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일기장] 네 번째 페이지 : 사랑은 포기하지 않는다.
[옥탑방 일기장] 네 번째 페이지 : 사랑은 포기하지 않는다.
  • 이관형 기자
  • 승인 2018.09.30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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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기록 시점 : 포기하고 싶고, 의심하고 낙담될 때.

마음 날씨 : 사랑의 무지개다리가 이어지고 이어짐.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부모 품에 안긴 갓난아이부터, 휠체어를 타고 오는 노인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외제 차를 타고 오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활동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들까지 한대 모인다. 물론 그중에는 건강이 좋지 않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내가 속한 청년부에도 장애를 가진 형이 있다. 그 형은 지적 장애 3급이다. 교회에 오면 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앉아 예배를 드린다. 말이 어눌하고 더듬어서 사람들의 대화에도 잘 끼지 못한다. 외모나 옷차림도 평범하지가 않아서 함께 어울리기 쉽지 않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고 챙겨주려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돈 욕심을 내서 오히려 실망하거나 상처 입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상인과 장애인의 경계선에 있으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초대 받지 않은 결혼식에 가서 만원을 내고 밥을 먹는 행동으로 미움을 사기도 했다.

예전에 기도를 하다 그 형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교회인데, 누군가가 소외되고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밥도 같이 먹고 옆자리에 함께 앉기도 했다. 하지만 밥 약속을 여러 번 어기고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해서 실망하거나 상처 받을 때가 많았다.

그 형의 곁을 지키는 게 잘하는 건지 자주 회의감도 들었다. 심지어 거짓말에 속았음을 나중에 알고 나서 화가 나기도 했다. 앞서 그 형을 도우려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형이 변하지 않을 거라 했다. 곁에 있는 것이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며 조언해주는 선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확실히 있다. 바로 예수님을 닮아 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많은 사람들을 찾아 가셨다. 당시 로마의 고위 관료나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었다. 예수님은 평생 가망 없던 시각장애인, 더럽고 부정하다 여겨지는 나병환자와 혈루증 여인, 무서운 귀신들린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

심지어 민족을 팔아먹는 로마 식민지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세리장과 몸을 파는 창녀들도 만나주셨다. 몸만 병들 뿐만 아니라 마음과 생각까지 바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서 친구가 되어 주셨다. 나는 그런 예수님을 닮고 싶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몸이 병 들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난 건 그렇다 쳐도, 민족을 팔고 몸을 파는 부도덕한 사람들까지 왜 감싸주는지 말이다.

사실, 난 그런 예수님을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말씀 속 예수님이 찾아간 사람들처럼 나도 병들고 형편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시달렸던 학대아동이었다. 중학교 시절엔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없던 왕따였다. 이후로 생긴 복수심은 날 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통해 성공하여 사람들을 발밑에 두고 싶었다.

머리를 삭발하고 독을 품은 눈으로 생긴 별명 악마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성공하여 복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3 여름 방학 내내 공원에서 노숙자로 지냈다. 다음해에는 재수생이 되었고 겨우 대학에 입학했지만 이미 정신질환자가 된 이후다. 대학 졸업 후 백수로, 취업 뒤 다시 실직자로 살았다.

그렇게 난 학대아동, 왕따, 악마, 노숙자, 재수생, 정신병자, 백수 실업자와 같은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난 예수님이 좋다. 몸과 마음 뿐 아니라 영혼까지 병들어 철저히 이기적이고 악하게 살았던 내게도 예수님은 친구가 되어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예수님을 직접 만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주위엔 예수님과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날 교회로 인도해주고 성경을 가르쳐 주신 대학교 기독 동아리 여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끊임없이 나를 인내하고 참아 주셨다. 당시만 해도 내 안에는 사그라지지 않는 분노와 악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분노와 악을 선배에게 풀면서 해소했다. 화도 많이 내고 예의 없는 행동도 많이 했었다. 점차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 받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7년을 보낸 후 학교 졸업과 함께 동아리를 떠났다. 당시 그 선배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젊은 의기로 나를 감당하고자 했단다. 하지만 내가 떠나고 나니 한편으론 마음의 큰 짐을 덜듯이 홀가분했다고 고백했다. 그 선배가 흘렸던 눈물의 씨앗은 뒤늦게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나중이지만, 난 분명 그때보다 변했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한 책을 통해서, 고통을 겪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고 믿는다.

교회서 장애가 있는 형에게 받은 실망감은 내가 동아리 선배에게 준 실망에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나 몰래 눈물도 많이 흘리셨고, 화도 많이 참으셨다. 하지만 난 그분을 통해서 예수님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선배도 눈물과 아픔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 또 그분을 닮아 갔을 것이다.

나도 교회 형에게 예수님과 같은 마음을 전해 주고 싶다. 나도 눈물과 아픔을 통해 예수님을 닮아 가고 싶고, 형도 나중에 내가 보지 못할 열매를 맺었으면 한다. 그렇게 예수님의 사랑이 계속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 '바울의 가시' 작가 겸 옥탑방 프로덕션 대표 이관형의 일기

otb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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