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일기장] 다섯 번째 페이지 : 한동대에서 간증하던 날
[옥탑방 일기장] 다섯 번째 페이지 : 한동대에서 간증하던 날
  • 이관형 기자
  • 승인 2018.10.12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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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기록 시점 : 내 생애 첫 번째 대학교 특강.

마음 날씨 : 약간의 긴장 후에 찾아온 보람.

바울의 가시란 책을 출판하고 다양한 연락을 받았다. 책 뒤 판권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짧은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많았고 딸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직접 전화를 걸어 고민을 털어놓은 아버님도 계셨다. 심지어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기도 했다.

그러다 한 달 전쯤에는 한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왔다. 대학에 와서 자신의 수업 때 간증을 겸한 특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난 흔쾌히 응했다. 대학 강단에 서는 것도 영광이지만, 미래에 상담사나 복지사가 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의 전날인 10월 7일 저녁, KTX 기차를 타고 포항에 있는 한동대에 도착했다. 마침 한동대에는 내가 아는 두 명의 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학생은 내 책을 읽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장문의 글을 보내준 남학생이고, 다른 학생은 예전에 방문했던 어느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했던 여학생이다. 둘 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지만 매우 씩씩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특강을 가는 김에 하루 전날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두 학생의 안내 덕분에 한동대에 대한 설명도 듣고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난 감사의 표시로 직접 싸인 한 책 두 권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학교 측의 배려로 교내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을 수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와 다음날 있을 특강 준비를 했다. 원고는 미리 써서 출력해 왔지만, 실제로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은 부족했다. 많이 긴장되는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미리 연습을 해야 마음이 안심될 것 같았다. 생수병을 마이크 삼아 목소리와 발성을 살펴가며 원고를 읽었다. 30분짜리 원고다 보니 금세 목이 텁텁해져서 오래 읽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내일 컨디션을 위해 일찍 잠들기로 했다. 잠시 엎드려 내일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짧은 기도를 드리고 잠들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인지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 떴을 때 새벽 3시 였다.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붙이고 얼마 뒤 깨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새벽 4시었다. 결국 6시가 되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른 아침이지만 밖으로 나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캠퍼스를 산책했다. 어제 밤 어두워서 보지 못한 캠퍼스의 모습을 제대로 구경 할 수 있었다.

 

한동대의 아침 모습
한동대의 아침 모습

학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오후 특강을 하기 전, 오전에는 포항에 있는 브솔시냇가라는 복지 기관을 방문하기로 되어있었다. 이곳은 정신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을 위한 클럽하우스, 혹은 정신재활시설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기관을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마침 교수님께서 특강 전에 이곳도 방문해 주시기를 요청하셨고, 내게도 좋은 경험의 기회라 여겼었다.

브솔시냇가 건물에 들어가는 순간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의 방문에 맞춰 손수 환영 플래카드를 만들어 환영해 주신 것이다. 마중나온 당사자 분들도 오래 기다리셨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브솔시냇가에서..
브솔시냇가에서..

 간단한 시설에 대한 소개를 받고 시설장님의 요청으로 브솔시냇가에서도 간증을 하게 됐다. 다행히 마침 한동대 특강을 위해 준비한 원고를 갖고 있었다. 스무 명의 당사자와 직원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난 담대하고 차분히 원고를 읽어 나갔다. 중간 중간에 사람들의 반응도 살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원고를 읽어 나갔고, 발표를 마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내 간증에 있는 경험과 내용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비슷해서 이야기가 와 닿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환대 속에서 간증을 마치고 다시 한동대로 이동했다.

카페에서 드디어 날 초대해 주신 교수님을 만났다. 첫 만남이지만 어색함이 없었고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드디어 강의실에 들어갔다. 교수님이 맡으신 정신보건사회복지 수업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교수님의 소개가 이어지는 짧은 시간동안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도 나를 탐색하는 것 같았고, 나도 긴장을 풀기 위해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분위기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교수님의 소개를 마치고 드디어 강단 위에 섰다. 마이크를 잡고 준비한 원고대로 간증을 겸한 특강을 시작했다.

한동대 정신보건사회복지 특강
한동대 정신보건사회복지 특강

“전 오늘 <내게 조현병은 축복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게 된 이관형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의 환영하는 박수가 이어졌고, 난 자연스레 강의를 이어 나갔다.

“여러분은 어젯밤에 잠을 잘 주무셨나요? 10여 년 전, 저도 여러분처럼 대학생일 때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약에 취하지 않고 자연스레 스르르 잠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하나님께 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 소원은 이루어 졌을까요? 결국, 제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지금도 약을 먹어야 잠들고, 약을 타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제겐 그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렇게 30분 동안 발표를 하면서 중간에 학생들의 표정과 눈빛을 살폈다. 이번에도 역시나 심각하고 진지했다. 다만 확실히 집중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발표를 마치고 학생들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이후 40분 동안 꽤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도 그 친구를 용서했는지? 가족들과의 사이는 어떤지? 책을 쓴 계기부터 현재 하는 일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답했다.

하지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도 많았다. 지금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아파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 할 수 있을지? 물어보는 질문에는 흔쾌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도움이 되는 답변을 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특강을 들은 한 학생이 소감문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특강을 듣고 눈물을 겨우 참았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슬퍼서가 아니라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겉으론 어리고 밝은 학생들에게도 나와 같은 아픔이 많았을거라고 느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은 한동대에서 특강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한동대 학생들이 현장에 나갈 때, 나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경험이 그들에게 좋은 도전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어 훌륭한 상담사로, 복지사로 성장해 줄 거라 믿는다.

otb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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