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텅 빈 자리
[당사자 곽한나의 시] 텅 빈 자리
  • 곽한나
  • 승인 2023.10.2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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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픽사베이.

마당에 잎사귀 하나가 돋다

밟히는 생명체 하나 없어

뜰녘에 어둑하다

스산한 더운 바람이 남아 있는데

눈 온 뒤 풍경이 그려짐은

아무도 다녀간 자국 없는

나뭇숲 사이 뚝뚝 물기 없는 잎들이

모양새 잃고

벗어 놓은 작은 신, 어느 적 소식인가

집배원 수북히 쌓인 우체통에

빼꼼이 전보 눌러놓은

3층쯤 되어 보이는 에레베터 갖춘 건물은

울상이 된 채 둘러보는데

나뭇잎만 계속 저벅거리며 주인 행세하고

물 한 모금 찾는 이도 잃고

인적 끊긴 깊은 산중

거친 들녘을 꿈꾸는가

늑대 배고픈 긴 울음소리

벌써 발자국 마당에 안 밟힌지

이상한 정적이 땅을 엄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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