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그 너머의 대안은 무엇인가?
입원 그 너머의 대안은 무엇인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5.25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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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병심리치료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과거·미래가 아닌 현재에 살면 괴로움 넘어설 수 있어
보호자가 환자 이해하면 재발 줄어들 것
퇴원 후 환자의 삶을 입원 시작점부터 고민해야
낮병원이 입원 치료의 대안 될 수 있어
지속적 팀 치료접근으로 재발률 낮춰
위기주택 ‘소테리아’는 약물 최소 복용 원칙으로 치유

한국정신병심리치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25일 중곡 국립정신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입원 그 너머: 보호병동 입원치료와 그 대안’이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연자로 나선 전현수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장은 “정신병에는 안정이 중요하고 안정이 돼야 약도 줄이고 회복될 수 있다”며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약물치료를 토대로 해서 심리치료를 해서 왜 내가 이런 상태에 왔고 어떤 현상이 내 속에 일어나는지 잘 보고 가족의 도움이 있다면 정신병이 잘 치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학회장은 2003년 미얀마에 가서 한 달 간 마음수행을 했다. 그는 그때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서 몸과 마음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

“과학자는 법칙을 발견하듯이 우리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몸은 자체의 법칙을 따라 생명활동을 한다. 명상을 해 보면 몸은 그냥 있는 거구나를 알게 된다. 마음의 의도 없이는 몸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지혜의 문이 열린다. 선정으로 지혜의 문이 열리면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보이게 된다.”

전 학회장은 “내가 돈이 없어 힘들어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그 초점을 밑으로 이동시켜 마음을 강화시키면 어떤 것도 우리를 힘들게 하지 못한다”며 “정신병도 괴로움에서 힘들어하는데 왜 힘든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는 정신병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에서 괴로움은 피할 수 없다. 그 괴로움을 우리가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마음은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조건은 바뀔 수 있다. (마음이)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따르는 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좋은 대상은 ‘현재’이며 나쁜 대상은 ‘미래와 과거’라고 지적했다.

있는 건 언제나 현재뿐…과거·미래 내려놓아야

“언제나 현재뿐이다. 과거는 좋았던 과거, 안 좋았던 과거가 있다. 안 좋은 과거는 괴롭고 불안하고 정신에 불건강을 초래한다. 좋은 과거도 밑에 두는 게 좋다. 현재에 잘 사는 사람은 추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안을 얻기 위해 추억으로 가는데 추억 속에 평생을 살 수 없다.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

전 학회장은 미래의 경우도 괴로운 건 걱정과 불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엄밀하게 보면 한계가 있다”며 “계획은 막연한 생각일 뿐 불안한 미래의 생각은 밑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에 있으면 집중력이 강화되고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 현재 일어난 일을 관찰하면 있는 그대로 알게 된다”며 “모르면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분명한 앎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연자로 나선 당사자 우모 씨(여)는 발병 후 10년 간 입·퇴원을 반복했다. 처음 폐쇄병동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에 대해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입원을 시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납득하게 되면서 당시의 입원을 이해하게 됐다.

그는 “10년 동안 병원을 오갔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려 하면 왜 10년이나 학력과 경력이 없는지 질문 받게 된다”며 “그에 따른 불이익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 기간 동안 병원 밖의 변화를 겪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됐고 그런 부적응이 재발로 이어진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씨는 “개방병동에서 지냈던 것이 갑작스럽게 퇴원을 해 버리는 것보다 도움이 됐다”며 “보호자들이 환자로 바라보지 않고 이해하려고 했었다면 재발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는 “정신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화되고 환자 자신의 병을 넘어 사회적 기능문제로 연결된다”며 “이로 인한 스티그마가 만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역사가 스티그마를 만들어낸다. 이는 현재 정신보건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며 “의사가 5분 면담하는 시스템이 스티그마를 강화시키고 스티그마로 인한 자존감 손상으로 치료에 소극적이 되고 재발의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가 퇴원하면 스티그마가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만 갑자기 사회로 내보냈을 때 정신질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역시 정신질환은 원래 그렇다는 모순적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핀란드는 입원 병상을 축소하고 탈원화와 동시에 외래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을 편 후 퇴원한 이들을 추적조사해 보니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장기입원했던 환자도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확인됐다.

스티그마는 정신보건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재발률이 5배 이상 많아진다. 입원해도 충분한 치료를 받지 않은 이들은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입원환경으로 안정적 지지기반이 사라져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너무 긴 입원도 너무 짧은 입원도 좋지 않다.”

강 전문의는 “입원 중에 활발한 행동요법이 포함돼야 한다”며 “입원치료는 목표가 명확해야 하며 약물치료 입원과 함께 적절한 서비스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퇴원 후 이 환자를 어떻게 생활하게 할지 입원 시점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퇴원 전후 전화 추적, 외래 치료 강화, 가정방문 서비스 등 퇴원 후의 치료들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수 나눔과행복병원장은 ‘보호병동 입원 치료 대안-낮병원 서비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올해 한국에서 열린 WHO 국제학술대회에서 대안적 치료인 낮병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비자의입원이 더 이상 허용되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이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와 선택에 의한 대안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낮병동이 입원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로 ▲입원 기간 단축 ▲재발 방지 ▲입원 대체를 지목했다. 약물치료 순응도 개선과 함께 지역사회 정신재활을 촉진 등을 꼽았다.

서 원장은 낮병원의 정체성으로 ▲병원 수준에 근접한 집중서비스 가능 ▲급성기 증상군의 입원 대체 역할 ▲발병 초기 조기진단 및 집중치료 제공으로 만성화를 막는 역할 ▲사회재활 전단계의 치료 재활을 들었다.

그는 “낮병동은 어느 병원에서든 언제든 시행가능하며 한 사람의 특출한 치료자가 없어도 시행가능하다”며 “병에 대한 통찰과 인식개선에 중점을 둔 정신건강교육 강화 등으로 회원과 치료진의 동기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족교육과 회원 자조 모임의 지원으로 인식 개선 프로젝트와 직업재활을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유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애덤 그랜트 정신의학자가 대학 장학금 모금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우선 세 그룹으로 나눠서 1그룹은 ‘인센티브를 포함한 개인적 혜택’을, 2그룹은 ‘업무의 명부놔 중요성 설명’, 3그룹은 ‘아무런 설명 않는 통제군’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2그룹에 대해서는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들의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했다.

4주 후의 결과에 따르면 1그룹과 3그룹은 장학금 모금액이 감소했지만 2그룹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는 “비용을 들여서 인센티브 등 혜택을 제공해 동기부여를 하면 잠깐은 효과적이지만 기대수준을 높이게 돼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만든다”며 “자기 업무의 의미와 명분과 중요성을 깨달으면 자기 만족이 높아지고 성과도 높아지고 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서 원장은 정신의료기관의 사명으로서의 낮병원에 대해 “지역사회정신보건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길이자 모든 정신의료기관에서 언제든 시행 가능한 일”이라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성과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기 부여’를 통한 치료의 방향 제시해야

정성권 이음병원장은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정신보건서비스와 ACT’에 대해 발표했다.

ACT는 Assertive Community Treatment의 약자로 정신장애들의 병원 밖 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1970년대 초에 개발됐다. 당시 TCL(Training in Community Living)으로 불려졌으며 이후 ACT로 변화 발전된다.

70년대 초반 미국 위스콘신 주의 한 병원이 당시 미 전역의 병원들에서 문제가 됐던 ‘회전문 현상’인 반복적 재입원을 해결하기 위해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지역사회 생활훈련에서 출발했다.

ACT는 정신장애인 개인에 대한 개별화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이 팀 형식으로 함께 일하며 적극적인 방문 서비스를 원칙으로 한다.

정 원장은 “ACT의 경우 팀은 개별 소비자에게 약물치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증상관리 서비스를 하고 가정방문을 해 약물관리를 한다”며 “필요한 경우 짧은 입원 치료를 제공해 현장에서의 개별적 접근의 성공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ACT의 원칙으로 팀워크의 구조적 원칙, 환자를 돕는 원칙,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원칙, 가족과 일하는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닌 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때의 팀은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상화 협조적인 관계로 목적 지향적인 특성을 지닌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 팀 치료접근의 이점은 위기를 조정할 수 있고 재발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며 “약물조정 시 적시에 적절한 치료개입이 진행될 수 있고 치료적 협력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ACT의 팀 구성원은 보통 비서, 사회사업가, 간호사, 심리학자, 직업전문가, 약물 및 알코올 치료 전문가, 정신과 의사, 환자를 프로그램 스탭으로 고용하기가 포함된다.

이어 팀워크로 ▲주어진 과제 완수를 위한 팀 접근 활용 ▲책임 공유 ▲결정과정의 공유 ▲팀원 상호간 교육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ACT는 개인보다 팀으로서의 역할이 중요

정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ACT가 일하는 원칙은 내담자가 접촉하고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지지를 제공하는 것은 내담자와 작업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며 “내담자에 대한 이들의 태도나 관계방식은 내담자가 얼마나 잘 지내는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일하는 원칙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가지는 죄책감을 덜어주고 때로는 가족과 구조적으로 이별하는 게 환자나 가족에게 유용할 수 있다”며 “가족들과 긴밀한 협조 하에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교육적 접근을 이용해 가족과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형 ACT는 2007년 대전서구, 대덕구를 거쳐 2008년 수원에서 지속적인 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정 원장은 이어 1980년 초 핀란드에서 시작된 국가 프로젝트인 'Open dialogue'에 대해 설명했다.

이 치료법은 조기개입을 강조하는 니드 어댑티드(Need-Adapted)에서 출발했으며 1984년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로 발전된다.

정 원장은 “이 치료법은 치료 시스템 내에서 대화와 의사소통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며 그 시스템은 위기개입을 하는 방법”이라며 “환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공동 미팅 구성원으로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 다이얼로그의 7개 원칙으로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 ▲사회적 네트워크의 관점 ▲유연성 및 이동성 ▲책임감 ▲심리적 연속성 ▲불확실성의 허용 ▲대화식 토론법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오픈 다이얼로그는 환자가 입원하는 과정에서 불신이 치료에 악영향을 주므로 치료의 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매개역할을 한다”며 “팀을 이뤄 치료함으로써 통합적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의 의사 결정을 존중해 스스로 치료에 임하게 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선 한양대구리병원 전문의는 ‘지역사회 기반 위기 거주 서비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정신과 위기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안정되고 보호되고 관리되고 있는 비(非) 병원을 세팅함으로써 환자를 안정시키고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이 위기주택(Crisis House)의 한 형태로 ‘소테리라(Soteria)’를 들었다.

소테리아는 대안적 치료 가능성 높여

소테리아는 그리스어로 ‘구원’ 혹은 ‘해방’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시작돼 스웨덴, 핀란드, 독일, 스위스, 헝가리 등 국가에서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소테리아는 약물의 경우 최소한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입소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어 치료는 개인별로 정서적, 가족적, 사회적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이뤄진다.

이 전문의는 “소테리아는 스트레스를 받는 입원 경험을 예방하는 치료 공동체 거주소”라며 “‘우리는 함께한다’는 방법으로 접근해 각 개인의 지혜와 직관의 힘을 믿고 서로의 관계에 의해 치료될 것을 믿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소테리아는 안전하고 억압되지 않는 집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며 인간 중심의 서비스, 특화된 개인 중심의 지지, 24시간 직원 상주, 퇴원 후 6개월까지 지원, 선택적인 정신과적 협진을 제공한다.

이 전문의는 “소테리아는 대안적 치료를 제시한다”며 “향정신성 약물 치료와 입원 치료 외에 전인적인 대안 치료를 제공하는 걸 기본으로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를 주최한 학회 측은 “한국의 정신의료서비스가 더욱 생물학적 치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 정신사회적 측면들을 놓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전인적인 통합적 치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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