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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신문 보도] 우린 범죄자가 아니라 단지 아픈 것뿐입니다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2018-11-07 20:12:27  |   조회: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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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범죄자가 아니라 단지 아픈 것뿐입니다

기사승인 2018.11.07  14:37:47


 

지난달 25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대낮에 행인을 흉기로 찌른 조현병 전력의 5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란에는 ▲조현병 환자에게 전자발찌처럼 하나의 표식을 줘야 한다 ▲환자들을 병원에 강제 입소시켜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청원이 올라왔다. 작년 8월 청원란이 개설된 이후,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청원은 100건 이상 올라왔다. 조현병 환자들은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만큼 위험한 존재들일까.

조현병에 대한 지식을 조현(調絃)하다

조현(調絃)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질병이다. 병의 증상은 주로 환각, 망상, 사고과정 장애 등의 양성 증상과 감정반응 감소, 의욕 감퇴, 사회적 위축 등의 음성 증상으로 구분된다. 조현병 환자의 60%는 우울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소외된 경우가 많다. 대한조현병학회에 따르면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1%이다. 즉, 지역이나 문화 차이에 상관없이 전체 인구 100명당 1명은 일생에 한 번 앓을 수 있는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8월 23일 발표한 조현병 진료 인원은 2013년 10만 3,280명에서 2017년 12만 70명으로 4년간 6% 증가했다.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의 명칭 변경은 진료인원 증가와 함께 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이뤄졌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조화롭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처럼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나온 조현병 관련 기사의 제목을 추출했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언론 보도

대중매체는 범죄와 조현병을 연결 짓는 내용을 계속해서 송출하고 있다. 대중매체가 조현병과 관련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정도는 지난 2016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2016년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밝힌 이후 조현병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보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조현병 관련 키워드가 담긴 기사는 2015년 68건에 불과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조현병과 관련된 기사가 151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7년은 상반기 기사 개수만 하더라도 89건의 기사가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권위는 해당 조사를 발표하며 “(조현병과 관련한)부정적인 기사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증가했기 때문에 대중의 인식에 더 안 좋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16년 이후 조현병과 관련한 기사의 제목은 ‘조현병은 위험하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담은 경우가 많다. 인권위의 해당 조사에서 조현병과 관련한 기사 제목을 추출해 비교한 결과, 2016년 이후에 ▲강제입원 ▲묻지마 ▲범죄 ▲살인 ▲우울증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단어가 더 많이 기사에 담겼다. 일례로 8월 16일 부산에서 한 피의자가 모친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일보,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이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해’라고 단정하는 제목을 달아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의 병력은 정신장애가 있는 것 이외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한조현병학회 소속 의사 A 씨는 “미디어가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담은 기사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며 조현병에 대한 포비아적 분위기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보도 양상과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근거는 없다. 2017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의하면, 정신질환자 범죄 중 강력범죄 비중은 9.71%로 비정신질환자 강력범죄 비중인 1.46%보다 높다. 그러나, 인원대비 전체 범죄율을 비교해보면 사실상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4%로 3.93%인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의사 B 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강력·흉악 범죄 사건이 실제로 조현병 환자에 의한 것일 경우는 극히 적다”라며 “매일 수많은 범죄가 발생하지만, 언론은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만 유독 확대해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 6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폭력적으로 조현병 환자를 묘사하는 드라마

최근 뉴스를 넘어서 드라마에서도 조현병 환자들을 폭력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바 있다. 8월 11일 방영된 드라마 <보이스 시즌2>는 조현병 환자가 폭탄을 제조하고 몸에 두른 뒤 지하철에서 인질들을 위협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정신당사자 대안언론인 마인드포스트는 “증상이 심한 경우 산수 문제도 풀지 못하는 조현병 환자가 고도의 과학 지식을 요구하는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10월 1일 방영된 드라마 <여우각시별>은 6시간 전에 약을 먹은 조현병 환자가 인천공항에서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약을 복용하지 않고 지내는 정신장애인들은 보통 3개월을 전후로 재발을 한다”라며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며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 이데올로기가 드러난 묘사”라고 비판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 되자 <보이스 시즌2>와 <여우각시별>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준호 교수와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철 교수가 저술한 ‘조현병 환자에서 폭력성의 관련 요인’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과 개인의 폭력성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해당 연구를 포함한 각종 국내외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대한조현병학회 소속 의사 A 씨는 “대중매체를 통해 조현병 자체가 위험한 정신질환이라는 편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우리를 빼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마인드포스트와의 만남

정신장애인들은 ‘당사자’라는 말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간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과 달리 당사자의 시각과 목소리에 주목하는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는 6월 11일 첫발을 내디뎠다. 마인드포스트의 편집국장이자 조현병 당사자인 박종언(48) 국장(이하 박)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Q 미디어에서 보이는 조현병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미디어는 사회를 향해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사물을 좋게도 볼 수 있고 나쁘게도 볼 수 있죠. 그런데 미디어는 이를 조작할 줄 압니다. 그 조작에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만약 정신장애인이 약을 안 먹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언론은 사회적으로 두려운 존재인 정신장애인의 위험성을 더 증폭시켜 대중에게 알립니다. 대중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죠. 미디어는 광기, 즉 정신장애라는 질병과 정신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본질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왜곡과 편견으로 나아갈 수 있죠.

Q 조현병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어떠한 점이 사실과 다르며 이러한 오해를 접할 때의 심정은 어떠신가요?

박: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은 일들을 벌이면 대중의 반응은 하나로 모입니다. 즉 ‘격리’ 이데올로기입니다. 정신장애인은 시민이나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이성(reason)을 갖추지 못한 열등한 존재로 치부됩니다. 그 열등한 존재가 사고를 쳤다는 건 건강한 시민사회에 이질성과 두려움을 던집니다. 따라서 정신장애라는 표상을 죽음의 이미지로 환치해 이들을 공동체 바깥의 세계로 격리, 배제해 버리자는 이데올로기에 기꺼이 동의하고 맙니다. 그런데 시민들을 향해 ‘정신장애인은 위험하지 않다. 그 위험성은 미디어가 만들어 낸 신화이자 허구’라고 해도 시민들은 이미 정신장애인에 대한 두려움을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쉽게 그 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정신장애인은 공동체 안에서 존재하지 않은 존재자로 머물다가 정신장애와 관련된 범죄가 발생하면 공동체 내부로 소환돼 비난받고 낙인 받습니다.

Q 조현병을 포함해 정신질환과 관련한 포괄적인 오해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 포괄적 오해는 곧 ‘두려움’입니다. 저는 이를 ‘존재론적 두려움’이라고 하는데 아마 전 세계적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내면적 두려움은 보편적으로 가지는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게 사회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 유형은 15가지입니다. 크게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분류됩니다. 조현병과 정신질환은 정신장애에 포함됩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통상 발달장애로 불리죠. 엄연히 정신장애와 발달장애는 질병 분류상 다릅니다. 그런데 지적장애인이 사고를 치면 언론들은 정신장애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오해해 ‘조현병 환자’가 사고를 쳤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조현병과 지적장애는 다른데도 말입니다. 그만큼 정신장애는 조현병으로 표상되고 이는 두려움으로 전이되는 거죠.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은 보통 ‘무지’에 기반해 있습니다. 세계의 한 대상에 대해 우리가 그것을 정확히 모르고 막연하게 느낄 때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험된 존재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두려움을 갖지 않습니다.

Q 조현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에는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우리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회에 온전히 자신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를 이해시키는 것이죠. 여기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실제 얼마 전에는 정신장애인 편견 해소를 위한 선전물이 미디어를 통해 나가기도 했습니다. 공익성 캠페인이었는데 그런 것들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를 원망할 수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치유되고 깨어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사적, 공적 공간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노출하고 이야기를 건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렇게 보도하는 게 좋다’라고 느낀 기사나 해외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 지금까지 미디어는 정신장애인과 조현병 당사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확산해 왔습니다. 딱히 기억나는 ‘잘 보도된 미디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2014년 합의해 만든 인권보도준칙에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주는 기사는 지양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시간과의 싸움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기자 자신도 보도 준칙에 대해 나름의 인권 친화적 사유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기자님이 마인드포스트에서 일하시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저희 신문이 공동체에 선(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정신장애인이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체에서 격리되고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있지만 능동적으로 사회에 진출해 공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이 하나의 완성된 인간으로 세계에 받아들여지는 사회 말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2016년 5월 17일, 서초동에 있는 노래방 건물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 김성민이 20대 여성 하 모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살인사건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사건이 조현병에 의한 피해망상에 따른 묻지마 범죄 유형이라고 밝혔다.

조혜진 기자 choh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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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7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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