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입 100만 원 미만인 비장애인 예술가 72%...장애예술인은 더 열악해”
“1년 수입 100만 원 미만인 비장애인 예술가 72%...장애예술인은 더 열악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5.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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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장애인 예술·체육 지원 토론회
코로나 시대에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 양극화 심화돼
문체부 예산 6조 원 중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은 207억 불과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 제정하고 문화예술 전문 단체 육성 지원해야
강남장애인복지관, 장애예술가 발굴해 개별 지원으로 창작 극대화
엘리트 중심 체육 정책에서 일상적 생활적 체육으로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19 시대에 장애예술인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비장애인 예술과 장애인 예술 분야의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장애예술인에 대한 국가 교육과 지원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장애예술계 요청도 제기됐다.

체육 분야에서는 기존의 엘리트 체육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스포츠 향유권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장애인 인권 스포츠 패러다임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 역시 강조됐다.

지난 11일 국회와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기도를 위한 토론회’가 경기도의회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발제를 맡은 배은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코로나 시대의 예술인 지원 제도에 장애예술인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장애예술인이 국가 지원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예술가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2월 제정된 ‘장애예술인문화예술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활동지원법)이 유일하다.

배 상임대표는 “장애 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보장 제도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문화 예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지원의 불균형, 재정 지원 법률의 부재, 접근 불가능한 환경, 체계적인 예술 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총 6조8293억 원이고 이중 일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은 2조1832억 원이다. 그러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예산은 207억 원에 불과하다. 장애인 예술단체 지원은 56억 원인데 반해 일반 예술단체 지원액은 846억 원이다.

지원 법률의 문제 또한 지적됐다. 현재 일반 예술인들을 위한 법률은 문화예술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대중문화예술발전법, 문화예술교육진흥법, 미술품유통법, 서예진흥법 등이 있지만 장애예술인 지원 법률은 하나뿐이다.

그는 “전체 인구의 5%인 장애 인구가 있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장애인 출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과연 장애예술활동지원법 하나로 장애 예술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예술지원 기금은 있지만 장애인문화예술창작기금은 없다”며 “장애 예술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보자면 장애인 문화예술 전반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지자체 내 문화예술 시설 접근성의 강화, 장애인 이동권 강화, 장애인문화예술 전문교육 기관의 설립, 장애인 문화예술 전문 일자리 지원의 확대, 문화예술 전문 단체 육성 및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배 상임대표는 이 같은 법과 사회적 가치는 정책을 통해 실현된다는 입장이다.

2018년 일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가 있었다. 예술인 18만 명 중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저작권 수입이 있는 예술인은 25%에 불과했다. 예술인의 70%가 프리랜스로 일했고 1년에 100만 원 미만의 수입을 올리는 예술가는 72%에 달했다.

배 상임대표는 “일반 예술인의 현실이 이런데 장애예술인들의 실제 수입을 실태조사해 본다면 어떨까”라며 “전체 예산의 0.1%도 되지 않는 예산을 지원받는 1만 명에 가까운 장애예술인들의 생태계는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더 힘겹게 변화될 것”이라며 “예술을 업으로 삼는 장애예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보호받기 위해서는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애인 문화예술계도 생활예술인을 포함해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 불균형 해소를 통한 지방 조례 등 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 장애예술인들이 K-팝과 K-방역에 이어 K-에이블아트(Able Art)를 이뤄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조진아 강남장애인복지관 문화예술팀장은 장애예술가들의 발굴과 지원, 비장애인 예술가와의 멘토 맺기 등에 대한 복지관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이 기관은 국내 최초로 장애인문화예술에 특화된 복지관이다.

조 팀장에 따르면 이 복지관 사업 방향은 3가지로 분화된다. 우선 장애예술인에 대한 개별 지원이다. 예술성은 개별적이라는 철학에 기초한 접근법이다. 이어 장애유형별·생애별·장르별로 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예술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이다.

장애문화예술 사업의 경우 5단계로 진행되는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예비 예술인을 발굴하고 예술인 개별 지원, 현직 작가와의 멘토링 맺기, 장애예술인의 전시와 공연 기획, 오롯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복지관은 초창기에 재능 있는 예술인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후 공연 예술과 시각 예술 파트로 나눠서 모집하기 시작했다. 우선 서류 심사를 거치고 오디션을 받게 된다. 일차를 통과한 경우 본인이 어떤 예술인이 되려고 하는지 계획을 지원서에 작성하게 되는데 지원서를 제출할 때 포트폴리오와 영상을 함께 제공해 재능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게 했다.

공연예술 오디션은 자유곡 2곡으로 진행되며 외부 심사위원의 선발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조 팀장은 “선발된 예비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원 계획을 수립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전문 예술인과 일대일 멘토링을 맺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티(장애예술인)의 성장 욕구”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 육성 클래스는 공연 예술과 시각 예술로 나뉘어서 장르별, 연령별, 수준별에 맞춰 정해진 회기에 따라 일대일로 진행한다”며 “이 시간 속에서 멘토와 멘티는 예술적 교감을 통해 함께 성장하게 된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해외 공연, 라이브, 인식개선 캠페인 등 대중과 만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했던 기획 사업이 생활 밀착형 공연과 전시였다”며 “대중을 장애예술로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의미”라고 밝혔다.

복지관이 매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장애인 작가와 비장애인 작가가 함께 하는 콜라보 전시회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고 예술과 대중을 잇겠다는 취지에 기반한 사업이다. 전시회를 통해 작가들은 장애·비장애 예술인으로 불려지기보다 작가 그 자체로 불려지게 된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장애예술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가족을 함께 지지하는 것”이라며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가 매너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저희가 보호자들을 위한 예술 수업도 함께 병행한다”고 말했다.

또 “작가로서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만드는 것”이라며 “장애예술인의 콘텐츠를 상품으로 제작하거나 판매에 사용료를 지급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저작권을 보호하고 기본적 수입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영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예술정책과장은 “장애인 문화예술의 발전 과정을 저해하는 요소는 체계적인 예술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며 “경기도는 장애인의 교육 지원 사업을 위한 국비 지원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장애인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의 주요 활동 분야는 서양 음악, 문화, 미술 3개 분야였다. 응답자의 67%는 장애예술인의 전문적 예술 교육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전문교육 인력의 부족이 30%, 교육 기관 부재 23%, 시설 부족 20%, 정부 부족 19% 순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교육 지원이 부재하거나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최 과장은 “4차 산업과 일인 미디어 시대에 따라 영상 예술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장애 유형과 비교적 무관하게 접할 수 있는 영상 매체를 활용한 교육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장애 문화 예술권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애예술활동지원법에 따라 장애예술인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장애예술인 대상의 음악, 문학, 미술, 영상미디어 4개 교육 분야에 국비 지원을 건의한다”며 “소요 예산은 12억 원으로 이중 50%가 국비지원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재훈 나사렛대학교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체육 접근성의 향상과 기존 엘리트 스포츠를 넘어서는 생활체육으로 스포츠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체육 활동이 많았다”며 “선수 중심의 체육 활동이 진행되면서 경기력이 강조됐고 국민은 관람 위주의 체육 활동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경험, 인권, 삶의 질, 웰빙, 향유 등으로 선수 중심이 아니라 개인 중심 스포츠 활동이 강조된다”며 “그중 인권 패러다임은 모든 장애인 스포츠 서비스 분야에서 다 들어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장애인 스포츠 인권에서 이야기하는 결론은 장애인들에게 스포츠 향유권을 돌려주자는 것”이라며 “엘리트 중심의 체육 정책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하는 체육으로 가자는 게 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체육 참여율을 보면 260만 명의 장애인 중 참여율은 24.2%이다. 이는 비장애인들의 체육 참여율은 60.1%로 세 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장애인의 체육 참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조 교수는 “재활운동 장애인 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재활운동을 통해 체육에 참여하고 싶다가 11%였고 건강 및 체력 관리가 82.9%였다. 이는 대부분이 재활과 건강 체력에 장애인들의 참여 목적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며 “국위 선양과 경쟁 중심, 선수 중심의 체육 정책이 자아실현의 참여 체육, 건강과 삶의 질 향상으로 변화되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1975년 한국소아마비회관에서 장애인체육관인 수영장을 만든 이후 2018년까지 모두 45개소의 장애인체육관이 만들어졌다”며 “정부는 150개를 더 추가해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는 스포츠 정책의 일대 혁신”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보편적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인들이 체계적이고 과학적 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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