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환자들 매트리스 깔고 생활해도 법 규정 없어 방치...코로나 집단감염 키워
정신병원 환자들 매트리스 깔고 생활해도 법 규정 없어 방치...코로나 집단감염 키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0.2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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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법 개정해 일반병원 병실 1명당 2평으로..정신병원은 1.3평 불과
의료법 시행규칙에 정신병원은 제외하도록 규정
남인순 의원 “정신의료기관 시설 기준 재정해야”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병원 입원실 내 감염병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설 기준을 개선했지만 당시 정신의료기관은 예외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 ‘제이미주병원’은 2018년 평가에서 환자 안전과 위생관리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지만 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병원인 경북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지난 2월 집단감염이 발생해 입원 환자 124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이중 9명이 사망했다. 또 제이미주병원은 4월 이후 196명이 확진돼 7명이 사망했다. 9월에는 서울 도봉구 소재 다나병원에서 6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신병원 집단감염으로 모두 38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16명이 사망한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이후 병원 입원실 내 감염병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입원실 최대 병상 수를 4개로 제한한 바 있다. 또 2명 이상 수용하는 입원실은 1명당 6.3㎡(약 2평)이상 확보하고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 이상 두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2017년 개정했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은 정신건강복지법 제19조에 따라 예외적 시설 규정을 두게 했고 이 법 시행규칙에 입원실에 대해서는 개정 사항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 시설 기준은 병상수가 아닌 ‘정원 10명’ 이하로 하고 2명 이상 수용되는 입원실은 1명 당 4.3㎡(1.3평) 이상이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이격거리와 관련해서는 기준조차 없다.

남 의원은 “심지어 병상 수가 아닌 정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개한 청도대남병원의 내부 모습과 같이 침대 형식의 병상이 아닌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환자를 수용하는 곳도 있어 실태조사와 함께 정원 기준에서 병상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이어 “청도대남병원, 제이미주병원, 다나병원 총 3곳의 정신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86명에 사망자 16명이 발생했다”며 “이는 메르스 사태의 교훈으로부터 복지부가 정신의료기관만 배제시킴으로써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을 재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신의료기관은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남 의원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정신의료기관 평가 기준 약 120개 항목 중에서 ‘무(없음)’이나 ‘하’를 하나라도 받으면 불합격인데 제이미주병원은 12개 조항에서 ‘무’, 33개 조항에서 ‘하’를 받아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제이미주병원은 2018년 이미 환자 안전과 위생 관리에서 처참한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평가 결과에 따른 개선 조치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해당 병원의 취약한 위생환경은 방치됐고 이는 집단감염을 증폭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신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대해 시정명령 등 개선 조치를 법제화하고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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