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보조사업은 당사자 권익옹호기관이 수행해야”
“절차보조사업은 당사자 권익옹호기관이 수행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0.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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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입수, 복지부 사업계획안 분석
정신병원이 위탁한 광역센터에 이익되게 구성
동료지원가는 사업팀 말단자리에 구색맞추기 불과
비자의입원자에게만 자격…자의입원자도 해당돼야
치유가 아닌 기득권 의료시스템의 확장에 불과
현재까지 9개 기관·단체가 비판 성명서 지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정신장애인 절차보조 시범사업이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권익 옹호와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마인드포스트>가 입수한 복지부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 계획’(이하 시범사업)에따르면 복지부는 사업 목적으로 ‘정신질환자가 입원 치료 과정에서 치료의 필요성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절차를 보조해 치료과정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했다.

또 정서적 지지를 통해 치료과정을 잘 이겨내고 퇴원 시에도 지역사회의 지속적 치료를 연계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

시범사업은 사업의 근거로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2항과 8항, 제4조 3항을 들고 있다. 이 법 제2조 2항은 정신질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8항은 법률적·사실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또 제4조 3항은 국가와 지자체가 당사자와 가족의 권익 향상, 인권 보호를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복지부, 8개월간 시범사업 후 본사업 계획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을 올해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총 8개월로 잡고 있다. 우선 사업단 구성 및 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교육을 11월까지 마치고 12월부터 서비스 제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시범사업 평가도 내년 5~6월에 진행해 7월부터는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소요 예산은 6억 원이다. 복지부는 참여 가능 단체로 비영리법인 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모두 3개소를 선정해 국비로 1개소 당 2억 원씩을 지원하게 된다.

시범사업이 종료되고 본 사업이 시행될 경우 각각 50%씩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서비스 대상자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비자의입원(강제입원)된 사람 중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서비스 신청 주체의 경우 당사자, 주치의, 보호자가 할 수 있다. 이 세 주체가 동의하면 서비스가 개시된다.

서비스 세부 내용은 입원과 재원 과정, 퇴원 준비기, 퇴원 등 나뉘어진다. 복지부는 강제입원 당한 이들 중 2주에서 1개월 이내의 당사자를 선발하게 되며 입원 기간 중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입원 기간 중에는 정보 전달과 의사표현 지원, 절차 지원, 동료 지원이 개입될 예정이다. 이어 퇴원 준비기에는 퇴원 후 치료계획, 지역사회 연계 계획을 수립해 지원하게 된다. 이어 퇴원 후 서비스 당사자를 사례관리에 연계하고 동료상담에도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서비스 대상, 비자의입원 환자로 한정

입원 기간 중 절차 지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재심사 청구, 처우개선의 심사 청구, 다른 정신병원으로의 이송 청구들을 설명하고 지원하게 된다. 또 비자의입원에서 자의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절차 안내를 돕는다.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 신청 안내와 후견인 선임 신청 안내 등도 계획에 포함됐다.

퇴원 후의 경우 당사자가 희망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을 연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외래치료도 연계하게 된다.

복지부는 절차보조사업단 선정 기준으로 정신질환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이나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사업 기관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사업을 수행할 경우 센터 내에 절차보조사업과 관련한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사업 선정은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수행 기관이 지정될 경우 지자체가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는 사업 수행 기관과 사업에 협조할 정신병원을 연계해 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절차보조사업단 팀 구성과 관련해 선정된 기관에서 총괄팀장격인 단장과 팀장, 팀원 1~2명 등 3~5인으로 꾸리고 이를 지원할 인력도 구성하도록 했다. 특히 단장은 비영리법인 및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존 직원이 이를 겸임할 수 있도록 했다.

팀 구성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팀장을 맡게 되고 그 하부조직으로 전문요원인 팀원 1, 동료지원가 팀원 2로 구성된다. 정신건강전문요원과 동료지원가가 2인 1조로 구성돼 서비스 제공을 하게 된다.

팀원 자격은 정신건강전문요원, 동료지원가, 정신건강증진사업 경력 2년 이상의 간호사·임상심리사·사회복지사에 국한된다.

특히 동료지원가는 회복된 당사자로써 국가가 정하는 교육을 이수한 사람으로 했다. 복지부는 아직 이 교육 과정을 개발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동료지원가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나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인권교육을 수료한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단체, 정신병원 위탁 광역센터 참여 말아야

단장 자격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나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 경력 5년 이상의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제한됐다. 팀장은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맡고 팀원1은 정신건강전문요원, 팀원2는 동료지원가 혹은 경력 2년 이상의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로 정했다.

복지부는 동료지원가의 경우 정신질환 당사자가 우선이지만 사정에 따라 정신건강전문요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가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절차보조사업과 같은 인권옹호 서비스는 정신병원과 이해관계가 없는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의 선정 기준이 정신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참여가 허용되면서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인력 구성에도 정신질환자 당사자는 주요 지위가 아닌 팀원으로만 활동하게 하고 모든 인력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권익 옹호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사업 주체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비영리단체를 병기했지만 당사자 단체가 절대 갖출 수 없는 인력구성을 제시해 실제적으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사업권을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복지부가 사업대상으로 비자의입원된 정신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신장애인 단체 측은 성명을 통해 “이 사업은 권익옹호서비스라는 본질이 호도되고 감금의 기득권자에게 사업을 부여해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자기결정권을 선언한 UN장애인권리협약과 정신건강복지법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의료기관은 권익옹호 전문성과 헌신성을 기반으로 수행돼야 할 이 사업에 쥐꼬리만큼 배당된 당사자 몫의 예산을 탐하지 말라”며 “복지부는 이러한 기득권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25일 현재까지 이 성명서에 참여한 기관·단체는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공감, 요한빌리지,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서울지부, 수원마음사랑 등 9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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