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는 군인들, 죽음 이후에야 가족에 통보
우울증 앓는 군인들, 죽음 이후에야 가족에 통보
  • 김혜린 기자
  • 승인 2018.07.29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軍, 병사 질병 가족에 알릴 의무 없어
‘가족 연계 필요’ 진단 나와도 가족에 안 알려
전문가, 가족에게 알리고 협조해 치료받도록 해야

심한 우울증으로 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가족들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우울증 증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파인낸셜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조모 일병의 유족은 아들이 사망한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아들 장례식장이었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조 일병 어머니에 ‘상담을 했었고, 약도 먹었다’고 알려준 것이다.

그전까지 유족은 ‘부대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고 말한 조 일병이 사망한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

조 일병 어머니는 “아들이 우울증을 겪고, 자살 의도가 있었다는 걸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군은 가족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5년 5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숨진 고모 일병 어머니도 아들이 자살 우려 병사였는지 몰랐다고 했다.

입대 전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어 자살 징후를 생각도 못했고 만약 있었더라도 군에서 당연히 알릴 줄 알았다는 것이다.

고 일병은 입대 후 각종 검사에서 ‘자살’, ‘정신장애’ 등이 예측됐고 사망 직전엔 ‘즉각적인 전문가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있었다. 하지만 군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현행 군법이나 규정상 소속 부대에서 병사의 증세를 부모나 가족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부대원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군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가족은 이를 모른다.

위 두 병사의 경우도 ‘가족 연계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부모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두 병사의 경우 가족 연계 치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련자를 징계했다”면서도 “현행 군법상 병사들이 병을 앓고 있다고 했어 부모에게 알려야 할 규정이 없고 단순히 증세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문제를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병사의 증세를 가족에게 알릴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위험이 있을 때 가족에게 알리는 건 의료 윤리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며 “정신질환 문제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가족의 도움을 통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비전문가인 부대 책임자가 자체 판단하기보다 가족들과 같이 협조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자살 우려가 있으면 가족에게 먼저 알린다”고 설명했다.

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군 출신 영관급 예비역 장교는 “부대관리훈에는 병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가족과 상의하거나 가족에 도움을 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알리지 않았다고 답한 것은 군의 안일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