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가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닌 도움의 손길”
“자살시도자가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닌 도움의 손길”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04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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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 발표
상담, 복지서비스 지원, 지역사회 자원 연계로 자살 재시도 막아
자살시도 동기, 정신건강 문제 가장 높아
절반 이상이 자살 시도 시 주변 도움 요청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 시도가 53%
사후관리서비스로 자살위험도, 우울감 등 호전돼

#1.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20대에 조울증이 발병해 20년간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최근 가족갈등으로 두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사례관리자는 이혼 후 생계가 곤란한 A씨에게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퇴원 후 주간재활이 가능한 사회복귀시설을 연계하는 한편,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장기적인 사례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A씨는 “가족이 전부였고 이혼 후 그 생활이 끝난다는 생각에 죽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은 살아갈 수 있겠다”며 “앞으로의 목표가 조금씩 생긴다”고 말했다.

#2. 고령의 나이로 오랜 신체적 통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70대 B씨는 아픈 삶을 끝내고 싶다며 자살시도를 했다.

사례관리자는 B씨에게 외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내원 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했고 B씨의 보호자와도 전화 면담을 지속해 B씨를 지지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사례관리자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정기적인 가정 방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를 마련해 주었고 B씨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7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시행됐으며 병원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2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해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사람에게 상담과 사례관리 등 사후관리를 해 준다.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후에도 전화 및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정신건강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해 자살 재시도를 막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조사팀은 사업을 수행한 42개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2천264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분석했다.

응답자 중 과거 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35.2%(3천16명)에 달하고 응답자의 대부분은 6개월 내에 다시 자살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8천567명 중 과거 자살시도 경험이 없는 경우는 64.8%(5천551명),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35.2%(3천16명)였다.

향후 자살 계획 시기에 대해 응답자 1천405명 중 ‘1주일 내’라고 답한 비율이 75.3%(1천58명), ‘1주일~1개월 내’가 12.5%(175명), ‘1개월~6개월 내’가 7.3%(102명), ‘6개월 이상’이 5%(70명)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의 동기는 정신건강 문제(31.0%), 대인관계(23.0%), 말다툼 등(14.1%), 경제적 문제(10.5%), 신체적 질병(7.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경찰청이 발표한 실제 자살사망자의 자살동기인 정신적 문제(36.2%), 경제적 어려움(23.4%), 신체질환(21.3%) 순과 다소 차이가 있다.

자살시도자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였고(53.5%), 자살시도자 대부분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며(88.9%), 계획적 시도는 11.1%였다. 절반 이상이 자살 시도 시 도움을 요청(52.1%)했으며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비율도 47.9%였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사망자에 비해 여성, 그리고 20대의 비중이 높았다.

응답한 1만2천264명 중 여성은 56.5%(6천930명), 남성은 43.5%(5천334명)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19.6%(2천409명)이었으며 20대 19.1%(2천341명), 30대 17%(2천90명) 순이었다.

자살사망자의 경우에는 남성 70.6%(9천243명), 여성 29.4%(3천849명)였으며 연령별 자살자 수는 50대 20.5%(2천677명), 40대 19.8%(2천579명), 30대 14.2%(1천857명), 60대 13.7%(1천783명), 20대 8.4%(1천97명) 순이었다.

자살시도자 3천999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서비스에 동의하고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한 결과 자살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서비스를 진행할수록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계획·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고 ▲알코올 사용 문제 및 스트레스 ▲식사 및 수면 문제, 우울감 등 정신 상태 등이 호전됐다.

전반적 자살위험도 변화를 살펴보면 1회 접촉 시 자살위험도가 상(上)인 경우가 15.6%(567명)에서 4회 접촉 시 6.3%(231명)로 감소했다.

자살계획이 있는 경우는 1회 접촉 시 3%(119명)로 나타났지만 4회 접촉 시 1.3%(52명)로, 자살시도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1회 접촉 시 1.6%(63명)이었지만 4회 접촉 시 0.6%(23명)로 각각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 문제가 있는 경우는 1회 접촉했을 때 14.5%(564명)였으나 4회 접촉 시 10.7%(414명)로,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1회 접촉 시 73.3%(2천823명)에서 4회 접촉 시 58.3%(2천231명)로 감소했다.

식사 및 수면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률은 1회 접촉 시 47.9%(1천812명)에서 4회 접촉 시 35.4%(1천335명)로, 우울감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회 접촉 62%(2천345명)에서 4회 접촉 시 44.6%(1천684명)로 각각 감소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이번 결과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자살시도자가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 관리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적절한 치료 제공과 사회·경제적 지원으로 자살시도자의 자살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 기관을 올해부터 총 42개에서 52개 병원 응급실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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