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핵심은 약물을 넘어 주거, 고용, 사회참여의 통합적 서비스 지원”
“치유의 핵심은 약물을 넘어 주거, 고용, 사회참여의 통합적 서비스 지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6.15 0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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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도, 여타 장애 50% VS 정신장애 30% 수준
OECD, 한국 시설입원에서 지역사회 보건으로 모델 변경 권고
퇴원 대란 없었지만 지역사회 신규 시설 22개소에 불과
국가가 바라보는 정신질환자는 여전히 관리의 대상
사회통합 지원은 복지와 자기결정권이 전제돼야
서비스체계에 동료지원가 참여시켜야
정신재활시설 349개 중 직업재활시설은 15곳에 불과
현재의 정신재활시설은 낮병원 수준…20년 동안 고착화돼
거주시설도 여타 장애인은 10년 이상 입소 가능…정신장애인은 최대 3년
가족은 정보와 교육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한 주체
지역사회 기반 복지서비스 확대에 중앙정부가 지침 마련해야
복지부, 자기결정권 강화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어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주제발표에 나선 하경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도 장애인의 영역 안에 들어갔다”면서도 “정신장애인의 삶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보면 과연 동등한 권리를 정신장애인들이 누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여타 장애인들보다 소득과 고용 면에서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 또한 여타 장애에 비해 높다. 정신장애인은 가족에게 주거를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주거 환경 또한 열악하다.

하 교수는 “삶의 질에서 장애인 실태조사를 따르면 ‘자기 삶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여타 장애인은 절반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은 3분의 1 수준”이라며 “자살률도 정신장애인의 자살 사망률이 일반 인구 대비 4배, 퇴원 후 30일 이내에 자살하는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비 슬로베니아 다음으로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OECD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권고안을 냈다. 시설 입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 모델 변경이 필요하다는 권고였다. 한국은 구 정신보건법에서 진일보한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게 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우려했던 대규모 퇴원은 없었다. 그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참담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으로서 정신재활시설은 2017년 신규 설립된 시설은 22개소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동생활가정이 대부분이고 직업재활시설은 4개소에 불과하다.

하 교수는 “정말로 퇴원 대란을 염려했던 만큼 지역사회에서 빠르게 준비나 대응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고 언급했다.

탈원화 우려하면서 지역사회 신규 설립 시설 수는 22개에 불과

2016년 발표된 정신건강종합대책에는 중증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정책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 안에는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도 포함되는데 3가지 전략은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 사회복귀시설 확충 및 내실화,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의 기능 재정립이었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삶이 향상됐는지를 나타내는 성과지표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수 축소와 사회복귀시설의 정원 확대였다.

하 교수는 “여전히 국가의 중요한 목표는 정신질환의 관리, 혹은 시설에 국한된 복지로 여기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외국의 정신건강정책은 회복의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고 있다. 단순히 증상이나 재입원 같은 결과로서의 회복이 아니라 정신장애인 각자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어떻게 지원하는지가 회복의 핵심 의미로 들어선 것이다.

영국은 국가정신건강보건에 국가의 비전을 회복으로서의 여정으로 삼고 있다. 호주는 회복지향 정신건강 서비스를 위한 국가 프레임 전환, 미국에서는 회복 지향보호체계를 위한 회복 접근이 화두로 떠올랐다.

영국에서 제시하는 국가 비전의 내용은 정신건강 서비스 목표가 증상과 질병뿐만 아니라 회복에 있음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이 주거, 교육, 직업, 관계 자원에 접근하도록 돕고 정신장애인이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회복 정책의 핵심 내용이다.

하 교수는 “물리적으로 병원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있다고 해서 통합과 참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실제적 참여를 보장하고 주거와 고용 등 복지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당사자의 자기결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동료지원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다. 모든 서비스 체계와 서비스 팀 안에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를 핵심 멤버로 참여시켜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신건강 정책은 여전히 치료와 관리에 머물러 있다. 복지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 교수는 정신건강 영역에서 복지가 핵심 화두가 된 것은 법의 개정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4장에는 복지서비스 제공 규정이 들어있다. 제33조 복지서비스의 개발부터, 제38조 가족정보 제공과 교육까지 복지서비스의 주제들을 법적 규정으로 담고 있다.

이 법 제16조는 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를 위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내용이 들어가 있다. 뇌신경 과학, 전달체계 개선, 정보 수집 분석, 전문가 양성 등이다. 그러나 16조에는 복지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의 내용들이 그다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하 교수의 지적이다.

서비스 체계에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 멤버로 참여시켜야

“정신개발기술 개발단에서 지원한 최근의 연구과제 43개를 보면 지역사회 분야의 사업은 8개다. 8개의 내용을 보면 고위험군 조기 개입·발굴 및 개입 기술, 중독관리 전달 체계, 전문요원 역량 강화, 행동 활성화 프로그램, 회복 증진 프로그램 등이다. 정말 복지에 대한 연구가 한두 개라고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 교수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권익옹호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 사회적 활동 참여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용 활성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내용들이 더 활발하게 모델 개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 34조는 고용에 대한 규정이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고용 직업 재활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정신재활시설 유형 중에 직업재활시설이 있다.

하 교수는 직업재활시설에서 고용에 대한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시행해야 하지만 현재 349개 정신재활시설 중 직업재활시설을 갖춘 곳은 15곳, 전체 4%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직업재활시설이 안 생기나. 현장에서는 직업재활시설이나 전문가들은 직업재활 시설에 비관적이다. 기존의 직업재활시설 운영자들도 다른 시설 유형으로 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형편이다. 직업재활시설을 설치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앉아서 단순조립을 할 수 있겠지만 직업재활시설에서 적정한 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게 강조되고 있다. 하루 8시간 일하고 한 달에 5만 원 버는 게 직업재활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적정한 급여 보장이 안 되는 거다.”

현재 여타 장애인 영역의 직업재활시설을 보면 고수익 업종 개발이거나 기계화 같은 설비들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앉아서 조립만 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거의 없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하 교수는 “여타 장애인복지시설에의 직업재활시설에는 국가가 기능 보강이나 임차료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신축·증축·개보수·장비보강·임차료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국비가 지방비가 5대 5 비율”이라며 “그런데 정신재활시설에는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의 직업재활 서비스나 일자리 창출, 고용 영역은 제도적으로 강화·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정신장애인의 장애인 등록률이 낮다는 게 하 교수의 분석이다. 등록을 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장애인개발원 등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직업재활 관련 사업들에서 정신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에서 배제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지만 장애인 복지 전달체계에서 배제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후년까지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20% 올린다는 데 큰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국가가 임차료 등 지원…정신장애시설은 無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제37조 지역사회 거주치료와 재활 등 통합지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장애인복지시설과 정신재활시설 주거와 관련된 규정을 보면 장애인복지시설은 시설 유형이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단기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 공동생활가정, 체험홈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모델이 제공되고 있다.

반면 정신재활시설은 제한된 유형이 일반적이다. 장애인복지시설은 30일에서 6개월, 1년, 3년, 장기 거주까지 가능하지만 정신재활시설은 시설 유형과 상관없이 최장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거주 훈련 중심의 시설만 있는 셈이다.

예산 지원 또한 차별적이다. 장애인복지시설에는 서울시와 국고 보조율이 50%씩이지만 정신재활시설은 예산이 지방에 전적으로 이양돼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입주 대상에는 노인과 장애인, 노숙인, 정신장애인이 포함돼 있다.

하 교수는 “세계적으로 주거 정책 방향은 개인에게 맞는 주거를 선택하고 그 주거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타의 지원서비스가 결합되는 형태로 가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정신장애인도 이 같은 서비스 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복지법 38조는 정신장애인 가족과 이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을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 교수는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가족을 여전히 정보와 교육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교육만 받아야 되고 정보만 제공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있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장애인복지법에는 제30조 2항에 가족에 대한 인식개선, 가족 돌봄, 가족 휴식, 가족 사례관리, 가족 역량 강화, 가족 상담지원까지 담고 있다”며 “정신건강복지법도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의 서비스전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지적이다. 지역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문제는 센터의 사업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정말 많은 사업을 하는데 사업에 대한 인력은 안 늘었다. 그러다보니 각 사업들이 질적인 측면보다는 실적과 성과들을 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인력과 체계화의 부족은 점점 더 센터의 책임성과 접근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정신건강센터 사업 많아지면서 성과 내기에 급급

그는 이 같은 센터의 문제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운영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이 위탁의 구조이거나 비상근센터장으로 정신건강전달체계가 공공성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신건강센터는 탈원화를 지원해야 한다. 불필요한 장기 입원자들이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연계하는 역할,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통합적 복지서비스가 이뤄져야 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적 서비스 중심으로 기능을 전환하고 여타의 모든 사업은 거둬내야 한다.”

하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복지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바뀌면서 핵심적 서비스가 사례관리인데 여전히 센터가 사례관리를 치료와 증상 관리, 약물 관리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례관리의 핵심은 통합적인 지원이다. 증상, 치료, 약물을 넘어 주거와 고용, 관계, 사회참여 등 통합적 지원을 하는 사례관리 체계로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질적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돼야 하고 1대 20 정도의 집중적 사례관리 체계들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탈원화와 지역사회 기반한 복지 서비스에 대해 하 교수는 중앙정부의 리더십과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정신재활시설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로 그는 사업이 지방정부로 이양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방정부에서의 정신건강 정책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중앙정부가 명확한 정책의 목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정신재활시설을 모든 시군구에 한 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침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재활시설 설치와 운영에 대해 적극적인 예산 투입을 해야 한다. 주거시설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 대 5 비율로 운영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에만 맡겨놓으면 인프라가 갖춰질 수 없다.”

그는 “지금의 정신건강복지법 안에 있는 정신재활시설 한마디로 낮병원”이라며 “아직까지 20년 전의 그 기능으로 묶어두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신장애인 회복에 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탈원화 현실을 위해 중앙정부의 리더십과 지침 필요

“전문가가 줄 수 없는 또 다른 전문영역이 당사자들의 경험이다. 이런 영역이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당사자들이 서비스 제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다른 장애인 영역에서 자립생활지원센터가 있듯이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확대되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사업 내용에서 필요한 건 ‘재정’이라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분야의 50%는 정신요양시설 운영에 지원되고 있다. 그 다음 40%는 자살예방과 지역 정신건강보건사업에 투입된다. 복지서비스 지원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서구의 경우 의료재정을 지역사회로 돌림으로써 탈원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중심의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 공공의료 예산의 5%는 정신건강 분야에 배분해야 한다.”

당사자인 김재완(서초열린세상 회원)씨는 정신재활시설의 의미에 대해 “사회와 단절된 채 고립되어 섬처럼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에게 기관은 사회를 향한 통로이자 창”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기관의 역할로 취업과 자기계발, 관계 맺기, 휴식 등 여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원은 기관이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사회적 낙인으로 관계맺기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에게 기관은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맺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회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며 “가장 높은 단계의 회복은 다른 사람의 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일 경기도 시·군센터 가족 대표는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단순히 탈시설 개념을 정의하고 탈시설 지원센터를 만드는 2~3개 조항을 장애인복지법에 넣는 것만으로는 실효적인 탈시설화 제도의 작동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시대적인 정책인만큼 효율성 있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가는 정신건강에 대한 효과적인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하며 복지부는 국민의 복지를 지방자치에 떠넘기는 식의 행정의 틀을 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가족의 정신장애인 케어와 관련해 “가족은 책임과 출발점 모두 오직 자기 자신에게 있다”며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가족, 시대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품지 못하는 가족은 가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높은 단계의 회복은 다른 사람의 회복을 돕는 것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개정법의 지향은 인권신장, 헌법불합치 탈피, 지역사회 정신의학으로의 전환이라는 3대 목표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입원 환자 비율의 개선과 관련해 “사회적 입원이 감소하고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받게 돼 보다 많은 환자들이 적합한 치료를 받도록 체계적이고 의학적 결정과정에 입각한 탈원화 과정을 밟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차 진단을 전담하는 국공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확충에 대해서도 “국공립병원의 진단율을 높여 2차 진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학회로 신고 되는 사례는 2주가 넘도록 2차 진단의사를 배정받지 못해 충분한 치료를 못하고 퇴원하는 사례도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차 진단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가동은 2차 진단 내용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우려감을 표명했다.

입원적합성심사는 정신장애인이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을 당했을 경우 이의 입원이 정당하지를 입원 1개월 안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국공립병원의 조사원이 해당 시설이나 병원으로 가 당사자와 대면조사를 해 환자의 퇴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용역과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법학자들의 의견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활동으로 위법성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은 아니다. 환자의 의견을 조사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지만 현장에서의 청문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있다.”

최 이사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위헌 시비를 면하기 위해 급히 제정된 법률”이라며 “국회를 통과하며 유기적인 법조문의 작성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태생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재현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정책위원은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법상에서까지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들과 관련된 법에 대한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장애인 차별은 다양한 법률 속에 녹아 있다”며 “우리나라 자치법규 및 법률의 차별조항 중 60%인 1천329건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조항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고용분야에서의 차별조항은 468건으로 전체 장애 영역 중 정신장애인에 대한 법률 및 자치법규의 차별조항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졸속 제정 법률…태생적 한계 있어

전 위원은 이어 “정신재활시설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성과 평가 및 모델 검토를 통해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공공전달체계에서 민간영역의 역할이 낮다”며 “복지전달체계에 민간이 협의구조가 아닌 실행구조로써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에 정신재활시설 및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복지서비스 개과 질 향상을 위해 분과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에는 중독 분과, 자살예방 분과, 학대재난트라우마 분과, 아동청소년 분과 학회가 설치돼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신재활시설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는 만성 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를 위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전 위원은 “현장활동가와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복지서비스에 대한 근거기반 연구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복지서비스 개발의 근거가 제공될 것”이라며 “정신장애인의 고용, 직업재활, 문화여가, 주거,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실천현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신하늘 사무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눠야 한다는 말을 늘 한다”면서 “정신건강정책과에 와서 보니 정신건강 분야는 보건과 복지가 따로 갈 수 없는 밀접한 부분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신건강 분야는 보건과 복지가 함께 가야

그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전까지 정신장애인 복지는 노인복지처럼 활발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2018년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이라는 자문 기관이 생겼고 이 지원단 발족과 함께 그의 상관인 국장이 한 첫 번째 지시가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법 개정 후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신 사무관은 “중간집 같은 거주시설 확충이나 정신건강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서 보건복지 협업을 물리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며 “공공후견인과 절차보조인 등을 통해서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강화에 도움을 주려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역할이 과다하게 돼 있는데 예산과 인력을 지원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복지지원을 최우선으로 삼고 행정을 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와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가 주최하고 사회적 협동조합 우리다움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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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연 2018-06-15 22:54:40
기사 잘 읽었습니다.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