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오후 10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제1화가 방영됐다.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근거없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조장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방영분에서는 조현병을 경험하는 당사자가 명백하게 위험하며 자기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묘사됐다. 게다가 갑자기 정신과적 증상이 올라오며 폭력적인 모습을 그대로 '폭발'시킨다. 마치 암흑의 존재가 자기 내면의 광기를 제어하지 못한 채 '폭발'함으로써 극중 긴장을 유발하는 판타지 영화처럼.
실제로 조현병을 경험하는 당사자들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과적 어려움으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위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반대의 연출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교묘한 극중 설정이자 실소를 자아내는 연출인 셈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사회적 장애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여우각시별 제작진은 정신질환자를 '제어할 수 없는 존재' '폭력적인 존재' '위험한 존재' '인지능력이 결여된 존재'로 묘사해 사회적 장벽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아니 더욱 부추겼다.
해당 방영분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한 시청자게시판 의견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정식으로 요약된다. "제대로 알고 극을 구성하라." 극을 만들 때 좀 더 연구하라는 것이다. 무엇을 연구하는가? 조현병을 제대로 알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신질환을, 약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연출가의 왜곡된 의식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제대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시청자가 드라마 연출을 우려하고 배려하는 이러한 친절한 호의를 SBS 제작진은 현재 의도적으로 묵살하고 있다.
그들은 사과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겉으로만 죄송'하다는 태도다. 미디어가 일반에 끼치는 영향력을 하나의 '특권'으로 생각하는 '미디어 갑질'의 파렴치한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적 장벽과 두려움에 기인한 신화적 조성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살 권리를 위협하고 박탈하는 극악무도한 폭력이다. 게다가 약물을 먹이면 모든 위기와 긴장이 해소될 것이라는 일종의 판타지/신화적 해법. 약물이 '절대반지'로 소환되는 21세기 대한민국 드라마 판타지의 민낯이다. 그 민낯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