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절차보조사업, 이대로는 안 된다
[칼럼] 절차보조사업, 이대로는 안 된다
  • 김도희 변호사
  • 승인 2018.10.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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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책의 중요한 방향이 이렇게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지난 10월 22일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그 근거로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와 제4조를 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자신에게 법률적·사실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하여 스스로 이해하여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자등과 그 가족에 대한 권익향상, 인권보호 및 지원 서비스 등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하고 그 추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의 권리? NO, 국가의 의무!

이 문장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해당조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자의 권익향상, 인권보호, 지원 서비스에 관한 정책을 ‘자의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 아니다. 국가 등은 정신질환자 스스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즉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한 토대 위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다.

따라서 모든 정책이 그러해야 하고, 이번 절차보조사업은 특히 더 그러하다. 그것은 헌법재판소에서 구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절차의 위헌성을 다툰 ‘2014헌가9’ 결정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강제입원은 기본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 내지 박탈하는 인신구속의 성질을 가지므로 부당한 강제입원으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의 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당사자에 대한 사전고지, 청문 및 진술의 기회, 강제입원에 대한 불복, 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사법심사, 국가 또는 공적기관에서 제공하는 절차보조인의 조력과 같은 절차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강제입원 절차에 보조인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다

그런데 구 정신보건법은 이러한 절차들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즉, 강제입원 절차에서 정신질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보조인 등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헌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기초정신보건심의회의 심사나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만으로는 위법·부당한 강제입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기존에 지자체나 법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권보호 장치도 큰 실효성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이 통과된 지 어느덧 3년차이건만 새로 추가된 주거, 일자리 등 복지조항과 관련된 예산이 1원도 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보조사업만 예산을 받아낸 것은 필시 헌재 결정을 의식해서였을 터이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은 당사자우선의 원칙이 완전히 무시된,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정책이다. 행정편의적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대상자 선정을 비롯해 절차보조사업단 선정, 구성, 인력 사항 전반에 걸쳐 드러나 있다. 국가와 의료기관(요양시설),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강제입원이라는 문제적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해야 할 절차보조사업을 다시금 국가와 의료기관에 일임하고 있는 형국이다.

절차보조사업단 선정, 구성, 인력 모두 바뀌어야

우선 절차보조 서비스 대상자를 병원이나 시설에 입원·입소 중인 사람이 아니라 그 중에서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장애인이 의사결정능력이나 자기주장이 부족한 탓에, 그보다 본인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고 있지 않은 탓에, 자신이 무엇에 의해 입원되어 있는지, 무엇을 통해 퇴원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수 년, 수십 년의 시간을 폐쇄병동에서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서비스 제공 동의를 받고, 동의를 받은 사람에 한정해 절차보조를 한다는 것은 이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절차보조사업단을 정신질환자 권익보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사업 기관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자 권익보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법인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 그러한 비영리법인은 ‘거의’ 없다. 더구나 당사자가 주도하는 권익옹호 비영리법인은 ‘전혀’ 없다. 결국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맡겨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리고 여전히 대다수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의료기관에 위탁되어 있다. 점입가경으로, 지자체는 사업 수행 기관과 사업에 협조할 정신의료기관을 1개소 이상 매칭하게끔 되어 있다.

절차보조사업단 구성은 또 어떤가. 단장, 팀장, 팀원으로 이루어질 조직에서 결정권과 지휘권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1급 정신건강전문요원이다. 주축이 되어야 할 동료지원가는 팀원 중 한 명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것도 지역의 상황에 따라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으로 대체될 수 있고, 전문요원과 한 조를 이루지 않으면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다. 사업계획 내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역할로서 ‘동료지원가에 대한 지원, 슈퍼비전, 모니터링, 교육·훈련을 수행해야 한다’는 ‘※’표시는 동료지원가를 온전한 인격체으로 인정하지 않고 철저하게 증상인으로만 바라보는 당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동료지원가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이수하고 양성된 당사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증상을 잘 관리하고 맡은 일을 해내는 능력을 보여도 정책입안자의 눈에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 현실에서 어떠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무력감이 엄습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고유의 역할과 절차보조인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애초에 절차보조제도는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이나 시설에서 입·퇴원(소)시 동료지원가가 관여하여 그 절차를 보조함으로써 정신질환자들의 의사를 확인하여 대변해주고 권익을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독일, 영국, 가까운 일본 중 어느 나라도 이렇듯 절차보조제도를 관중심, 의료기관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지 않다. 정책의 부당함에 대해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사업과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로 복귀시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고유의 역할과 정신질환자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동료지원가 중심의 절차보조인의 역할을 구분하여 정책을 바로세우기 바란다.

김도희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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