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정신장애인도 복지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법적 개선해 주세요”
“미등록정신장애인도 복지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법적 개선해 주세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7.2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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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네트워크 주관,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 서울서 진행
공급자 아닌 당사자 중심의 자립생활 정책 제언, 당사자 삶 공유
정신장애인, 병원에서 차별받고 직업선택권에서도 소외돼 있어
획일화된 프로그램 아닌 당사자에 맞는 교육 서비스 진행 필요
수급비가 깎인다면 일하지 않고 수급비 지킬 거란 의견도 많아
주제 발표를 하는 조유진 씨. (c)유튜브 갈무리.
주제 발표를 하는 조유진 씨. 사진=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유튜브 채널 갈무리

멘탈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제2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주변화에서 주체화로’가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는 29일까지 1박 2일로 열린다.

멘탈네트워크 측은 “정신장애인은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해 강제 및 장기입원 경험이 쌓여 주체성을 지속적으로 훼손당해왔다”며 “사회적 배제로 인해 주변화되고 사회적 자원과 지지는 제산되고 감소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의 주체성과 주도성,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회에 대해 “당사자의 주도성 및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신장애 운동의 일환으로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당사자 중심의 자립생활 정책 및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당사자 삶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멘탈네트워크는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청주정신건강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8개 기관이 조직한 단체다.

대회 당사자와 관계자들은 자립전략 세미나를 세선별로 ‘정신장애인 인권’, ‘우리가 원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회복 및 위기 이야기’, ‘취업 이야기’로 나눠 1시간의 토론 후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사자 조유진 씨는 정신장애와 인권 세션 토론 후 “정신질환이 장애로 고착화하기 전에 병원에서조차 차별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약을 먹는지 알 권리가 있고 향후 병의 증세가 어떻게 되는지 알 권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고지를 듣지 못한 채 약을 먹고 있다는 당사자의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 내에서의 차별과 관련해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 행사에서 소외된다”며 “몇 시에 집에 왔냐, 약은 먹었냐 등 가족이 끊임없이 체크하는 것들은 잠재적 불안을 우리에게 야기시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진 씨는 “조현병이나 우울증이 있다고 밝히는 순간 직장 면접에서 아웃된다”며 “심적 안정을 위해 교회를 가도 편견 때문에 마음을 나누고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변화돼야 할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으로 “병원에서 치료진과 공감하면서 충분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질환이 장애로 고착되기 전에 폐쇄병동보다는 내장기관이 아파 입원하는 것처럼 편안한 환경으로 꾸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반복되는 입·퇴원으로 ‘스펙’이 쌓이지 않고 생의 주기가 분절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유진 씨는 “화성시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정신장애인이 2차 면접에서 자신의 질환명을 밝힌 후 부당하게 떨어졌다”며 “정신장애인은 간호사,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자동차 이용이 제한되고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 주제 발표 모습. (c)유튜브 갈무리.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 주제 발표 모습. 사진=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는 “누구나 정신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초중등학교에서 인식개선 교육을 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운동가들이 미디어나 방송에 출연해서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 서비스 세션에서 당사자 김원용(가명) 씨는 “보험(수가)에 적용되는 약만 한정해서 처방하지 말고 당사자의 상태를 고려하는 좋은 약, 맞춤형 서비스를 해 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임대주택이 정신장애인들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입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서비스를 해줬으면 한다”며 “미등록정신장애인도 복지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법적 개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획일화되고 우리에게 맞지 않은 수준 놓은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강의해서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며 “우리한테 맞춤형 알림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용 씨는 “우리 정신장애인은 쌀밥과 김치만 있어도 행복하다”면서도 “풍성하지 않더라도 반찬 서비스가 있었으면 하고 신체장애인들처럼 집 청소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종운 씨는 회복과 위기와 관련해 “정신장애인은 우울하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없애기 위해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우울한 기운이 많이 가신다고 한다”며 “당사자들이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죽을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면 (자살 충동이) 잊혀지지 않겠느냐 해서 일상생활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삶을 살아가면서 증상으로 힘들 때 어떻게 하면 그걸 극복하느냐에 대해 토론했다”며 “대체로 등산을 한다는 분이 많았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땀을 흘리거나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한다”고 전했다.

취업 세션 발표를 맡은 김영주(가명) 씨는 “취업을 해서 기초생활수급비가 깎이면 취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며 “그럼 절대 취업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나왔고 수급비가 깎이지 않을 만큼만 임금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답했다.

김종운 씨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c)유튜브 갈무리.
김종운 씨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신장애인에게만 적용되지 않은 최저임금법과 관련해 “취업을 하면 최저시급을 받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임금 150만 원 이상일 경우 수급권자에서 탈락할 수 있어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왔다”고 밝혔다.

또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증상이 나타날 때 병가를 낼 수 있는 서비스 마련,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영주 씨는 “수급권자에서 탈락할 경우 다시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서류 및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기초수급권자를 유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의 돈이라도 벌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을 맺었다.

이번 목소리 환영대회는 29일 환청망상대회를 진행한 후 1박 2일의 행사를 모두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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