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
풍경 #2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18.07.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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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기호
사진=권기호

두 팔 벌려 생(生)을 벌 받고 있는 노송(老松)들

이미, 깨달았으리라. 생이 헐벗은 나체(裸體)로 흔들릴 때

사랑도 희망도 고엽처럼 떨어져내린다는 것을

지복(至福)은 그대 가까이에 있었다

그대가 지나쳐왔을 뿐,

돌아보라

얼마나 헛된 꿈들로 신열 앓아야 했는지

전(全) 생애를 그대가 아파해 집에 돌아오지 못할 때

그대를 기다리는 문 밖 노모(老母)의 뒷모습

이제, 돌아가라.

그대가 이번 생애에 이루지 못한 꿈들도

다 부질없었으니

사랑한다는 시린 언어도

어금니처럼 아려왔다가 헛된 꿈으로 끝나버렸으니

그대는 이제 돌아가도 좋다

어디로 갑니까?

그대가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가라

그곳에 그대의 노모와 애인이 빈 몸으로

노송에 아리게 비치는 불빛처럼

바람 맞으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돌아가도 좋다

정신에 맺힌 저물어가는 고통을 안고

거기가

그대 깨달음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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