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들, 빈곤으로 우울증 높고 신체 고통도 커
폐지 줍는 노인들, 빈곤으로 우울증 높고 신체 고통도 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9.01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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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강모열 교수팀, 폐지 수거 노인 54명 분석
‘매일 폐지 수거한다’ 답한 비율은 절반 가까이
사회적 편견과 지속적 빈곤으로 자존감 저하
연구팀 “소득 보장 등 사회적 지지망 확충해야”

폐지를 줍는 노인의 신체적 손상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 상태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최대 10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교신저자)와 안준호 전공의 연구팀이 시민단체인 아름다운생명사랑과 협력해 지난해 서울시 강북구 폐지 수거 노인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 참여자의 88.3%는 65세 이상 노인이었으며 대부분 리어카 및 쇼핑 카트 등을 이용해 폐지를 수거하고 있었다. 고물상에 평균적으로 가져오는 폐지 및 고물 무게는 44.4%가 50㎏ 이상이었고 일부 수거 근로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100㎏ 이상을 옮기고 있었다.

수거 업무 빈도를 살펴보면 20.3%는 일주일 중 1~2일만 수거했으며 매일 수거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1%였다.

연구팀은 폐지 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각각에 대해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산출하기 위해 일반 인구, 일반 근로자 인구, 육체노동자 인구(혹은 실업 인구)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폐지 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에 대한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일반 인구 대비 10.4배, 일반 근로자 인구 대비 5배 높았다. 직업적 손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육체노동자 인구와 비교해도 4.6배 높았다.

근골격계 통증은 대조군보다 연령표준화 유병률이 어깨, 손목, 무릎, 발목 통증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허리 통증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우울 및 극단적 선택 혹은 자해 사고도 대조군과 비교해 1.86~4.72배 높았다.

연구팀은 근골격계 통증 관련 신체적 부담 및 자세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2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폐지 수거 시 신체 요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시간당 128.5㎉로 국내 형틀 모수 115.2㎉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였다.

수거, 운반, 분류, 이동으로 구분한 작업별 자세 분석에서는 수거 작업이 특히 인간공학적 신체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상지,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폐지 수집 노인 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파악됐다.

첫째, 고령에 우울증까지 있는 경우 더욱 취업 및 소득 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폐지 수거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둘째, 폐지 수거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빈곤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가 원인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국내 폐지 수거 노인들의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 증상의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 연령을 고려한 여러 인구집단과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례 등의 형태로 지원책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들의 실제적인 건강 및 안전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모열 교수는 “폐지 수거 일자리를 권유하거나 유도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성원이므로 최소한의 안전 및 건강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안전보건 교육, 지속적인 야광 스티커와 조끼 배부 및 교체, 인간공학적 리어카 제공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으로 소득 보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 확충을 통한 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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