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 “당사자 스스로가 병의 주인이 되는 실천 모형 필요…사회적 약자로서 협동해야”
이용표 “당사자 스스로가 병의 주인이 되는 실천 모형 필요…사회적 약자로서 협동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0.17 1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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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약물 처방 낮은 사회가 회복률·사회생활 참여율 높아
오픈 다이얼로그, 대화에 의한 치료와 회복
약물 처방 없는 정신증 회복 실천방안 강구해야
정신건강복지센터 국공립병원이 위탁해야
대상화됐던 존재에서 자기 병의 주인이 되야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하면 통합적 복지체계 수립 가능
정신건강복지법은 복지의 내용 부실
탈원화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제공의 문제
내 수업의 원칙은 학생들이 당사자를 만나게 하는 것
당사자와 프로그램적 만남보다 일상적 삶 함께 했으면 해

그는 비주류다. 비주류가 역사적으로 고정된 게 아니라서 주류로 올라설 개연성은 있지만 어쨌든 현재의 그는 비주류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의 문제가 굳이 정신장애인 운동 차원이 아니더라도 ‘휴머니스트’라면 누구나 감금과 통제에 대해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그에게는 하나의 ‘운명’이었다고 한다.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가로 생활하고 싶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이제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지만 여전의 그의 관심은 정신장애인들을 감금한 정신병원의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정신장애인의 복지 서비스를 지원받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게 하는 제도 개선에 있다.

삶이란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길로 갈 수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고 부른다. 삶이 놓여 있는 한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현상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결정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삶을 배우게 된다.

이용표(57) 가톨릭대 교수는 정신장애인들이 이 같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건 보통 사람이라면 새로울 것이 없는 삶의 자세이지만 정신장애인은 이 당연한 삶마저 해체되고 거부되어 왔다. 정신장애인이기에 소외되는 게 아니라 정신장애인이기에 상호부조하고 당당히 살아가기. 그걸 그는 꿈꾼다.

이 교수는 최근 일 년 간의 안식년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캠퍼스에 은행잎이 하나씩 떨어져내리던 날의 오후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마인드포스트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마인드포스트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유가 있습니까.

“운명적인 거 같은데요. 내 성향이 책상물림형이 아니라 현장지향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복지학이 구체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실천지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생물학적 원인론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항정신성약물의 궁극적 치료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생물학적인 원인을 가정하는 학문이 지배적인 권력을 가진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이해되고 보이는 측면들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패러다임이 압도적인 사회가 정신장애인 문제를 감금 이외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대안들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회구조적인 문제, 사회문화적인 것들, 관념이 만들어내는 당사자들의 정체성 문제 등을 복합적인 관점 안에서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약물처방이 과도한 건 아닌지에 관해서도 성찰해봐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0년대에 정신장애인에 관한 약물복용량이 낮은 국가와 높은 국가를 비교했는데 약물 처방이 낮은 국가들이 회복률과 사회생활의 참여 등 측면에서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또한 최근에 대안적인 실천방법으로 핀란드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 방식이라든가 일본 베델의집 방식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정신장애인들이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오픈다이얼로그를 배우고 오셨습니다. 오픈 다이얼로그란 뭡니까.

“오픈 다이얼로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대화에 의한 치료와 회복입니다. 열려진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신뢰하는 사람들 간의 합의에 의해서 약물 복용, 혹은 회복 계획을 수립할 경우 예후가 좋다는 결과들을 핀란드에서 계속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위기 상황에서 병원에 오면 진정제를 놔서 푹 재우고 맞는 약을 찾고 이런 과정을 거치죠. 그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일 때 그가 신뢰하는 친구, 가족, 자기가 이전에 만났던 치료자들이 모여서 당사자가 지금 호소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약물이 아닌 방법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가. 그 다음에 어떤 방법으로 치료나 회복을 도모할 것인가를 대화를 통한 참여자간의 합의로 토대로 결정하고 행동함으로써 초기 위기들을 견뎌내는 방법인데요.

보통 조현병은 증상이 6개월 정도 나타나야 확진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의 경우 일 년 간 데이터를 보면 신규 조현병 발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2010년 이후에 나옵니다. 정신증 스펙트럼이 발생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 사람들이 정신증이 발생했지만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진단을 내리지 않는 겁니다. 정신증 상태가 6개월 동안 지속되지 않고 약물 처방 없이 그 상황들이 개선됐기 때문에 확진하지 않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에 정신증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2010년 이후에도 핀란드에서 유지가 되고 있는 거죠. 그게 논문의 형태로 발표되면서 현재 스웨덴, 특히 영국에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북유럽을 중심으로 약물처방 없는 정신증 회복 이런 실천 방법들이 조금씩 확산돼 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권장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고요.”

-지역사회 오픈 다이얼로그 적용방안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을 일반 사례 관리에서 위기지원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현재 정신보건센터는 약물 복용 여부를 체크하고 안 좋은 상황이면 병원에 의뢰하고 그것들이 활동의 중심입니다. 한 지역에 (조현병 환자) 500명이 있다면 일정 시점에 열 명 스무 명 정도 위기를 경험하고 또 낫고 또 위기 경험하고 이렇게 살게 되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케어하지 못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만드는 시스템이 아닌가 하고 저는 봅니다.

위기 상황 때 이 분들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만약에 위기 상황에 센터가 단지 병원으로 이동하는 거라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할 이유가 별로 없죠. 바로 연락하면 되니까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실체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내가 위기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등록시키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 내 친구 아무개, 내가 평소에 만났던 복지사를 등록해 정해 놓고 위기 시에 그들이 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가 원하는 것이 괴로워서 병원에 가고 싶은 것인지 위기를 극복할 어떤 도움을 원하는 건지를 듣는 거죠.

(c)마인드포스트
(c)마인드포스트

단지 약을 올리는 거 외에 다른 도움들도 충분히 있습니다. 누군가 밤새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든가. 그래서 오픈 다이얼로그가 가진 신념은 정신장애가 생물학적 질병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 관념들로 정신장애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모여서 당사자한테 새로운 관념을 대화를 통해 만들어주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전환을 하면 국가 전체의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게죠.

또 우리가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거는 내가 누구를 방문한다고 해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아니죠. 위기사항에서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할 수 있을 때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분들이 지역사회 안에 자원들을 동원해서 이 분들을 안정시키고, 특히 야간의 경우에는 어떤 지역의 어떤 병원과 협력관계를 만들어서 가능하면 자의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문가의 일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기 힘들 때는 내가 상태가 안 좋을 때 의사결정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누군데 이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하면 나는 따르겠다라는 것들을 등록하게 하는 거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당사자들에게 등록을 하게 한다면 내가 위기 때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면 당사자들이 등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한 달에 몇 번 만나는 것은 실적(實績)의 대상화가 되는 거죠. 몇 번 만났냐, 이런 것들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평가하던 시스템 안에서는 대상화되고 자기결정의 문제, 자존감의 문제, 인권의 문제들은 사라져 버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탁을 정신병원이나 그 운영법인에 하는 것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과 병원 운영은 이해관계가 상반된 체계입니다. 예를 들면 A라는 병원에서 파견된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지역사회 정신보건을 훌륭하게 수행을 해서 당사자들을 입원시키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잘 살게 되면 그들을 파견한 입원 병실을 가지고 있는 병원은 입원 병실이 비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병원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잘 살게 하려는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을 거라는 거죠. 그렇다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국공립병원에 위탁하거나 입원병실이 없는 병원이 위탁하는 겁니다.

입원 병실을 가진 병원들에게 위탁을 하게 되면 그런 문제가 드러나는 거죠. 지금 정신의료계의 권력에 의해서 이 불합리하고 왜곡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되고 강제입원율이 36%로 떨어졌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신규 비자의 입원 발생에 대해서 비율이 나타난 겁니다. 그렇지만 이미 비자의라는 방식으로 입원돼 있는 그 많은 인구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고 있지 않거든요.

전체적으로 현재 입원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입원했는지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80%가 넘을 거 같아요. 위기 때 들어가고 나오고 이런 순환이 된다면 아주 의미 있는 수치가 되는데 지금처럼 비자의 형식으로 입원된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입원만을 가지고 우리가 그 수치에 대해서 과대평가를 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도 베델의집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까. (베델의집은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 마을에 있는 정신장애인 공동체 지역을 의미한다-편집주)

“베델의집이나 오픈다이얼로그는 하나의 실천방법입니다. 그런데 베델의집이라는 시스템은 일본의 장애인종합지원법의 시스템이 지역사회에 적용이 된 겁니다.

베델의집이 많이 알려지게 된 거는 당사자 연구를 통해서입니다. 병적 증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대상화되고 수단화됐던 삶에서 스스로 분석하고 집단적인 노력으로 증상을 꼭 없애려는 것 보다는 증상이 있지만 행복하게 어떻게 사는가를 고민하는 거죠.

베델의집 슬로건 중에 ‘병을 되찾다’가 있어요. 대상화됐던 존재에서 자기가 병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특정한 약물을 어느 정도까지 먹고 있는데 사라지지 않는 증상은 생물학적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왔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있고 배고플 때 그렇게 우울한 게 나타나면 친구를 만나고 같이 밥 먹고 하면 극복하는 거죠. 상호부조를 통해서 살아가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정신장애인들끼리 협동과 단결을 촉구하고 병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요. 이렇게 사는 실천 모형들은 꼭 한국에서 실현됐으면 하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자각을 해서 장애의 영역 안에서 균형적인 지원 제도들이 수립되면 베델의집 모델은 용이해지겠죠.

다만 그런 제도적 요건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협동을 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이념적인 신념들을 갖고 있지 못하면 (어렵겠죠).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잖아요. 똑같은 서비스지만 그들의 잠재성을 인정하고 하는 서비스와 내가 하는 걸 따르라는 서비스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사자들의 잠재력과 인권에 기반한 실천 정신들(이 필요하고) 당사자 스스로가 병의 주체가 되는 실천들을 한국사회에서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이고 기초생활수급권자면 직업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 문제는 일본의 경우 제도적으로 해결됐습니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도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면 계속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수급자도 줄어들고요.

일본의 경우 장애인 정신장애인 수첩을 소지한 사람에 대해서는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그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이 도입돼야 합니다. 그래서 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직업을 갖는 걸 회피하는 모순을 그 제도를 통해서 막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미국 1960년대 대규모 탈원화 이후 탈원한 정신장애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미국의 탈원화 과정을 보면 1960대 후반에 노인들이 먼저 병원 밖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초기에 탈원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볼 때 노인들이 다시 너싱홈(nursing home·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으로 옮겨가니까 장소만 이동한 게 아니냐 고 지적해요.

그런데 1970년대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이들이 나오게 된 이유는 미국이 보충적 소득보장제도가 만들어지면서입니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최소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70년도에 시작이 된 거예요.

탈원화가 의료적으로 보면 약물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은데 미국 역사를 보면 1970년대에는 노인들이 메디 케어라는 제도가 시행돼서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지역사회 소규모 시설에서 바로 문 앞에 가게가 있고 슈퍼가 있는 동네에서 간병받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제도가 만들어지니까 노인들이 대거 나온 겁니다.

보충적 소득보장제도가 있기 전까지 젊은이들은 밖에 나오면 먹고 살 길이 막연하잖아요. 근데 지역으로 나왔을 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생기고 지역사회에 살 근거가 생긴 거죠. 결국은 탈원화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복지제도가 얼마만큼 수립돼 있느냐 이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약물 때문에 탈원화됐다면 지금까지 감금돼 있던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명이 안 되죠.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복지라는 용어가 들어갔는데 실제 법뿐만 아니라 내용으로 이걸 담보해 주면 탈원화는 훨씬 촉진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c)마인드포스트
(c)마인드포스트

-그런데 노숙자나 범죄인이 될 확률도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2006년 기준 미 주립교도소 재소자의 56%, 구치소 수감자의 64%가 정신질환자로 진단됐습니다. 이 문제와 탈원화는 어떤 고리를 갖는 겁니까. 단순한 인프라의 문제인가요.

“북유럽과 비교하면 미국 사회는 그런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사회안전망을 유럽하고 미국하고 비교하면 미국의 사회안전망이 훨씬 약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범죄가 발생하는데 그런 범죄율과 노숙에 관한 것들도 좀 더 복지확충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범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막는 것은 복지제도의 확충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정신질환이 아닌 사람들도 얼마든지 노숙자가 됩니다. 이들을 우리 사회가 항상 가둬놓아야 하는가, 그건 아니죠.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대해서만 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거고. 탈원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핑계를 만든 것 같아요. 우리가 더 많은 복지제도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복지법 15조는 반드시 건드려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옹호집단들이 초점을 맞춰가지고 개정해야할 법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이는 환자이면서 장애인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장애인한테 주는 서비스와 환자로서 주는 정신보건체계 서비스 양쪽을 다 받을 수 있는 건 당연한데, 장애인복지법 15조가 행정적으로 과잉 해석을 해서 환자로서 받는 서비스 이외에 장애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통제하는 목적으로 잘못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폐지돼야 되고 이 조항이 폐지되어야만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체장애인들에 대한 통합적인 복지체계 수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빈곤 가정, 빈곤 계급의 당사자일수록 장기입원은 더 강화됩니다. 의료급여 환자도 그렇습니다. 이 첨예한 모순을 풀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요.

“아까 미국 역사에서 봤듯이 탈원화는 병적 증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조건들의 문제가 훨씬 중요한 변수이고 동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수급자일수록 지역사회에서 버틸 수 있는 복지 기반이나 삶의 기반이 약하니까 나올 수 없죠. 가족들도 케어 부담이 너무 크니까 쉽게 강제입원에 동의를 하게 되고요. 점점 악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건 모순이라기보다는 복지제도 미발달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성년후견인제도는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관련해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국가에서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공공후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저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 제도가 정신병원에서 자기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본인의 의사와 달리 장기적으로 입원해 있는 분들한테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지역사회에서 사는 사람들도 입원이라든가 신상에 대한 자기결정권들을 보장하기 위해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현재 법원이 정신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들이 후견 신청을 하면 한정후견으로 판결하는데 한정후견은 상당히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을 많이 제한하는 판결입니다. 그렇다면 특정한 경우에 후견을 하는 특정후견제도나 내가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사전의료 및 보호 의향서 같은 제도들이 활성화되면 당사자들의 강제입원의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년후견제도는 바로 그런 것들의 가능성을 다 열어줬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인권보호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습니까.

“발달장애인법하고 비교하면 복지의 내용이 너무 부실합니다. 올해 커뮤니티케어를 하면서 새 정부가 내년에 획기적으로 발달장애 예산을 늘리고 있는데, 정신장애 쪽은 예산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발달장애인과 유사한 수준의 복지서비스 제도들이 법안 안에서 보장이 되는 게 급선무인 거 같고요.

입원 제도는 오히려 법의 원안에 충실한다면 강제입원에 대한 인권은 굉장히 많이 보호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후퇴한 측면들이 있는데 우리가 운동을 통해 원안대로 가도록 애를 써야 하는 부분이고요.

가장 급한 건 아까 미국의 역사에서도 보면 탈원화는 결국 지역사회에서 삶의 기반, 복지 서비스 제공의 문제인데 그런 것들이 담보되는 법으로 가거나 만약에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다시 만들어야 될 거 같다고 생각됩니다.”

-대통령 직속 정신장애인 탈원화 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인 부처 수준에서 정신장애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저는 안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을 올리는데도 기득권자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했고 그래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두고 후퇴한 부분도 많고요. 부처 수준에서 거대한 기득권 집단들의 힘을 조정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봤고요. 그렇다며 결국 정신장애인 인권과 삶에 대한 국가적인 의지가 표현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 봤습니다.”

-정부에서 관심이 없죠?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힘의 역학관계에서 부처가 그걸 이겨내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기득권자들의 반발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정신병원이 이탈리아처럼 다 폐쇄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탈리아의 전례가 우리한테 주는 교훈은 감금 병동이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정신장애인들을 장기적으로 감금하는 게 전 지구적으로 당연한 제도인 것처럼 여겨져 왔는데 한 국가가 깼잖아요. 종합병원 안의 소규모 병실에서 입원 기간을 일주일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을 하고 1980년 이후에 이것들을 잘 유지해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큰 사회적인 소요 없이 지금과 같은 감금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한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급진적이라 생각하십니까, 혹은 비주류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전혀 급진주의자가 아니고요. 저는 정신장애인의 감금에 반대하는 거고. 그 다음에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강제입원에 의해 장기간 감금하는 데 반대하는데 이건 휴머니스트들도 충분히 반대할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주류와 비주류는 역사적으로 항상 바뀔 수 있는 건데 현재 상황에서는 비주류이겠죠.(웃음)”

-정신장애인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많이 드십니까.

“맨 처음에 복지사가 됐을 때 저도 사회가 구성해 놓은 선입관을 다 갖고 있었겠죠. 그렇지만 대학 졸업하고 1990년 태화샘솟는집에서 6개월 정도 근무했을 때 세상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대해 정말 많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6개월 정도 근무하고 나니까 일상적으로 만나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동네 지원주택에 계신 분들이 힘들다고 하면 쫓아가 보기도 하고 주말에 같이 등산을 가기도 하고 하는데 이제는 같이 축구 모임, 합창단, 또는 지역에서 프로그램이 아닌 저녁에 모여가지고 같이 노래하고 음식도 좀 만들어 먹고 이런 것들을 같이 하고 싶어요. 또 후배 사회복지사들이 지역 안에서 공식적인 프로그램 관계보다는 일상의 삶을 같이 사는 삶들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c)마인드포스트
(c)마인드포스트

-공부하시면서 학문하고 현실하고 괴리감이 많이 없습니까.

“정신장애와 관련해서는 어떤 교과서나 우리가 갖고 있는 텍스트도 정신장애인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매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주로 교과서도 정신장애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제도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되어 있는가, 실천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이론에 기반해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가 이런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정신보건사회복지의 수업의 원칙을 당사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서 그분들의 집을 방문하게 하고 이야기하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정신장애를 이렇게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걸 수업에 같이 해 왔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텍스트가 정신장애인들의 진짜 삶을 제대로 드러내거나 반추하지 못하고 있는 거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신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역에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국가 복지 여건이 안 갖춰진 가운데 독립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애쓰는 분들인 거 같아요. 일단 동료들하고의 좋은 관계가 삶에서 중요한 몫이라는 걸 인식하시고 같이 사는 삶을 추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세상 바깥에서 정신질환이라는 고통 안에 머물지 말고 그 고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하는 활동들에 좀 더 참여하셨으면 합니다. 함께 산에 가거나 같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거나 이런 활동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당사자들의 그런 결집된 힘들이 결국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 안에서 마인드포스트도 대개 역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마인드포스트는 분명히 한국 사회의 정신장애인 운동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흔적입니다. 당사자들께서 매일 마인드포스트를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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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결 2018-10-17 23:52:04
많은 지점에서 공감이 됩니다. 많은 정신장애 당사자 분들이 억압된 굴레를 벗어던져 정신보건체계를 개혁하고, 약물만 우선되는 것이 아닌 지금 내 삶에 도음이 되는 회복 실천에 큰 길잡이가 되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대한 내용을 잘 풀어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