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전쟁과 재난, 인간 정신에 깊은 상처 남겨...우크라이나 전쟁 막아야 하는 이유
[이관형 기자의 변론] 전쟁과 재난, 인간 정신에 깊은 상처 남겨...우크라이나 전쟁 막아야 하는 이유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2.03.19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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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까지 우크라 국민들 평범한 삶...러시아 침공이 불러온 정신질환
지하실에서 포탄 소리 듣는 아이들...트라우마로 각종 정신질환 남겨
인간의 고통 확률로 표할 수 없지만 전쟁은 정신적 손상 남기는 비극

“폭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딸 아이, 폴리나(Polina)가 우리 부부 침실에 들어왔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인 딸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 가족은 모두 공포에 떨며 서로를 바라봐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는 여성 앨리나(Alina)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입니다. 그녀의 딸 폴리나는 7살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그녀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주권을 침해했다. 러시아는 정당하지 못한 공격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인명 피해와 경제 손실뿐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거쳐 회복되지 못할 심리적 상처를 안겨다 줄 것이다.”

러시아의 공격이 있기까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무장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둘러싸며 상황은 급작스레 바뀌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자원과 생필품은 물론, 전기, 음식, 물까지도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처럼 전쟁의 공포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터에서의 끔찍한 목격, 외부의 침입으로 인해 생겨나며, 공황장애, 불면증, 악몽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쟁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할 유병률은 자연재해로 발병할 유병률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백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를 위해 집, 도시, 직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폴란드와 기타 동유럽 국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난민의 위치로서, 한정된 자원으로 생활해야 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정신건강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죠.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성인 난민 중 30%에서 50% 가량이 겪는다고 합니다. 2019년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 중 40% 이상이 높은 불안감을 경험했으며, 절반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14년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150만 명의 난민들 중 27%가 PSTD를, 21%가 우울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전쟁 속에서 아동들의 정신건강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두운 지하실에 숨어서 어디선가 날아오는 미사일이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숨죽이며 떨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부모조차도 이런 아동의 트라우마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 미시건 주에 정착한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아동들 가운데 70%가 분리불안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이 아동들은 평소에도 부모가 자리를 비우면 겁에 질려서 불안에 떨곤 합니다. 이처럼 아동기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 만성 통증, 심장질환 및 당뇨병과 같은 육체적 문제까지 이어집니다. 따라서 아동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대다수의 아동들은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물론 전쟁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유전적 차이와 사회적 지원, 개인의 과거 경험, 외상의 근접성과 심각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죠. 사람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도 다르고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고 강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의 극한에서 재난을 마주하는 사람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립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 응급 구조요원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랜 시간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며 수많은 죽음과 고통의 장면을 마주하는 것이야 말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원인이죠.

특히 전쟁 현장에 파견된 참전 군인들도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트라우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미국의 참전 용사 중 약 12%에서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습니다. 열악한 지원과 열세에 몰린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물론, 러시아의 군인들도 전쟁의 참상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릴 것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숫자나 확률(%)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쟁이라는 참사가 인간들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손상을 입히는지를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잃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비극이기에 숫자로 비극의 심각성을 따질 수는 없죠.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여성 앨리나는 인스타그램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난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아파트는 키이우에 있고, 가족도 키이우에 있다. 내 모든 삶과 내 직장이 모두 그곳에 있다. 나는 딸과 함께 휴가를 떠난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떠난 것이다. 내 아이의 여권과 출생증명서를 제외한 모든 서류가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집에 너무 가고 싶다.”

 

기사 원본

아라쉬 자바흐트 (Wayne State University 정신과 부교수) 작성

https://theconversation.com/many-ukrainians-face-a-future-of-lasting-psychological-wounds-from-the-russian-invasion-177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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