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호자는 서비스 사용자의 목소리를 찾게 해 주는 역할해야"
“옹호자는 서비스 사용자의 목소리를 찾게 해 주는 역할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0.22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IMHA(정신건강독립적 옹호)는 당사자 권리 보호
IMHA, 목소리 못 내는 이들을 도와야
당사자가 스스로 관점을 표현하도록 도와
日, 자기결정권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게 ‘당사자연구’
절차보조사업은 자기결정권 북돋워주는 수단
당사자 위기 시 경험은 ‘처벌에 대한 기억’
신뢰받는 이가 이야기하도록 도와줘야
복지부, 절차보조 시범사업에 6억 투자
동료지원가 제도화하는 방안 마련할 것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치료 목적의 입원 및 퇴원 과정 지원 목적의 절차보조사업 토론회가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주제 발표에 나선 캐런 뉴비깅 영국 버밍엄 대학 교수는 영국에서 진행되는 IMHA(정신건강 독립적 옹호)에 대해 설명했다.

IMHA는 2007년 정신보건법에 속하는 이들에 대한 옹호의 한 유형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도입됐다. 병원에 입원된 사람들과 지역사회치료명령 대상에 속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캐런 교수는 “IMHA는 환자들이 속해 있는 법적 조항, 주어진 권리와 보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원조하고 이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정신건강 종사자들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IMHA를 이용할 권리를 포함해 권리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IMHA의 권한은 우선 병동과 병실에 접근해 정신장애 서비스 이용자를 사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또 서비스 이용자가 요청할 시 종사자와의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경우 관련 기록 또한 열람이 가능하다.

“영국의 체계는 IMHA를 통해 요건이 되는 환자들을 도와준다. 서비스 사용자들에 대한 권리를 설명하고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병실을 방문해 방해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고 미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법에 명기돼 있다.”

캐린 교수에 따르면 잉글랜드의 경우 정신보건법에 따른 입원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정신보건법은 28일까지 입원이 가능하고 필요할 경우 6개월까지 입원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비스 이용자가 정신병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잉글랜드도 자발적 퇴원을 원하면 ‘협박’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유의지로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설득당해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케런 교수의 설명이다. 이 경우 서비스 이용자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내 의지와 반해 입원 치료되면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때론 권리를 침해당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서비스 이용자는 침묵을 선택받는다. 건강보건과 관련해 침묵당하고 폭력과 학대의 경험에서 침묵을 선택 당한다. 인종차별을 당하고 내가 동성애이기 때문에 혐오를 겪는다. 성차별을 당했다든지 빈곤 상태라든지 이 모든 것에 침묵을 강요받는다. 정신질환자가 이성적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 무시당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

케런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를 못 내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며 “평등하게 서로 지배하지 않고 옆에 같이 있는 것, 동료처럼 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MHA와 관련해 “서비스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판단 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옹호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나 스스로의 옹호를 그 사람이 다 해주는 게 아니다. 옹호자는 그 서비스 사용자가 자신감을 갖고 목소리를 찾게 해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IMHA의 도입은 1983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에 대한 전면 검토에서 출발한다. 인권 단체와 당사자들은 개정안에 ‘옹호’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고 2005년 정신능력법에서 능력이 부족한 자에 대한 독립적 정신능력 옹호(IMCA)를 도입하게 된다. 이후 2007년 정신건강법 개정법에서 IMHA가 포함되고 2009년부터 현장에 도입된다.

케런 교수는 IMHA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 대해 ▲접근 가능하고 ▲서비스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으며 ▲당사자가 스스로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서비스 이용자들이 보호와 치료에서 의사결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지지하며 ▲회복으로 가는 길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카이야치 일본 홋카이도의료대학 교수는 베델의집 활동의 핵심인 ‘당사자 연구’를 소개했다. 40년 전 그는 홋카이도의 우라카와 정신병원에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조현병 당사자들이 겪는 부당한 사회적·의료적 상황에 대해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장기입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자기결정권지원도 그 고민 속에서 나왔다.

“당사자들은 스스로 병으로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자기가 결정 못하고 주변 사람이 판단하는 게 일본에서는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동료들 중에는 사람들이 웃는 것만 보면 자신에게 화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또 안녕하세요라고 얘기하면 돌아가라고 느끼는 이도 있다.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 게 연구하는 것이었다.”

무카이야치 교수는 “지금까지 당사자는 병을 치료받는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같이 협동하고 연구해서 이런 과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생각으로 이 연구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활동을 통해 조현병을 가진 이들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같이 이해하고 당사자의 상태를 사회적으로 지원해 나가자는 것”이라며 “폐쇄적인 게 아니라 공동체가 문호를 열고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장애인이 위기 시 경험한 것은 ‘처벌에 대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더 자극을 한다.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도망갈 수 없는 궁지로 가면 광분한다. 그 순간 당사자는 섬처럼 외톨이가 된다. 한국사회 보건의 역사는 기승전 병원이었다. 그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었다. 강제로 끌려가면 의사결정권을 완전하게 박탈당한다. 신체를 완벽하게 구속하는 거, 이것이 한국 정신보건의 위기 대응 역사였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신체장애와 달리 인생의 문제들이 개입돼 있고 복합적”이라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서려고 하지 않으면 내가 하려는 행위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입장을 당사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가장 많이 아플 때)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그가 의식이 없는 건 아니다. 흥분해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은 귀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동료지원 제도가 중요한 것도 이런 같은 입장의 사람이 가지는 공감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정신장애인 옹호지원센터의 설립을 주장했다.

“정신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전문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전문가들이 절차보조를 만들면 우리가 믿을 수 있을까. 당사자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의 지불을 예방하는 길이다. 정신장애에 집중적 옹호 서비스가 되는 당사자 옹호지원센터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보조 사업은 자기결정권을 북돋워주고 단순히 퇴원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힘들면 얘기를 들어주고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자의입원을 당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싫다고 거부의사를 밝힐 때 변호사를 선임한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무조건 이 당사자 편을 든다. 그가 자타해 위위험이 있으므로 입원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변호사 윤리 위반이 된다. ‘무조건적으로’ 당사자 입장을 옹호해야 한다.

이후 중립적인 판사가 그의 입원 유무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의사의 말만 듣지 않고 당사자를 옹호해 입장을 피력하게 된다면 당사자가 입원하게 돼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게 된다. 자신을 강제입원시켰다는 원망이 생길 경우 이는 가족관계의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 교수는 “공급자 측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 측에 절차보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서비스 제공은 입원 전 단계, 치료 단계, 퇴원 단계에 절차보조 사업이 제공돼야 한다. 동료지원가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하늘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지부 절차보조 사업을 소개했다. 이 사업에 6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신 사무관은 “사업 목적은 정신질환자가 치료 과정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 공모를 통해 3개소를 선정하고 이후 2억 원씩 배분한다. 이번 달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7월부터는 본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자는 비자의입원한 당사자로 급성기인 2주가 지난 뒤 의사소통이 이뤄질 때인 2주에서 1개월 사이의 당사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된다. 지원 내용은 정보 전달, 의사표현 지원, 각종 절차의 지원, 동료지원으로 나뉜다.

신 사무관은 “퇴원을 준비할 시기가 되면 절차보조 사업에서 퇴원 후 치료계획과 지역사회 연계 수립을 지원하게 되고 사례 관리에 연계되도록 하고 동료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료지원과 관련해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료로서 이해와 공감, 치료과정을 이겨내는 응원과 격려, 자조모임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지역사회에서 동료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사업 내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동료지원가는 제도화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신 사무관은 “동료지원가가 제도화되거나 예산이 잡혀 있지 않지만 본 사업을 수행하면서 제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회복된 당사자로서 국가가 정하는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사람으로 제도화하는 교육 과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박재우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정책위원은 “의료기관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면회의 자유”라며 “입원 중인 정신질환자의 권리 옹호를 위해서는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는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차보조 사업을 통해 입퇴원 단계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관철시킨다 할지라도 지역사회에서 대안적 지지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당사자는 입원이라는 의사 결정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절차보조인 사업은 이를 법제화하거나 복지부 지침을 통해 제도적 지원이 돼야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절차보조인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 과정과 인증 제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절차보조 사업을 시행 중인 서구의 정신보건 체계는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입원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허용하는 현행 법 체계에서 보호의무자의 역할과 권한이 절차보조인과 상충될 수 있어 의료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절차보조인 지원은 의료기관과 협력을 통해 진행돼야 하며 동료지원가의 참여가 당사자의 회복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료지원가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발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회복의 정도에 대한 평가 및 교육 과정은 필요하며 교육을 마친 후에도 적절한 수퍼비전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1인이 60명의 환자를 보는 상황에서 절차보조 서비스 도입의 관련 기관의 행정적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법 개정 전 시범 사업 단계에서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고 민간병원의 경우 자발적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상희 국회의원,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수원마음사랑,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 당사자·가족단체협의회,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가 주관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