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보호법은 위법한 감금에 사후적 구제가 아닌 사전적·예방적 구제제도 돼야”
“인신보호법은 위법한 감금에 사후적 구제가 아닌 사전적·예방적 구제제도 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6.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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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보호법 시행 10년 평가 심포지엄 열려
불법수용에 당사자가 법원에 구제 청구 제도
인신보호청구는 체포구속적부심과 동일한 차원
인신구제청구 시작단계부터 국선변호인 선임 요청해야
구속적부심심사청구 접수 48시간 이내 심문…인신보호법 無
입원적합성심사제 삭제하고 법원이 입원심사 맡아야
인신보호재판절차 여부 반드시 당사자에 고지해야
인신보호법 시행 10년간 청구는 1천건에 불과
인신보호관이 정신의료기관 감독할 수 있어야
대법, 퇴원했다고 해서 구제청구 효력 사라지지 않아
현행 법으로는 정신장애인 퇴원시 구제 효력 어려워

인신보호법 시행 10년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이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인신보호법은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한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2007년 12월 제정됐다. 이후 인신보호법은 세 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2010년 6월 당시 인신보호법은 정신요양원에 감금된 사람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구제청구자로서 시설에 들어간 당사자(피수용자)나 배우자, 가족을 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가족이 당사자를 병원에 입원시킨 경우가 많고 당사자 또한 강제구금으로 인해 구제청구를 할 수 없는 실효성의 문제 등으로 1차 개정을 하게 된다.

개정법은 구제청구자로 수용시설 종사자를 추가하고 당사자의 구제청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2011년 8월, 2017년 10월에 2차, 3차 개정된다. 발제에 나선 오재욱 변호사는 “헌법 12조 6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때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형사절차에 의한 체포, 구속뿐만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수용시설에의 구금에 대해서는 판사에 의한 적부심사를 받기 위해 헌법 위임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말했다. 인신보호법 제3조는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이 위법하게 이뤄졌을 경우, 그리고 합법적으로 수용되어도 그 사유가 소멸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수용될 때에는 피수용자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2조도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자는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는 피수용자,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통,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수용시설 종사자가 해당된다.

오 변호사는 인신보호법의 한계와 관련해 “인신보호청구는 형사절차에서의 체포구속적부심과 동일한 차원의 구제절차인데 변호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인신보호청구에 변호사 포함 안 된 것 형평성 어긋나

현행 인신보호법은 구체 청구 이후에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구제청구자가 빈곤 등의 사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을 경우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인신구제청구 시작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장애인, 아동 등 표현 능력이 부족하고 경제력도 미약한 처지의 이들에게 인신구제청구 시작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선임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신보호법 제3조 단서에 따르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더라도 상당한 기간 내에 규제받을 수 없음이 명백해야’ 인신보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상당한 기간’, ‘명백’, ‘구제받을 수 없음이 명백한’과 같이 불명료하게 규정돼 있어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단서는 삭제하거나 위헌결정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신보호법은 신속한 구제 기간을 정하고 있지 않다. 동일한 이념인 형사소송법의 체포구속적부심심사청구의 경우 청구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기각 또는 석방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신보호법은 이 같은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위협은 신속히 제거되어야 하기에 구속적부심사 청구처럼 짧은 기간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상당한 기간은 ‘즉시 구제가 가능한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개인을 보호시설 등에 수용을 허용하는 법률이 다양하게 있지만, 구제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법은 ‘정신건강복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정신의료기관에의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으로 입원 유형을 다양화했고 그에 따른 불복절차와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한 구제절차는 상당한 기간 내에 구제받을 수 있는 명백한 절차일까?

오 변호사는 “그렇게 해석해야 인신보호법을 통한 즉각적 구제절차의 실효성이 담보된다”고 주장했다.

정신질환자가 충분히 회복된 경우임에도 계속 수용 결정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불복은 정신건강복지법상 구제절차를 인신보호법 제3조 단서에서 말하는 ‘상당한 기간 내에 구제받을 수 있는 명백한 절차’라고 보고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불허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는 향후 과제와 관련해 “피수용자는 범죄자가 아니므로 형사상 국선변호사 선임을 대체해 대리인으로 명칭을 변경해 ‘국선대리인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며 “국선대리인은 수용시설 방문, 피수용자 면담 조사, 진료기록 열람 권한과 구제청구절차에서 소송행위 대리권이 있음을 규정하고 수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사 대체할 국선대리인제도 신설해야

현행 인신보호법은 청구자에게 신청의 인지대를 면제하고 있으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정하고 있다. 또 정신감정 등의 비용은 민사소송법상의 소송구조를 통해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오 변호사는 “인지대 면제 이외에 소송 서류 송달 비용 면제, 정신감정 비용은 신청이 아니라 법원이 직권으로 정신감정을 해야 한다”며 “구조청구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병, 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했으나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은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또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입원의 경우 구 정신보건법이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와 자타해의 위험으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정신건강복지법은 두 모두 충족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보호의무자 입원 등과 관련해 자타해의 위험성을 추가한 것은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다”며 “입원 당시 입원 결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결정 능력에 현저한 결손이 있다는 것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입원적합성심사는 피입원자를 대면해 의견을 청취하기보다는 서류 심사 위주로 이뤄지고 절차보조인의 관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된 조항을 삭제하고 입원적합성심사를 대신해 법원에 의한 입원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보조인의 선임, 신뢰관계인의 동석 등을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무부는 인신보호법 활성화 방안으로 ‘인신보호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인신보호관의 자격을 변호사나 인권단체 활동가 모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법사항을 확인했을 때 감독역할을 할 수 있게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적합하지만 변호사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인신보호관은 모니터링 기구가 아니라 시설수용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인권적 측면에서 감시하고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공무원으로서의 지위가 요구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 조항 삭제하고 법원이 심사 맡도록 해야

인신보호법은 수용자가 피수용자(당사자)에게 인신보호청구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고지해야 하고, 고지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거의 사문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가기관이 인신보호청구가 가능하다는 고지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그러한 임무를 맡은 국가기관은 없는 상태다.

오 변호사는 “인신보호관이 도입되면 권리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조사하고 확인 후 법무부장관에게 알려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며 “인신보호재판절차가 있다는 사실이 고지되기만 해도 훨씬 많은 사건이 접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신보호재판의 집행과 관련해 현행 인신보호법은 법원이 수용해제(퇴원·퇴소)를 명할 수 있다는 점만 규정하고 있은 뿐 이에 대한 집행과정도 없고 수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도 없다.

오 변호사는 “국가 권위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신보호재판에서의 명령은 국가기관에 의해 그 집행이 감독돼야 한다”며 “인신보호관은 검사가 형집행 기관으로 범죄자를 수용하거나 석방시키듯이 인신보호재판 집행감독기관으로서 수용자와 피수용자 수용해제를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인신보호법 시행 이후 인신보호 청구사건은 2009년 122건, 2010년 198건, 2011년 246건, 2012년 278건, 2015년 762건, 2016년 894건, 2017년 856건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구제청구에 의해 수용해제 결정을 받은 인원은 288명에 불과하다. 전체 처리사건 대비 인용비율은 7.24%에 머물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각 병원별 인신보호청구사건 결정문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제공받은 결정문은 전부 정신병력 등으로 정신병원, 정신과 등 정신보건시설에 입원한 수용자가 청구한 사건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계속해서 시설 등에 수용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최초 수용이 적법하게 시작된 경우에도 수용을 계속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그 수용계속 필요성에 대한 이유가 불충분하게 기재된 경우가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구제청구자 겸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은 적법하게 개시됐고 구제청구자를 계속 수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이므로’ 등 구체적인 이유 기재 없이 계속 수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경우가 많다.”

양 변호사는 “구체적인 이유 없이 사실상 구금으로 볼 수 있는 강제입원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은 인신보호법의 취지에 충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수용자의 수용 사유, 현재 증상 및 질환의 정도, 치료 경과, 인지 및 의사전달능력, 가족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유대성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며 볼 때 피수용자를 계속 수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므로’라고 기재한 예도 있는데 구체적 사유 없이 계속 수용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 역시 적절한 결정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인신보호 청구 모두 정신병원 입원 당사자들이 제기

양 변호사는 또 “수용기관이 (당사자의) 수용이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해도 수용기관이 제시하는 근거의 진위를 심리해야 하는데 수용기관의 진단명, 치료계획, 치료효과 판단 등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인신보호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 수용기관의 의견 외에 제3의 독립된 기관에서 피수용자의 상태, 수용기관의 진단 등을 검토해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판단을 원용한 것 외에는 결정례에서 이런 점을 찾기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 수용기관의 수용이 적법한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를 심리해야 하는 사건의 성격상 현 수용기관의 의견 외에 객관적으로 수용의 적법성,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인신보호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됐지만 현재 1천 건 정도가 접수된 실정”이라며 “정신의료기관에 자의로 입원하지 않은 환자 수만 명을 고려하면 인신보호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원에 청구되는 인신보호 사건은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한 피수용자가 해당 기관을 상대로 구제청구를 제기하는 사건이 거의 대부분이고 정신질환과 관련 없는 인신보호 사건은 극히 일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 판사는 “인신보호법은 수용자와 구제청구자의 대립구조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인신보호 사건의 대부분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강제입원된 환자가 직접 퇴원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피수용자인 환자와 퇴원을 바라지 않는 가족과의 대립구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신보호재판의 경우 수용이 적법한가와 계속 수용할 필요가 있는가인데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상의 절차적,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절차적인 문제는 법원에서 관련 서류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체적인 요인인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성질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타해의 위험이 있어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외부기관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곽 판사는 지적했다.

곽 판사는 인신보호사건 구제청구사건에서 각하나 신청취소로 종결된 사건의 비중이 많다고 언급했다. 즉 청구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이는 구제청구기간 동안 피수용자가 퇴원을 해 더 이상 청구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구제청구에 따라 청구에 대한 심리가 상당한 정도 이루어졌으면 퇴원을 했다 해도 피수용자 등 구제청구자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한 사유와 같은 사유로 다른 시설에 수용되었거나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한 퇴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제청구의 효과가 없어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어 “이 경우 법원은 구제청구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해제(퇴원) 이전의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됐는지의 여부, 그 수용을 계속할 필요성이 소멸했는지의 여부 등 실체적 사유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 퇴원 이후 종결되는 비중 높아…개선해야

허용준 법무부 인권국 인권조사과 검사는 현행 인신보호재판제도의 한계와 관련해 “피수용자는 구금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도움을 받기 어렵고 의사결정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강제적 수용에 불복해 구제청구를 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제청구권자에 배우자, 법정대리인,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도 포함되지만 피수용자의 가족이 수용시설에 요청해 입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할 때 법정대리인 등에 의한 구제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2010년 법 개정 당시 구제청구권자에 ‘수용시설 종사자’가 추가됐으나 수용시설 종사자가 해고를 각오하고 구제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검사는 이어 “인신보호재판은 구제청구를 한 개인에 대한 개별적이고 사후적 구제조치이므로 수용시설 전체의 사전적, 예방적 구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법한 수용시설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근본 문제를 놓치고 개인에 대한 사후적 구제에 그친다는 한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현행 인신보호법은 구제청구 후 수용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불법이송이나 퇴소 조치에 대한 예방 규정이 없다. 법률상 구제청구를 제기한 수용자가 타의로 다른 수용시설로 이송되거나 퇴소되는 사항을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경우 재판은 무력해진다.

현행 법률상으로는 수용해제 명령을 집행하거나 감독할 기관이 없어 법원이 수용해제(퇴소)를 결정해도 실효적으로 집행되지 않을 위험도 크다.

허 검사는 “이같은 인신보호재판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수용시설을 방문해 위법한 수용 여 부 등을 상시 점검하고 위법성이 발견된 경우 피수용자를 대신해 구제청구를 신청하고 법원의 수용해제명령을 집행·감독할 수 있는 ‘인신보호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인신보호관 제도를 포함한 인신보호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종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 재입안하여 현재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했다. 인신보호관 제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보호시설 조사 업무와 중복되고 개벌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인신보호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어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 검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우선 인신보호관의 조사 대상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인신보호법에서는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시설을 제외한 모든 수용시설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조사대상을 ‘구금·보호시설’로 한정하고 있어 노인요양병원이나 공항 내 송환대기실 등의 수용시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신보호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중복되는 시설도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해 인신보호재판에 이른 사례가 전무하므로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 제도만으로 인신보호재판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허 검사의 설명이다.

인신보호관 조사 대상 인권위보다 광범위…충돌 우려 없어

인신보호관은 수용시설을 상시 방문해 직권 조사가 가능한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에 의한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조사 방법이 서로 다르다. 또 조사결과 인권침해가 인정돼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행·개선권고만 가능한 반면, 인신보호관은 법원에 구제청구를 내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직접적 조치가 가능해 그 조치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허 검사는 지적했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 인신보호관 제도는 ▲법무부장관이 임명한 인신보호관은 수용시설을 방문해 위법한 수용 여부, 구제청구 권리고지 및 서류비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점검 결과 위법한 수용을 발견했을 때 피수용자에게 그 사실을 고지한 후 피수용자의 의사에 따라 관할 지방검찰청의 검사에게 법원에 구제청구를 해 줄 것을 신청해야 하며 ▲인신보호관의 신청을 받은 검사는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될 경우 관할 법원에 구제청구를 하여야 하고 ▲법원으로부터 구제청구사실을 송달받은 수용자는 피수용자의 수용을 해제하려는 경우 사전에 인신보호관에게 해제 사유 등을 통보해야 한다.,

개정안은 인신보호관이 직접 법원에 구제청구를 하지 않고 인신보호관의 신청을 받은 검사가 관할 법원에 구제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 검사는 이에 대해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2차 판단을 거쳐 구제청구를 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며 “통상 위법한 수용은 폭력이나 학대 등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사가 최종 구제청구 및 형사처벌 여부가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허 검사는 이어 “인신보호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조사관으로 정신의학·심리학·사회복지학 경력 소지자를 추가 임용해 전문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인신보호재판 중 수용 계속 필요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적 의견을 법원에 개진해 법원의 합리적인 결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신보호법 제1조(목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인신보호법 1조는 “이 법은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인(私人)에 의한 시설에의 수용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의 구제절차를 마련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적법한 행정처분에 근거한 부당한 인신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지가 의문”이라며 “적법한 행정처분의 결과로도 부당한 인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준사법기관인 검찰 통해 구제청구하는 게 더 객관적

권오용 변호사(정신장애인연대 카미 대표이사)는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된 환자에 대한 인신보호법의 구제절차가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을 폈다.

정신보건법위헌심판제청 사거의 청구인 박경애 씨는 2013년 11월 자녀들이 요청한 응급이송단에 끌려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됐다. 박씨는 2014년 1월 1일 권오용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했으며 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법상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박씨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병원측은 자녀들과 협의해 2014년 1월 9일 박씨를 강제퇴원시켰지만 박씨가 간 곳은 집이 아니라 다른 정신병원이었다. 권 변호사는 다시 인천지방법원에 인신보호법상 구제신청을 제출했다.

이후 박씨는 인천지법에 1회 출석해 심리를 받았으나 상대방인 병원측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후 자녀들은 박씨에게 자신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퇴원에 동의해 퇴원했다. 권 변호사는 “인신보호법에 의한 구제신청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퇴원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인신보호절차를 담당하는 법관의 가족의 동의 요건 결여와 진단의 결여 등 절차적 위법이 있지 않는 한 객관적 의료적 평가에 그 판단을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하므로 의료진의 소견을 받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그 기간과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강제입원된 정신질환자로서는 인신보호절차에 의해 효과적으로 수용이 해제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효과적으로 수용이 해제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구제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인신보호법상 사후 구제절차로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의 환자에 대한 적법절차가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비자의 강제입원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는 정신의료기관 내의 법정에서 판사에 의해 청문이 진행되고 이 경우 원고 측은 검사와 같은 주정부 소속 법률가, 피고 측은 환자 본인과 병원 내에 사무실이 있는 전문 변호사들이 변론을 한다. 판사는 그 자리에서 즉시 비자의 입원과 치료명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현행 인신보호법상 구제절차로는 실효성 담보 어려워

권 변호사는 “인신보호법이 정신질환자나 노약자 등 취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려면 이러한 신속한 심리와 국선변호인의 조력이 주어지는 절차가 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신보건복지법이 발효한 이후 전국의 국립정신병원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설치돼 강제입원 1개월 내에 위원회가 환자의 3개월간 입원 여부를 심사하고 입원 시 2차 진단을 받도록 해 강제입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서구에서는) 1980년대에 진행되던 내용으로서 현 시점에 국제적인 법제나 서비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도 다른 전근대적인 모양의 소모적이고 효과가 의심되는 체계”라고 비판했다.

이어 “판사가 비자의 수용과정에서 사전 청문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필수적인 내용이고 이러한 내용은 인신보호법의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인권법, 선진국의 법제에 대한 지식과 정신질환자의 권리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 법조인과 의료인 등 전문가와 국민에 대한 계몽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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