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류원용의 시] 백지장 차이
[당사자 류원용의 시] 백지장 차이
  • 류원용
  • 승인 2023.06.12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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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나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쩌하다보니 간호학과를 진학하게 됐고,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정신과 간호사가 됐다.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다.

정신질환자를 구경한다는 것이 신기했었고,

정신과 환자들은 뒤탈없으니,

내 마음데로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정신과 간호사가 되어 처음 배운 것은 "거짓말"이었다.

일명 간호기록이라고 하는 장난감 놀이는 오르가즘 처럼 짜릿했다.

그 곳에다 나는 열심히 거짓말을 써댔다.

모든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였고, 내 눈에 보이는 환자는 현행범 범죄자였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쓰면 되는 것이다.

나에겐 지나치게 잘생긴 환자는 "변태"였고,

병원에 남자친구가 있는 환자는 결박 대기 감찰대상이었다.

가방끈이 짧은 환자에겐 면전에 모욕하는 것도 거리낌 없었다.

어느새 나는 환자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어떤 환자는 퇴원하며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나이팅게일에게 욕설하는 사람이 있지?'

분함에 이를 간지 오래지 않아 나는 답을 찾았다.

'아~ 저 사람들은 환자였구나!‘

간호연차가 늘수록 바퀴벌레는 늘어났고, 모두 박멸하고만 싶었다.

내 머리속의 살의(殺意)는 점점 심해져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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