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려 생(生)을 벌 받고 있는 노송(老松)들
이미, 깨달았으리라. 생이 헐벗은 나체(裸體)로 흔들릴 때
사랑도 희망도 고엽처럼 떨어져내린다는 것을
지복(至福)은 그대 가까이에 있었다
그대가 지나쳐왔을 뿐,
돌아보라
얼마나 헛된 꿈들로 신열 앓아야 했는지
전(全) 생애를 그대가 아파해 집에 돌아오지 못할 때
그대를 기다리는 문 밖 노모(老母)의 뒷모습
이제, 돌아가라.
그대가 이번 생애에 이루지 못한 꿈들도
다 부질없었으니
사랑한다는 시린 언어도
어금니처럼 아려왔다가 헛된 꿈으로 끝나버렸으니
그대는 이제 돌아가도 좋다
어디로 갑니까?
그대가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가라
그곳에 그대의 노모와 애인이 빈 몸으로
노송에 아리게 비치는 불빛처럼
바람 맞으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돌아가도 좋다
정신에 맺힌 저물어가는 고통을 안고
거기가
그대 깨달음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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