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감이 코로나 블루 시대에 주는 교훈..."육체와 정신의 아픔 동시에 치료해야"
스페인 독감이 코로나 블루 시대에 주는 교훈..."육체와 정신의 아픔 동시에 치료해야"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01.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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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급변하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혹자는 코로나 대유행을 스페인 독감 대유행과 비교합니다. (두산 백과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을 말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역사적으로 가장 위험했던 질병으로 기록되어 졌습니다. 세계에서 5억 명의 인구가 스페인 독감에 확진되었고, 이 중 많게는 5천만 명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높은 사망률을 보인 스페인 독감은, 미국에서도 4차례에 거쳐 대유행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스페인 독감의 유행 이후, 많은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기원과 특성을 밝히는데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는 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Jeffrey Taubenberger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1918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의 서열 및 계통 발생 분석을 통해, 스페인 독감을 일으켰던 요소가 조류에서 기원된 H1N1 바이러스라고 주장했습니다.1)

사실, 1970년대까지는 전염병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소설이나 역사 속 기록으로만 다뤄질 뿐이었습니다. 다만 1976년, Alfred Crosby가 『Epidemic and Peace, 1918』 라는 책을 출간했었습니다.2) 이 책의 가장 큰 업적은 그동안 교과서나 정기 간행물을 통해 다루어지지 않았던, 대유행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역사가들로 하여금 질병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의 대유행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 특히 스페인 독감이 정신건강에 미쳤던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역사 인구 학자 Svenn-Erick Mamelund 박사가 이에 대한 연구를 시도했습니다. 그는 1872년부터 1929년까지 노르웨이의 정신병동 입원 환자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인플루엔자에 의한 정신장애로 입원한 환자의 수가, 스페인 독감 유행 이후 6년 동안 7.2배 증가했음을 발견했습니다.3)

또한, 그는 스페인 독감에 걸렸던 생존자들이 수면 장애, 우울증, 현기증으로 인해 학업과 직장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1918년에서 1920년까지 미국에서 독감에 걸렸던 사람들의 자살률이 증가한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4)

스페인 독감과 신경계 질환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 학자들은 Mamelund 박사뿐만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의사와 연구진들은 1919년과 1920년 사이 스페인 독감에서 회복 중인 환자들 일부가 신경증상과 정신적 질병이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환자들은 우울증, 신경 쇠약, 수막염, 신경 세포의 퇴행성 변화,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을 경험했습니다.5)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기, 뇌염 환자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Hoffman과 Vilensky는 독감과 뇌염이 혼합된 증상에 대해 설명했습니다.6) 즉, 독감과 뇌염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은 과도한 졸음, 안구 장애, 운동 장애를 경험합니다. 이 증상은 매일, 심지어 시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만성단계에서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거쳐 발생하며, 파킨슨 병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1916년에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뇌염 증상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1919년까지 유럽, 미국, 캐나다, 중미, 인도 전역에서 뇌염 증상이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에서 백만 명의 사람들이 뇌염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죠. 많은 임상 전문가들이 뇌염과 스페인 독감과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노력했지만7)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부 의학 연구진과 사회 역사가들은 스페인 독감과 전쟁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추측했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4년간 계속 이어졌습니다. 전쟁이 끝나가던 1918년에 스페인 독감이 시작됐죠. 그리고 의료 인력이 전쟁에 동원돼, 경미한 독감 바이러스를 가진 민간인 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역사가들은, 이때 치료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서 돌연 바이러스가 생성되었음을 지적했습니다.8)

전쟁은 질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정서적, 정신적 피해를 줍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은 많은 사람들에게 무력감과 불안감을 줍니다. 또한, 죄책감과 분노, 혼란과 절망의 감정도 가져오죠. 의료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좌절감과 슬픔에 시달린다고 지적했습니다.9)

이처럼 전쟁의 후유증과 스페인 독감에 시달리던 1918년부터 1920년의 시대적 배경은 오늘날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는 우리의 모습과 많은 면에서 닮아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아픔까지 치료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기사는 미국 정신건강 전문 언론지 Psychiatric Times에 실린 Penn State unversity의 역사학 교수 Eghigian 박사의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기사 원본 출처

Psychiatric Times, Psychiatric Times Vol 37, Issue 5, Volume 37, Issue 5

 

참고 문헌.

1. Taubenberger JK. The Origin and Virulence of the 1918 ‘Spanish’ Influenza Virus.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2006;150:86-112.

2. Crosby AE. America’s Forgotten Pandemic: The Influenza of 1918. Cambridge and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3. Mamelund SE. The Impact of Influenza on Mental Health in Norway, 1872-1929. Workshop. May 2010. Carlsberg Academy, Copenhagen, Denmark.

4. Mamelund SE. Effects of the Spanish Influenza Pandemic of 1918-19 on Later Life Mortality of Norwegian Cohorts Born About 1900. Working Pape., October 2003.

5. Henry J, Smeyne RJ, Jang H, et al. Parkinsonism and Neurological Manifestations of Influenza Throughout the 20th and 21st Centuries. Parkinsonism & Related Disorders. 2010;16:566-571.

6. Hoffman LA, Vilensky JA. Encephalitis Lethargica: 100 Years After the Epidemic. Brain. 2017;140: 2246-2251.

7. Beiner G. Out in the Cold and Back: New-Found Interest in the Great Flu.Cultural and Social History. 2006; 3: 496-505.

8. Phillips H. The Recent Wave of ‘Spanish’ Flu Historiography.Social History of Medicine. 2014;27:789-808.

9. Bristow NK.  American Pandemic: The Lost Worlds of the 1918 Influenza Epidemic. Oxford an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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