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사랑한다고 기어이 말한 후 너는 스페인으로 떠났다.
안녕, 여기는 스페인이야. 마드리드의 동키호테 길을 걸었어.
왜 아름다움이 멀리서만 환하게 불밝히며 찾아오는지 이곳에서 느끼고 말았어.
나는 왜 너에게 기필코 사랑한다는 전언을 남긴 것일까. 뒤돌아보면 다 부질없는.
우리에게도 통곡의 벽이 있다면 거기 벽 앞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울 수도 있을 텐데. 우리에겐 그 고통의 벽이 없잖아.
사하라 사막을 건너가는 눈 먼 낙타 한 마리.
꼬리로 자꾸 모래바람을 때리고 있다.
어서 가자. 어리석었던 시절 다 보내고 이제야
먼 길 떠나는 그대.
이 세계는 변하는 것 투성이야. 하나 정도는 변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당신을 사랑했다는 말도 어쩌면 거짓말이었을지도 몰라.
사랑이라고. 사랑이 왜 멀리서만 보여지는 거냐고.
나는 몸이 아파. 애인이 말했다.
가을이 오면 늘 아팠어.
다시 모래사막을 걷는 낙타여
오래 견디라. 오래 견디는 것만이 아름다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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