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포스트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납니다
마인드포스트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납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7.29 20: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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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부터 조합 전환…공동체에 이타적 역할할 것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사적 변화…정신보건 시스템도 변화할 것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의 본질은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해방 지원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 (c)마인드포스트 자료 사진.
"우리를 빼고 우리를 말하지 말라" (c)마인드포스트 자료 사진.

J씨에게

여여(如如)하신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백신도 빨라야 내년에 보급된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은 함께 살아가는 대동적(大同的) 사유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한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하나의 세계사적 변화를 추동하는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연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재난이기 때문입니다. 그 욕망의 끝에서 우리는 이 코로나19와 마주친 것입니다.

세계는 급격한 혼란과 변화의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던 삶의 방식들이 비대면(온라인) 구조로 바뀌어나가듯이요. 패러다임의 변화이지만 그 변화의 핵심 기제는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철학자들과 경제학자들, 의학자들의 몫이겠지요. 아무튼 세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단절의 터널로 들어가 있는 상황만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J씨.

마인드포스트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왜 코로나19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그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 ‘이기적’인 욕망이 세계를 이끌어간다는 목적성에 대한 반동적 사유 때문입니다. 사기업은 이윤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목적이고 협동조합은 그 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의 이익 분배에 그 존재의 타당성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그 같은 작동 원리를 모두 거부합니다. 이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넘어 이타적이고 공동체의 소외된 자들을 향한 대동적 사유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협동조합에 속한 조합원들은 조합의 이윤이 발생해도 거기에 대한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사적 자본을 배당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저는 거기에 이타적 의미가 개입된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은 뜻이 같은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사람들의 결사체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도 같은 존재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익에 대한 배분만은 할 수 없는 차이를 가집니다.

2018년 6월 마인드포스트가 창간됐을 때 법적 형태는 주식회사였습니다. 그러나 2년을 이끌어오면서 마인드포스트는 재정난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모였고, 대책을 논의했고 홈페이지에 후원을 간청하는 팝업창까지 띄웠습니다. 60여 명의 후원자들이 기꺼이 후원금을 냈습니다. 그리고 계속 후원하겠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 후 마인드포스트와 관련된 이들이 모여 수차례의 논의 끝에 우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신문사를 전환시키는 데 합의를 보았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 비영리법인으로 사회의 소외된 이들, 특히 정신장애인의 권익 옹호와 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우리는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8월 1일, 드디어 사회적협동조합 체제로 전환됩니다.

우선은 다섯 명이 조합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사장과 부이사장, 조합원으로 나뉘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여기에 몇 명이 더 합류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희 마인드포스트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의 철학은 바로 이타적 행위의 실천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특히 정치공동체에서 인간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인간 이하의 자리에 내려와 웅크리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인격의 복원, 정신장애인의 물적·심리적 지원,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의 예속에서의 해방을 위해 저희 신문이 더 힘을 쏟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J씨.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오만했다는 반성도 함께 나오겠지요. 그리고 ‘이성’이 세계의 작동 원리라는 고전적 사유를 넘어 비이성에 대한 반성적 해석도 나오겠지요. 물론 그 해석은 정치적 싸움을 통해 쟁취되는 것이겠지만요. 광기로 번역되는 비이성이 지금까지 무지의 영역에 서 있고 이성의 세계가 흔들릴 때마다 공동체에 소환되는 범죄적 개념이 아니라 이 이성과의 결합과 연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과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기를, 저는 적어도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억압적이고 폭압적인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의 전면적 변화 역시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만들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의 약물 치료 없는 정신병원, 정신 응급 시기에 주변 관계자들이 다 모여 논의하고 당사자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핀란드의 오픈 다이얼로그 등 선진적이고 인간을 위한 시스템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들어와 힘을 내게 될 거라는 것도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정신장애인 정치단체들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비판, 대안적 제도 방안 등을 끊임없이 세계에 요구해 왔다. 사진은 2018년 8월 진행된 당사자 토론회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 정치단체들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비판, 대안적 제도 방안 등을 끊임없이 세계에 요구해 왔다. 사진은 2018년 8월 진행된 당사자 토론회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J씨.

마인드포스트 창간 후 이제 한 고비를 넘어섭니다. 때로는 지치고 포기하고 싶지만 마인드포스트를 아끼는 이들이 있기에 저희가 한 발 또 전진합니다. 인간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죄 없이 30년을 정신병원에 살아야 하는 시대착오적 병리 해석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죽음의 문을 가장 빨리 두드린 곳이 바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이었습니다. 이들은 지역사회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생애주기를 겪으면서 월세를 내는 데 돈이 모자라는 걱정, 은행에 가서 전기세를 지로용지로 제출하는 법, 생필품을 사고 저축하는 법, 때로는 삶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감정, 이 모든 것들을 배워나가서 자신의 의미로 체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 본성상 삶의 수고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 고통을 통해 인간은 성숙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성숙은 인간만이 가진 위대한 가치입니다. 이 모든 수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병원과 시설에서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이 같은 모순된 슬픔과 분노는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삶을 모욕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마인드포스트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8월 1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된 후 후원계좌를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입니다. 며칠 전, 애독자께서 “후원을 하려는데 후원계좌로 들어가서 입금하기까지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선, 죄송합니다. 이제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의 마인드포스트의 후원계좌는 쉽고 간편하게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J씨.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물러가겠지요. 그리고 이 세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변화하겠지요. 세계의 많은 것이 변하더라도 마인드포스트가 지킬 유일한 가치는 바로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해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해방돼야 합니다. 더 이상 의료권력과 정치권력에 예속돼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욕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저희 기자들도 더 열심히 뛰어 더 좋은 정보와 가치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힘들고 지치면 독자들의 어깨에 잠시 기대겠습니다. 더 큰 힘을 얻기 위해서요.

8월 1일, 사회적협동조합 마인드포스트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J씨, 그리고 모두 여여(如如)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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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2:13:28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구예랑 2020-07-30 08:31:21
잘 됐어요. 지지합니다. 끝까지 후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