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인력 늘리기보다 열악한 처우 먼저 개선해야”
“간호사 인력 늘리기보다 열악한 처우 먼저 개선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0.10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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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민청원란에 간호대학생 청원글 올라와
현재 한국 간호사 면허소지자 37만명
면허증 있지만 쉬는 간호사들 38%
부속병원 없는 대학도 간호사 학과 무더기 신설
열악한 실습환경으로 제대로 된 교육 불가능
간호사 처우개선과 적절한 근무 환경 만들어야

 

간호사의 인력 증원보다 열악한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이 더 시급하다는 청원글이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8일 올라왔다.

최근 정부는 부족한 간호 인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학과 학사 편입학 인원을 정원 외 3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입학 정원의 10%로 제한된 4년제 간호학과는 201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30%로 늘어나게 된다.

자신을 간호학과 재학 중인 간호대학생이라 밝힌 청원자 A씨는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 소지자 수는 2017년 기준 37만5천 명이며 신규 간호사 배출 인력수는 1만6천 명으로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적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간호사 면허를 땄으나 병원에서 일하지 않고 있는 유휴 간호사 비율의 경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3%이지만 한국은 38%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 부속 병원이 있는 대학교가 많지 않은 실정인데도 정부는 간호사 인력을 늘리겠다며 부속병원이 없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도 간호학과를 신설해 왔다는 지적이다. 한 학년에 100명이 넘는 간호대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충분한 실습이 이뤄지지 않다는 지적이다. 간호대학생은 교육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임상에서 1천 시간을 실습해야 하지만 실습 환경이 충분하지 않아 방학 중에도 실습하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또 자대 부속병원이 없는 간호대학생들은 너무 많은 실습 학생 수 때문에 임상에서 감당하지 못해 제대로 된 체계적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A씨는 지적했다.

A씨는 “그 많은 간호대 실습 학생들을 받아줄 여건이 되지 못해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의 실습 병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 간호대학생의 수를 늘리겠다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는 간호대생의 교육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미래 간호의 질이 낮아진다”며 “이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충족할 수 없고 의미 없는 간호사 면허자 수만 넘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간호사 인력 부족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너무나 열악한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는 있으나 임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 비율은 63.2%다. 이는 의사(90.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비율은 19.5명으로 미국 4.5명, 일본 7명, 영국 8.6명에 비해 현저히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간호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이르고 비공식적인 시간 외 근로가 늘어나고 식사 시간 또한 20분 정도로 짧다는 지적이다.

A씨는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근무 중에는 쉬는 시간도 별도로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을 만성으로 앓는 간호사들이 흔하다”고 밝혔다.

또 “24시간 환자 간호를 하기 위해 주 5일 3교대의 근무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수준과 야간근무에 대한 보상이 너무 저조하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열악한 간호사 임금, 1인당 담당 환자수의 부담, 체력적으로 힘든 근무 환경, 간호사의 사회적 지위 하락 등이 임상 간호사의 근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A씨는 적었다.

“그 어느 것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인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간호사의 문턱을 낮춘다면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인원만 늘어날 뿐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은 채 악순환만 반복돼 근무 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간호사의 인력난은 계속될 것입니다.”

A씨는 “막연히 공급을 늘려 수요를 충족하는 방안보다는 간호사를 위한 의료법안 개정과 간호사의 처우 개선, 근무 환경 변화에 힘써주기를 청원한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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