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큰 기침, 긴 기침
[당사자 곽한나의 시] 큰 기침, 긴 기침
  • 곽한나
  • 승인 2024.01.16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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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픽사베이.

물 한 모금의 자유를

마당의 꽃들이 반기는 곳

항상 방에만 있어야 하는 그녀

눈이 침침하여 불편해서지

그녀가 큰기침을 하며 가끔 돌아눕는데

그녀가 유일하게 내뿜는 표현 한 단어

그 속을 그 후벼파는 가슴을...

꽃들이 마냥 웃고 있고 촉촉이 빗물에

반짝이기까지한

아침에 마당에 나왔다

꽃들은 항상 예뻐

방의 그녀를 예뻐해본 적 있나

꽃처럼 웃고 싶은 그녀

오늘도 그녀는 방에 있다

나는 긴 기침을 하며 하늘을 둘러본다

문득 내가 그녀가 돼본다

답답함의 탁트이는 기침이

이렇게 시원할 줄이야

그녀에게 유일한 자유가 큰 기침이었어

나에게 꽃을 보며 물 한 모금 마시는 여유가

그녀에겐 큰 기침으로

눈도 못 마주치며 오늘도 돌아눕는다

순간 슬프다

그녀가 어눌한 주먹을 쥐고

유일한 화장실 가는 움직임 외엔

마당의 꽃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한 귀퉁이 무릎 모으고 해를 쬐며

한번 따라해 본다

큰 기침은 못 해도 긴 기침을

마당의 고요가 밖과 안은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

그냥 밤에 있어도 그녀의 마음이 아마

꽃과 같은 것이다

조용히 방으로 밤길을 돌리며

창가로 다녀온 밖을 다시 쳐다본다

아무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지만

나는 훨훨 날을 것 같은 만족을 느껴본다

나는 그녀의 큰 기침을 깨달은 것이다

어떻게 해 줄 길이 없어도

그녀는 자기의 하루를 잘 엮어간다

사람을 그녀는 부르고 있는 것이다

큰 기침은 그녀의 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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