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호의 풍경] 풍경 #3
[권기호의 풍경] 풍경 #3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18.07.19 22: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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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기호
사진=권기호

시인 이성복은 시 ‘그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죠.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그래요. 어쩌면 정신장애는 세상의 아픔을 날것으로 체화해서 아픔다고 부르짖는 상징인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고 아무도 함께 아파하지 않지요.

함께 병들었지만 그들은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모두 자기 삶에 취했고 아프다는 실존의 음성은 발화되는 순간 세상을 떠돌 뿐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죠.

당신, 많이 아팠죠.

괜찮아요. 세상이 들어주지 않아도 같이 아프다고 외치는 누군가가 곁에 있으니까요.

고통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또 누군가의 시의 힘을 빌려, 술의 힘을 빌려 말하던 당신.

많이 아팠죠.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괜찮다고. 그 아픔도 실존적 고통도 다 별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고통을 통해 찬란한 별이 되는 거라고.

저 나무가시에 긁히며 떠오르는 달이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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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2018-07-29 16:36:09
마인드포스트 편집부에 음유시인 한분이 나타나셨네요. 시대의 문제를 너무 멋있게 표현해주셨네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