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조현병 당사자도 때때로 사고를 쳐요. 하지만...
그래요, 조현병 당사자도 때때로 사고를 쳐요. 하지만...
  • 임형빈
  • 승인 2018.07.09 2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체 범죄율의 0.04%에 불과
정신질환자 사건에 모든 정신질환자가 희생양
개인적 경향성 대신 특정 인구집단을 비난해
홀로 망상에 떨다 사건 일으키면 사회적 비용 낭비
법적 처벌은 받되 사회적 지지와 관심 필요해

실검 1위 경북 영양군 조현병 사건

지난 8일 경북 영양군 마을에서 조현병 당사자로 의심되는 한 남성이 난동을 벌이다 이를 막는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 1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영양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A(42)씨는 난동을 부린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양파출소 김선현(51) 경위와 B(53) 경위가 현장에서 A씨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크게 다쳤다.

김 경위는 안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이날 오후 2시께 숨졌다. B경위도 머리 등에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를 받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후 출동한 경찰들에게 테이저건을 맞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왔다. 환청과 환각, 불면 등을 겪었고 정신과 약을 먹었다 끊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망상이 심해 혼자 괴성을 지르는 등 가족들도 그의 행동에 늘 불안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하자 주요 매체들은 ‘조현병자’에 의한 경찰 살해라며 조현병과 관련된 기사들을 발빠르게 생산하기 시작했다. 9일 오후에는 인터넷 포털에 ‘조현병’이 실시간 검색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A씨가 왜 그런 행동을 했고 어떤 심리적 상태에 있었는지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법적으로 선처를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지난 4월에는 말다툼을 하다 자신의 친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30대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도 조현병 환자였다.

법원은 C씨에 대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도 함께 명했다. C씨는 2010년부터 정신질환 문제로 정신과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C씨는 정신병원을 오가며 친구들과 같은 사회적 관계망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늘 혼자였다. 어쩌면 이웃이나 살가운 친구가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대응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법원이 C씨에 대해 더 큰 중형을 내렸다해도 피의자 C씨는 ‘심신미약’만 내세울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조현병에 의한 사건이므로 법이 온전히 그의 편이 되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입맛에 따라 악용되는 조현병 담론

조현병에 의한 사건사고는 언제나 언론의 관심 대상이면서 공동체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만다.

언론은 조현병 당사자들이 범죄를 일으킬 때마다 정신질환 상태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사건이라며 감형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인들이 범죄를 일으키면 그 죄의 형량에 따라 처벌을 받고 있는데 조현병 당사자들은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듯 심신미약 상태를 이유로 감형을 요구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국민적 감정도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신질환으로 감형되는 제도가 없었졌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범죄자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감형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감형받기 위해 정신질환을 악용할 여지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정신질환을 이유로 감형받는 사회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정신질환자를 위축시키고 사회적 희생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현병 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라는 통계상 오류

조현병 당사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인이 저지른 범죄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도 나오고 있다. 또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라는 주장도 통계상의 오류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범죄 202만731건이었던 반면 같은 시기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는 7008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범죄의 0.04%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에 대해서도 사회의 편견과 왜곡이 심한 것은 사회가 정신질환을 ‘위험과 두려움’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사회는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건사고를 저질렀을 때에만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처럼 분노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사회적 재원을 지원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이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당장 내 가족이 ‘범죄자’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 있는데 이들을 우리가 왜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며 비정신장애인으로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홀로 이유 없는 두려움과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옳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험은 태도를 변화시킨다

정신질환자들이 비정신장애인들에게 끊임없이 노출되고 그들의 삶도 크게 일반인들과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도 변할 것이다. 경험은 태도를 변화시킨다.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들로 일으키는 사건사고에 대해 법은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들이 사회의 편견 때문에 피해자가 돼 버렸는데 자신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법의 관용만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이유다.

지난 3월, 조현병 당사자 D씨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폭행을 가하고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 13대를 파손했던 사건이 있었다. 1심은 D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했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치료감호를 명했다.

D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은 정신질환자의 폭행사건에 대해 법은 관용적일지라도 국민은 왜곡된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법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와 같은 지적도 옳다. D씨에 대해 정상적인 법적 처벌을 하고 이 같은 사건에 경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조현병 환자 흉내를 내면서 군 면제를 받았던 이가 병무청 정신감정에서 정상으로 나와 정체가 탄로난 사건이 있었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정신질환자 흉내를 내는 사건들도 빈발하고 있다.

정신병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뒤 “난 조현병자다. 일 저지를 때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그의 정신병력에 이의를 제기했고 정신과 검사 후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아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조현병이 사회적으로는 편견을 만들면서 이를 악용하는 이중적 모순에 부딪힌 셈이다.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위에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이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 이웃들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받을 때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재기하는 데 힘을 얻게 된다. 이들을 홀로 두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외로움 속에서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비싼 사회적 자원을 낭비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손쉬운 퇴원만이 문제의 원인이었을까

기사를 쓰고 있는 9일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살인 전과자가 치료 중인 병원 폐쇄병동에서 달아났다가 검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2011년 정신병동 입원 당시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동료 환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병원에서 치료 감호를 받던 중이었다.

언론들은 앞다퉈 허술한 치료감호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무엇보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왜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는지를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정신병원 폐쇄병동은 죄 없이 끌려들어간 이들에게는 자유가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인지 질문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죄에 대해 법적 처벌을 받고 감옥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없애고 환자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가 곧 치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자유라는 담론은 자취를 감추고 다시 격리와 통제, 강박이 정신병원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만다. 정신장애인들을 어디로 가서 호소해야 할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