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통해 알고 길을 개척할 수 있어야"
"교육을 통해 알고 길을 개척할 수 있어야"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09.19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사자 자조모임 '그루터기' 인권 강사 김순득 씨
사회구성원으로 살기 위한 법제들 도입돼야
자신의 인권 찾기에 적극성 보여야
교육으로 알아야 삶의 만족도도 높아져

"자존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장애인들보다 열등한 조건이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지받는 것이 중요하죠.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기 몫을 찾는 것, 그리고 기회가 다른 장애인들과 같이 균등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취업의 기회를 줘서 사회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시민으로서 그들의 인권을 지켜줘야 합니다."

인권강사 김순득(53·) 씨는 당사자들의 차별받는 상황에 이같이 타개책을 말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타 장애유형 중 정신장애인의 교육수준이 제일 높다. 신체장애인은 그들의 유약한 상태에 따라 복지와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만 정신장애인은 '정신'이 무너졌다는 이유로 여러 법제들이 그들의 취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차별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체장애인은 한 달 노동비로 최저임금 153만원이 보장되지만 정신장애인은 최고 54만원까지만 보장된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될 수 없는 등 법제의 차별 조항도 심각하다. 다른 직장에 예외 규정이 있지만 이것만은 예외 규정이 없다.

"정신장애인들에게 사회에서 복귀할 수 있는 학습교육이 강화돼야 합니다. 특히 재사용할 수 있는 학습 말이죠. 일회용 지식은 필요없습니다. 우리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종 자격증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여러 기술 습득과 체험의 조건이 차별없이 주어져야 합니다. 사회에서 지지받는 정신장애인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저기 치이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합니다."

그는 당사자들에게 다른 장애인들과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법제들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좌로도 우로도 쏠리지 않는 주관성을 심어줘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현재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특유의 병 체험과 주위 압력으로 인한 소심함 때문에 강력한 리더의 소리가 있어도 통합되지 않는다. 자기들의 병식도 없고 의료권력이 내려주는 처방대로 조용히 살아가는 경향이 강해서 자신의 인권찾기에 적극성이 없다. 그는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당사자들이 교육이 잘 안 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기 병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죠. 부끄러워하지 말고 알아야 합니다. 자기의 문제와 단점을 교육을 통해 알아 스스로 나가야 하는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사전에 병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이 닥쳐오면 무서워서 쉬쉬하지 말고 자기 병식을 스스로 깨달아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김순득 강사는 이와 같은 체험학습 방법이 무능력에서 벗아날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당사자들이 스스로에게 맡겨진 사명감을 깨달아 다른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복귀와 재활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이 둔화되지 않은 당사자들은 사회에서 언제든지 재기하고 재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강사는 정신장애인의 강점을 찾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는 자조 모임을 이끌고 있다. 수원시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니면서 사회에 재활, 복귀, 독립을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마련한 '마음사랑'이라는 조직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법 규정을 학습하고 정신건강 교육을 활용해 실생활에서 어려운 점을 서로 모여 해결점을 찾는다. 2009년부터 본격 자조모임을 시작해 2013년 당사자 모임으로 전환해 단단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20명의 회원이 수요일마다 모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제입원의 폐단을 알고자 정신건강복지법을 함께 공부하며 상식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자의입원, 비자의입원 차이점을 확실히 알아 당사자들의 강제입원 폐단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도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심한 편견이 있는데 이 열악한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여러 학습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당사자들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뜻에 스스로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10대 시절 조현병이 발병해 환청,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면 등에 시달렸다. 여러 양성 현상 등이 그녀의 삶을 갉아먹었으며 혼자 이 상황을 피해보고자 여러가지로 노력도 해 봤지만 그때뿐이었다. 병은 점점 깊어졌다. 2006년 정신장애 등급을 받았을 때 그는 희망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랄까.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행되면서 그는 당사자 인권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를 통해 일에 도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당사자들도 알아야 자기 삶에 만족도가 높아지고 도전 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 수원시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적극 추천으로 2009년 인권강사를 수료했다. 이후 수원 지역 정신장애인을 대표하는 인권강사로 거듭났다.

"현재 오프라인의 행사에는 모두 참가하고 있습니다. 10년 가깝게 인권강사로 활동하다보니 정신장애인의 민낯을 보게 됐습니다. 지역사회와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배제되는 당사자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집에서부터 인정받는 당사자 문화를 일으켜 가족을 지지하는 따뜻한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의 정신장애인의 차별을 개선해 선진국처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저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 강사는 당사자들의 인권 문제와 사회 복귀, 독립, 재활에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옛날보다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조현병에 대한 무지는 그녀를 가슴 아프게 한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의 독립을 위한 그 길에 함께하는 당사자들이 있어 그녀는 외롭지 않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