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복지관 설립 필요... 서울시 조례와 정신건강복지법에 설립 근거 마련돼야”
“정신장애인복지관 설립 필요... 서울시 조례와 정신건강복지법에 설립 근거 마련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6.28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제공 기관들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주간재활시설·직업재활시설 늘려야
정신건강복지법에 복지 서비스 명시하지만 공급 자체 없어
지역 기반의 밀착형 복지서비스 체계 갖춰져야
정신장애인 고령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지원 필요
획일적이고 관성화된 프로그램으로 당사자 욕구 충족 못해
정신장애인은 고용 지원과 여가 제공 욕구가 가장 많아
주간재활시설 운영에 당사자·가족·동료지원가 목소리 반영돼야
기존 서비스 변경해서 일상훈련 복지 서비스 확장해야

정신장애를 가진 서울시민의 시민권과 복지권의 보장을 주제로 한 온라인 토론회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 변화와 적극적 서비스 공급을 위해 정신장애인복지관이 건립돼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박재우 서초열린세상 소장은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당사자가 지역사회로 들어가려는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가 당사자를 끌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소장은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후 사회가 노력한 부분은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잘 치료받아 증상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그러다보니 사회는 별로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보건 서비스만으로는 당사자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나 퀄리티 라이츠(Quality Rights)에서도 이를 치유의 중요한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건강증진시설이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의 경우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인데 이 중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 서비스 제공 기관은 정신재활시설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제정 이후 지난 3년간 정신재활시설은 기관과 인원이 꾸준히 줄어왔다.

박 소장은 “정신재활시설 중심으로 복지서비스 욕구는 많은데 수요가 공급을 못 따로 있어 주간재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을 늘려야 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과 서울시 정신장애인 지원 조례가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명시하고 있는데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 서비스가 지역 밀착형으로 이뤄지려면 지역 기반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당사자들의 욕구는 차이가 크다. 지역 기반의 복지서비스 연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장애인의 고용과 직업재활 부분도 정신건강복지법과 시행규칙에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어떨까.

박 소장은 “서울시는 자립생활지원조례에서 정신질환자 취업 지원 센터 설치 및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며 “주간재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에서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정신장애인 고용 및 직업재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장애인의 평생교육 지원 또한 서울시 조례에 담고 있지만 서비스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서비스 공급이 안 되는 게 지원 교육”이라며 “20대 전후로 발병해서 학교로 돌아가기 어려워 학업이 중단된다. 지원 교육 시스템을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의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의 경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에 정신질환자 사회통합 지원이라는 항목에서 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공급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박 소장은 “당사자가 자기표현을 통해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면 그 자체가 인식개선에 큰 효과를 가진다”며 “광기가 반드시 제거되거나 치료돼야 할 장애의 일부일 필요는 없으며 광기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육 활동과 관련해 정신장애인은 비만이 많으며 성인병이 많이 발생해 지역사회 헬스장으로 가 운동을 하라고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56%가 기초생활수급권자임을 감안한다면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공동생활가정 외에 지원주택, 자립생활주택을 시행하고 있다. 이 생활 입소자들의 연령대가 40~50대로 고령화되면서 이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소장은 “40~50대의 생애주기적 욕구와 20대 초발 연령의 욕구와는 다르다”며 “당사자들도 정신재활시설에 와도 또래집단이 없으면 다니는 데 불편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20대 전후의 초기 정신증을 가진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과 재활,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박 소장은 “기존에 공급되고 있는 서비스 공급자와의 충돌을 피해야 한다”며 “소규모 서비스 공급자를 양산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은 “기존 서비스 공급 주체를 키워서 같이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며 “기존 서비스 제공자들이 대안이 안 되면 새로운 대안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지역사회 복지자원을 연결해 당사자가 복지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해야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연계할 곳이 없다는 문제가 부상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모든 기능적 필요성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박 소장의 주장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직접 서비스에 나서면 센터 정체성 문제와 서비스 중복의 문제가 나타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신건강복지법 33조에서 38조가 규정하고 있는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박 소장은 이의 해결책으로 기존 장애인복지관의 모델을 빌려 정신장애인복지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굳이 이름을 복지관으로 하지 않아도 대안적으로 ‘마인드플라자’로 불릴 수도 있다.

그는 “정신장애인복지관에는 정신건강복지법 33조~38조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주기능으로 하고 사업 내용들은 주가재활사업, 취업지원사업, 교육문화지원사업, 가족지원사업, 전환지원사업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조례 개정의 필요성이 나오는 지점이다.

박 소장은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에는 장애인복지기관 설립이 담겨 있었는데 전국에 하나도 안 생기니까 보건복지부가 남겨 둘 의미가 없다며 이를 없앴다”며 “서울시 조례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정신재활시설을 확충해도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인용해 “정신장애인이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사유는 프로그램 참여가 부담스럽다가 가장 높았다”며 “재활시설에서 아무리 훈련받아도 지역 내 동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정신장애인복지관 설립과 관련해 “당사자의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며 “프로그램 참여 부담률이 가장 많다는 걸 보면 그간 획일적 프로그램으로 당사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정신질환 지역 계획 수립안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지원계획을 수립할 때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조사 때는 반드시 당사자 활동가를 실태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정신장애인 복지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립생활은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으로 재활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닌 소비자이며 공급자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에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가 관리하는 정신장애인 복지 정책을 정신장애인자립지원과를 신설해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희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정신장애인복지관의 설립은 새로운 서비스 체계가 등장하는 것”이라며 “서비스에 어떤 사업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체계가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와 관점, 비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신장애인복지관이 치료·재활을 넘어 회복의 관점을 지향하고 정신장애인의 다양한 회복의 과정들을 존중하고 반영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역량 강화 비전이 서비스 운영 체계 안에 반영돼야 진정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장애인복지관은 지역의 복지 체계들이 정신질환자의 이해를 높이고 맞춤 서비스를 위한 지역사회 복지 자원들을 강화하고 작동하도록 역량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거점 기관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복지관이 생기면 서비스를 획일화할 필요가 없다”며 “지역거점으로서 지역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분석을 해 지역별로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복지관이 취업 서비스는 기본으로 체계화돼야 하고 지역 욕구에 따라 주거나 교육, 문화예술 서비스를 거기에 결합해야 한다”며 “기본 원칙인 접근성, 통합성, 공동체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성의 구현은 지역사회 주민 누구나 올 수 있는 방향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치료 지원과 사회 복귀 통합은 당사자가 자기결정권을 갖고 원하는 서비스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가가 한 부분”이라며 “기존 재활서비스나 취업, 가족지원 서비스가 체계가 없어서 당사자와 가족이 그것을 못 느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들어와도 분절화되는 경향 때문에 당사자들이 어려워했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서비스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가 욕구를 어떻게 갖고 있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정신장애인 지원 욕구는 고용 지원과 여가 제공의 욕구가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것들이 어느 센터에서 무엇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가, 중첩되고 있지 않은가, 서비스 질은 충분히 조정되고 있느냐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며 “새로운 서비스 체계인 정신장애인복지관이 설립되면 욕구 중심의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표 서울시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정신장애인복지관 서비스 수립은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현실에서 여러 문제가 연계돼 있다”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협회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35조 평생 교육은 수동적 문제인데 이제는 평생 학습이라는 말로 바꿔서 정신장애인이 어디에 있든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습은 능동적이고 당사자 스스로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코로나19 후에 서울시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사이버복지관 프로그램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은 돈으로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속도를 조절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권기옥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시지부 정책자문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정신장애인복지관은 한 군데도 없다”며 “정신장애인복지관 설립과 운영이 정신장애인 가족들의 숙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정신장애인복지관 설립·운영은 단지 정신재활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며 “정신질환의 인식 개선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이면서 개인의 특성과 질병 정도에 따라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는 주거지원 서비스”라며 “정신장애인은 의료기관에서 퇴원하면 갈 곳이 없고 가족이 없어 고시원이나 친인척 집을 전전한다”고 토로했다.

권 위원장은 “가족에게 필요한 교육과 정보 제공, 증상 관리 및 약물 관리 모니터링 방법, 재발 방지 등 환자 관리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 정보 제공, 재활 개입 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거 정신질환자 돌봄서비스의 확대, 동료 쉼터 설치 등을 요청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 주간재활시설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방햐성을 잡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국장은 “분석을 했더니 주간재활시설에 유입 경로가 개인이 알아서 들어가는 게 42.3%였고 프로그램도 지참에 따라 제공하는 프로그램 외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재활시설 퇴록(떠남)하면 제일 많이 가는 곳은 가정으로 40.3%”라며 “사례관리가 중단되는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또 “기존 서비스 내용이나 시설 기준을 전체적으로 변경해서 일상생활 훈련이 들어가는 복지서비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30대 위주로 프로그램이 돼 있는데 퇴소하는 이들 나이가 많아서 그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넣기에는 연령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프로그램을 표준화한다거나 공동 운영 지침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지원 방법에 대해 2030 계획 마련 안에 들어가 있다”며 “특히 주간재활시설 운영에 있어 당사자와 가족, 동료지원가의 목소리가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사회 복지 자원 활용에 정신건강 지원을 하는 다양한 정신건강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서비스 내용이 단편적이거나 획일적이지 않은 맞춤형이면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로 귀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 복지기관의 장점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집중적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주거와 생계, 의료, 직업, 여가 등 서비스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해나가야 하고 그들의 인식을 바꾸고 연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 확보를 위해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클럽하우스 모형으로 이 모델을 우선 추진해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정인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토론회 영상 보기(아래 클릭)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