서 풀어야 되는 문제고. 시설에 자율성을 좀 줘야 된다고 봅니다.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는 권한. 무연고자도 있는데 그것도 두 번밖에 안 되니까. 그래서 이 사람이 혼자 나가 잘 살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판단했을 때는 더 연장해서 (살도록 하고). 무조건 3년이면 내보내라 이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정말로 혜택을 못 보고 있어요.

-한마음의집에서 동계올림픽은 참여합니까.

최: 모르죠. 이젠 많이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하면 좋지만 저희들도 지쳐요. 신경 써야 되고. 그냥 학업에 열중했으면 좋겠다.

-전호 씨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요.

호: 나중에 중국어 선생님.

-통역하고 싶어요?

호: 네.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뭐에요.

호: 한국어 배우는 거.

-다른 거 없어요.

호: 네.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호: 우리는 편견 받지 말고 보통사람들과 똑같게 취급하고 다른 눈치를 보지 말고.

-원장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최: 실질적 평등을 이뤘으면 좋겠다. 상대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 이뤄져서 형제자매처럼은 아닐지라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서 같이 살아야할 사람들이잖아요. 우리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게끔 사회가 신경을 정책적으로 썼으면 좋겠어요. 또 스포츠를 통해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자기들의 꿈, 비전, 이런 것들이 스포츠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 원장은 기자에게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현실에 자주 절망한다고 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마치고 나갈 때 희원 군과 전호 씨가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의 눈망울이 너무 맑아서 가슴 한 곳이 쏴하게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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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한 강희원 군과 전호 씨 (c)마인드포스트
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한 강희원(오른쪽) 군과 전호 씨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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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창 2018-09-12 15:21:07
열심히 노력한 두 당사자에게 많은 후원과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쉽기도 하고 저도 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로서 반성하게 됩니다.

두 당사자는 아마도 발달장애와 정신장애 중복일 것이고, 그래서 스페셜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겠죠. 그렇다면 지원 및 후원은 발달장애인협회측에서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원 법이 다른 상황이며, 특히 저 대회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회인데 비판을 하는 대상이 정신재활시설협회라는 것이 의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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