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이지원의 단상](기고)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당사자 이지원의 단상](기고)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 이지원
  • 승인 2020.10.1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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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씨.
이지원 씨.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제목을 보면 느낌이 어떨까? ‘미치다’ 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미치는 것에 사실은 거부 반응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기 때문일까? "가끔 무언가에 미쳐 봐" 하는 말도 쉽게 하지 않는가.

내가 어릴 적에 쉽게 배웠던 욕도 “미쳤어”였다. 하지만 그런 말을 쓰는 언니와 내게 외할머니는 그렇게 미쳤다는 말을 자꾸 쓰면 정말 미치게 된다고, 미쳤다는 말은 쓰지 말라고 하셨다.

이상한 사람, 정신병자에 관한 첫 이미지는 영화관에 가서 탐정과 범인이 나오는 영화를 봤을 때였다. 범인이 이상한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었다. 마지막에 범인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사람은 눈을 이유 없이 떨었다(경련이 나는...) 그 이미지가 남아 있다.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뭔가 무섭다.

병이 걸리게 되었을 때 나는 남들과 다르게 이상해 보일까 봐 몹시 애를 쓴 것 같다. 남들과 다르지 않으려고 했다. 정신병을 얻은 사람은 '미치다'라는 말에 민감하게 된다. 그리고 되도록 '미쳤다'라는 표현은 안 쓰게 된다.

내가 상태가 심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스케치북에 모르스 기호처럼 볼펜으로 종이가 오돌토돌하게 만들었는데 내면에서 가락이 나왔다. 나는 모스부호 작업을 하다가 춤을 추듯 가락에 도취됐고 어머니는 나를 병원 그 당시 다니던 외래 개인병원에 데려갔다.

거기서 내가 무언가에 도취돼 상태가 좋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여자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지원아 병원 가지 말자' 해 주셨다. 나는 선생님을 안아드리면서 선생님께 '난 미치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게 어떤 표시를 한 거지'하고 얘기해 주셨는데 그 말이 내 마음과 맞았다. 그후 집에 돌아와 다시 회복이 됐는데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고 내면에서 나오는 가락을 주의하며 지냈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믿었고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기에 가까웠겠지만 나는 무언가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를 안 좋아한다. 매드(Mad)가 정말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의 정체성일까? 내게 있는 건강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다소 엉뚱하긴 해도. 무슨 일을 할 땐 엉뚱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지원 作 '목이 긴 여인'
이지원 作 '목이 긴 여인'

어느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을 보면 장애인들을 표현하는 안 좋은 표현들을 쓰지 말자고 하는데 왜 ‘미치다’라는 표현은 고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길 한다. 나도 ‘미치다’라는 표현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만 보면 사람들은 ‘미치다’라는 표현에 거부 반응이 별로 없다. 일할 때나 목표를 향해 광적인 에너지를 발휘하고 싶은 걸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병에 무지해서 ‘미치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끔 해보려 하는 걸까? 나는 건강하고 좋은 순화된 표현이 좋고 그런 것이 더 느낌이 좋다.

<무언가에 열심히다> 혹은 <무언가에 열정을 다하다> 이런 방향이 더 순화된 것이고 아름답지 않을까. 나는 요즘 "내가 미쳤지요"" 내가 미쳐서"라고 고백하는 당사자를 보면 너무 속상하고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난다. 나 스스로를 미쳤다고 말한다는 것은 나를 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무책임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차별 없이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다. 또한 아름다운 우리말 고운 말 바른말을 써서 건강히 부드럽고 밝게 살아갔으면 한다.

이지원 作.
이지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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