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책! Check!]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의 광기와 욕망에 대해 사회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관형 기자의 책! Check!]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의 광기와 욕망에 대해 사회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까"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11.0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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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광기


출판사 Check!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위고'라는 출판사다.

위고 출판사는 이재현, 조소정 두 명의 편집자가 2012년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출판사다. 기자도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단 2명의 편집자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활발히 출판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고 출판사에서는 '아무튼 시리즈'를 비롯해 양질의 책들을 계속 출판해왔다. 

또한, <소년의 심리학(마이클 거리언, 2014)>, <프로이트 패러다임(맹정현, 2015)>,  <라깡의 인간학(백상현, 2017)>, <나는 심리 치료사입니다.(메리 파이퍼(2019)> 같은 철학과 심리 관련 책들을 계속 출판해 왔다.

저자 Check!

이 책의 저자는 '필리스 체슬러'라는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정신분석학자이다. 특이한 점은, 대학 재학 중 아프가니스탄 남성과 결혼해, 카불에서 거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때 경험했던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후 그녀는 뉴욕의과대학에서 신경생리학을 공부하고, 뉴욕시립대학에 여성학 과정을 개설했으며, 여성의 심리와 건강을 위한 단체를 조직하기도 했다. <여성과 광기(Women and Madness)>라는 책은 1972년에 출간되었는데, 전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페미니즘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필리스 체슬러는 여러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심리학 및 여성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임옥희 교수는 경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고, 대표적인 여성학 학자로서 페미니즘 지식문화를 이끌어 왔다. 2021년 8월 교수직에서 퇴임하기까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수많은 젠더 관련 서적들을 번역해 왔다.

 
내용 Check!

기자는 제목 '여성과 광기'라는 문구에 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됐다. 그동안 정신장애에 다룬 책들이 적게나마 존재했지만, 그중에서도 여성만의 정신장애에 대해 다룬 책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은 신체장애인에 비해 편견과 차별에 더욱 시달려 왔고, 정신장애인 중에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있어서 이중의 차별을 겪어야 했다. 그런점에서 여성 정신장애인의 삶과 이야기는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정신병원 안에서의 생활과 증상,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이 책이 담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레즈비언, 제3세계 여성, 페미니스트 등. 기존에 흔히 다루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도 찾을 수 있다.

책의 앞부분, '개정판을 펴내며'에서 맨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 중에는 50년 전만 해도 귓속말로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많다."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 사회는 여성의 광기와 욕망에 대해, 레즈비언과 페미니즘에 대해 건강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0년 전에 귓속말로 다루지 못한 주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루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좀 더 진보적이고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기자는 1부 광기에서 "정신병원에서 보낸 네 여성의 삶"이라는 챕터의 분문을 읽어봤다.

남편의 구타에 의해, 가족의 명예를 위해, 억울하게 병원에 입원한 여성들은 갖은 학대와 절망에 처해져야 했다. 그런데, 이 책은 4명의 여성의 삶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녀들의 병원에서의 삶은 여성에 대해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적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그 내면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을 설명함으로서 이론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2부 여성에서는 대화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내용이 조금 어려웠던 1부와 달리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정신병원에서의 입원 생활이라는 1부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대화 형식으로 바꾸고나니, 좀 더 현실적이고 문장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레즈비언과 제3세계 여성, 페미니스트 같이 평소 접하기 힘든 여성들의 이야기도 대화 형식으로 읽을 수 있어, 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13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질문에 답을 던질 수 있다면, 아마도 그 독자는 이 책을 완벽에 가깝게 이해한 것이며, 저자와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디자인 Check!

앞 표지는 생각보다 디자인이 단순하다. 검은색 얼룩 무늬에 빨간 배경으로 영어 글자가 써있다. 이렇게만 보면, 이 책의 성격을 알 수 없었겠지만, 하얀 띠지를 통해 제목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WOMEN MADNESS' 그리고, '여성과 광기'. 언뜻 보면 단순한 제목과 폰트에 내용도 단순할 것 같지만, 이 책은 결코 단순한 책이 아닌, 복잡하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지는 흑백으로 인쇄돼 있다. 굳이 이미지나 컬러가 들어갈 필요 없이, 내용만으로 책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겠다. 다만, 소제목이나 중요한 문장에는 볼드(굵은 글씨)처리가 되어 있어, 단조로움을 최소화했다.

장점 Check!

여성과 광기라는 이 책의 제목과 주제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분야이다. 이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함께 사회적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새로운 놀라움과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반면, 남성 독자들에게는 여성을 보다 잘 이해하고, 특히 정신적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이 겪어야 할 문제와 아픔들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유의점 Check!

번역서다 보니,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명칭의 다수가 영어식 이름으로 적혀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를 배경으로 쓴 책이다 보니, 약간의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나 장애 해방 운동이 해외에서부터 먼저 시작됐고, 해외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진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 빛난다고 볼 수 있다.

읽다 보면,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읽다 보면, 이 책의 저자와 충분히 공감을 나누고, 맨 마지막 13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정보와 구매 링크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937781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책을 구입하여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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