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주희 기자의 직격] 정신장애인이어도 괜찮아요...혼자서 너무 힘들때 이렇게 해보세요
[배주희 기자의 직격] 정신장애인이어도 괜찮아요...혼자서 너무 힘들때 이렇게 해보세요
  • 배주희 기자
  • 승인 2021.03.29 19:3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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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진단받은 A씨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 정신과에 다니고 약도 복용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약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병은 더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보호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족도 있고 친구, 연인도 있지만 어쩔 때는 오히려 그 보호자들이 A씨에게 트리거가 되기도 하고 가슴을 할퀴는 심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A씨의 보이지 않는 병에 대해서는 측은지심을 내비치지 않을 때가 많다. 아무도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모두들 자는 새벽, 그 시간들에 그녀는 병이 주는 고통과 외로움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한다. 그 심연의 아픔과 눈물을 누가 이해해 줄 수가 있을까.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도 당사자의 '그 가슴이 미어질 듯한 통증'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선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임을 사실상 알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자도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겠지만, 당사자의 고통과는 비교불가하다. 

그러니 정신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에만 백퍼센트 완전히 의지를 하면 매번 실망이 커질 것이고 이 끝이 없는 병마와의 싸움에서 보호자가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가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일전에 기자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나름 신기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한 번은 친한 친구가 기자의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기자는 그 친구가 묵을 방에 환기도 시키고 이불도 섬유유연제를 많이 써서 빨래를 하고 좋은 향기가 풍기기 바랐다.

그리고는 친구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주변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편하게 만드는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열심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다.

기자는 친구가 묵을 방을 5성급 호텔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다(c)starhotel.com
기자는 친구가 묵을 방을 5성급 호텔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다 (c)starhotel.com

그런데 그 방에서 나와서 본인이 자는 침실로 들어가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기자의 방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스스로 비난을 일삼아 왔고 항상 자기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자책하며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많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기자가 기자 스스로를 위해 방 정리를 하고 편하게 잘 수 있게 잘 '대우'를 해주기 시작했다.

당시 기자는 자존감이 많이 낮아 있던 상태였는데 어찌보면 이런 참 작은 일을 하나씩 해내가면서 본인에게 너그러워지고 부정적인 마음들을 조금씩 무시하게 되기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조차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 것이라고 느끼며 자신 스스로가 내린 잣대들은 본인에게 더 엄격한 경우들이 많다.

이런 당사자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고 제일 가까운 보호자의 의견을 자기의 의견보다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인을 바라보며 비판하고 비난하며 질책하고 심지어 증오할 때도 있다. 이러한 심적 문제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일부러 물리적으로 아프게 하여 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나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절대 나에게 상처줄 수 없다"는 것을 마음에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나만이 나에게 훈계할 수 있고 타인은 내 허락 없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없다(c)postpurs
나만이 나에게 훈계할 수 있고 타인은 내 허락 없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없다 (c)postpurs

그리고 그 가장 신경쓰이는, 본인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고 속상하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그 말들을 금방 잊어버리며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런 말과 행동을 무시해 버려야 한다.

"그러던지, 말던지" 하는 마음으로 신경을 꺼버린다. '별것도 아닌 걸로 날 상처주려 하네? 네 인생이 안 풀리니까 나를 비난해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거구나? 나보다 네가 훨씬 더 한심하고 불쌍하다' 하면서 오히려 '쿨하게' 넘겨버려야 한다.

그러다가 '내가 이렇게 하다가 저 사람 기분이 나빠지거나 화를 내면 어떡하지?' 할 때는 다짐하자. 나는 '나의 멘탈'만 관리하기로. 각자의 감정은 각자가 해결해야 맞다. 이미 아픈 당사자가 부담스럽게 남의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멈춰야 한다. 나는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살면 되는 것이고 나 자신의 수고는 '나'만 알면된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끄자(c)hkuusf
타인의 시선에 신경끄자 (c)hkuusf

대신 자기 자신을 스스로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단점보다는 좋은 점을 하나씩 찾아내어 칭찬을 해주는 일을 한다면 그보다 좋은 약이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낯설 수도 있고 장점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서 기자가 말했던 경험처럼 내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처럼' 소중히 여겨주고 다정하게 말을 건내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연습을 해 나가야 한다.

이 역시 처음에 좀 어색하겠지만 일단 시작을 하고 마음을 먹고 실천을 해 나가면 갈 수록 재미가 있고 살아가야 할 힘을 얻는 데 에도 엄청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거울 속의 나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자(positiveself
거울 속의 나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자 (c)positiveself

그렇다면 기자가 먼저 '나를 아끼기(Loving Myself)'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셀프토크'를 할 때의 한 예를 보여주고 싶다. 

일단 자기 자신을 아주 소중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대해주어야 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렇게 자신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한 번 예시를 들어보겠다.

"(힘든 일을 하고 있을 경우) 괜찮아. 주희야, 자 침착하자. 침착해야해. 그리고 지금 잘하고 있어. 이럴 때는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더 일이 안풀려. 침착히 해내자.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자기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라고 하지만 너는 많은 아픔을 견디면서 그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숨쉬며 살아있어. 죽을 고비를 한 두번이 아닌, 수도 없이 넘긴 사람이니까 너는 의외로 강한 사람이야. 뭘해도 잘할 수 있어." 

"(약 때문에 오전에 잠에서 일어날 수 없어 하루의 반을 허비했을 때) 어? 많이 늦게 일어났네? 그래도 지금 일어난 게 어디야. 1시에 일어난다고 지구 멸망하지 않아. 2시에 일어난 것보다도 낫잖아? 괜찮아, 괜찮아. 남은 하루를 두배로 열심히 살지 뭐"

"내가 뭐 어때서? 정신장애인도 잘 살 수 있어"(positive43)
"내가 뭐 어때서? 정신장애인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c)positivest

"정신장애인이 뭐가 어때서? 그냥 질병의 한 부분일 뿐이야. 더 무섭고 고칠 수 없는 불치병 환자들도 많잖아? 내 인생 망하지 않았어. 앞으로도 그럴거야."

"내가 어때서 날 비난해? 내겐 마음의 병이 있어서 어떤 큰일을 마음먹고 시작하는 것과 잘 끝내는 것은 못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항상 시도해 보려는 그 노력만으로도 대단한거야.

기분조절을 좀 못하면, 정리정돈 좀 못하면 어때? 난 글도 잘쓰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의 말을 잘 건내주는 착한 심성의 사람인데. 그러면 그걸로도 충분히 괜찮은거야.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즐기면서 살면되는 거  아니겠어? 그래 그렇게 살아가자. 별것도 아닌 것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잖아."

"행복하자, 주희야. 이제 곧 봄이야!"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 좌절하고 있을 때)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도 있잖아. 이 터널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이 고비만 넘기면 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버텨보자."

"(무언가가 도저히 견뎌내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 정 너의 뜻데로 되지 않으면 네 뜻을 거기에 두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공들여 왔던 무언가를 포기 하는 것도 큰 용기인거야. 잘했어. 참 잘했어. 고생 많았어.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아주 잘한 거야.더 좋은 기회의 문이 열릴거야. 잠깐 작전상 후퇴했다, 생각하자.힘내! 괜찮아!"

'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c)darkest3522
"언제나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c)darkest3522


이런식들로 기자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상냥히 잘 대해 주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위로해주고 그 상대에게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라며 용기를 줄 때 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좋은 점을 찾아내주고 마치 'VIP 귀빈'을 대하듯이 자신을 대하게 되면 삶이 180도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셀프토크의 힘은 실로 굉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막아버릴 수 있는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의 나'에게 미안해 하지 않도록 '오늘의 나'를 감싸 안아주자. 

타인에게서는 절대로 얻지 못하는 가장 큰 희망이 되어 살아갈 이유를 찾아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난 나의 희망이다"(c)hopehj
 "나는 나의 희망이다" (c)hopejest.com

자, 지금 이순간 떠오르는 '자신에게 제일 먼저 칭찬해 주고 싶은 것' 은 무엇일지 생각을 해내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걸어보자.

이럴 때는 보호자나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니 누구의 감정적 서포트가 없어도 괜찮을 수 있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내내 고민을 털어 놓을 수도 있고 칭찬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자유롭고 편리한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고 나의 심연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그 마음 속 친구에게 말을 걸어 보자. 그것이 익숙해져 입밖으로 소리내서  본인의 귀에 들리도록 실제로 말을 하면 더욱더 효과가 아주 좋다.

그 친구도 언제나 당신이 따뜻히 말걸어 주길 오래동안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정신장애인도 목발 없이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리하여 '새로 생긴 그 소중한 친구'와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로서 그 어떤 마음의 병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아닐까. 

내 감정을 소홀히 하지 말자

 

누구나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주고 싶고 

그 대가로 인정과 사랑을 바란다.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속상하다.

이 속상함은 걱정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이 섭섭하면 어쩌나,

실망하면 어쩌나,

더 나아가서는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때로는 이제 사랑받지 못하는 건가

하는 불안으로 까지 이어진다.

 

이런 생각은 전적으로 

나를 상대방에게 맞추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감각이 밀려온다.

 

그 허무함이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상대방이 실망 좀 하면 안되나?

섭섭할 때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상대방이 섭섭해하고

실망하는 것까지 책임지는 게 맞나?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나 역시 내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즐거웠으면 좋겠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내 기대를 먼저 만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나머지 것들도 의미가 있다.

 

나를 뺀 모두가 만족하는 삶은

나에겐 어떤 의미도 없다.

 

'내'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남의 감정만 걱정하느라

내 감정을 소홀히 하지 말자.


각자의 감정은 각자가 추스르게 두자.

지나친 걱정은 오지랖이다. 

 

김자옥 시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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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희 2021-03-31 15:53:30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체리 2021-03-30 20:34:16
이 기사보고 후원신청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승윤 2021-03-30 20:32:56
왜이런 ㅇ양질의 기사는 네이버에없나요

정윤지 2021-03-30 18:30:31
정말 진심 고개 숙여감사드립니닷

정윤지 2021-03-30 18:29:20
요즘 저한테 꼭 필요했던 말들이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