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휘택 “정신응급 환자 겨우 달래서 응급입원시키려니...병원이 거부하면 돌아서야”
손휘택 “정신응급 환자 겨우 달래서 응급입원시키려니...병원이 거부하면 돌아서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1.09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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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인터뷰
지난해 안인득 사건 이후 응급입원 2배 폭증
기저질환 가진 정신질환자들에 병원은 “치료부터 하고 와라”
병원이 거부하면 파출소에서 보호해야...2차 피해 우려
코로나 진단, 서울은 그나마 체계 갖춰...지방은 진단까지 하루 걸려
주중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업...주말·공휴일은 경찰 혼자 임무 수행
주취자응급의료센터처럼 정신질환자 치료·병원 연계 시스템 구축돼야
복지부·지자체·공공의료·경찰 등 공적 주체가 협업해야
경찰은 의무적으로 정신질환 관련 교육 이수해야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들은 최근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오후 5시 무렵이었다. 현장에서 본 그는 자·타해 위험성과 긴급성 요건을 갖고 있었다.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은 자타해위험과 긴급성을 요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 응급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의 한 정신병원으로 응급입원을 의뢰했다.

그러나 막상 병원을 찾아가자 전문의는 입원 대상자가 허리골절 등의 치료 경력이 있어 이상없다는 소견이 없으면 응급입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급병원에서 가서 이상유무 소견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협진병원을 지정해 달라고 했지만 병원 측은 그냥 상급병원으로 가라고만 말했다.

이후 국립의료원에서 소견서를 제출하고 4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이상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상자는 국립의료원에서 난리를 부렸고 경찰은 진정제를 투여해야 했다. 겨우 진단 소견서를 받아 해당 병원으로 전화해 출발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당직의가 바뀌었다며 소견서에 없던 뇌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오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처음에 없는 사항을 왜 이제 요구하냐고 항의하자 당직의는 자신이 그렇게 인수인계 받았다며 MRI 없이는 입원을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야간에 MRI 기사를 한 시간 동안 기다려 검사를 받은 후 입원시킬 수 있었다. 새벽 2시였다.

그때 형사가 주먹구구식 의료체계에 항의하자 오히려 병원 측은 소속과 성명을 요구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이후 병원 측으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았다.

이처럼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를 정신병원 등에 응급입원시키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입원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대상자가 기저질환이 있어 그것을 먼저 치료하고 입원시키라는 요구로 경찰이 순찰차를 타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경찰의 응급입원을 꺼리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보라매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감염 진단을 받는 동안 환자를 병실에서 안정시킬 여유가 있지만 다른 병원들은 코로나를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 병실이 나올 때까지 지구대와 파출소에 데리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점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왜 정신과적 응급체계에서 공적 주체들의 대응이 이토록 주먹구구식인지에 대해 우리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위의 예처럼 일부 경찰들은 순찰차에 정신과적 응급환자를 태우고 새벽이 오도록 입원 병실을 찾아 헤매야 한다. 그 기간 다른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에 출동할 수가 없게 된다. 협업 기관인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전문요원들이 주중에만 일해 야간이나 주말에 환자가 발생하면 경찰은 더 부담스러워한다.

해결책은 없을까. 경찰은 현장에서 상황을 제압하고 이송하는 책임을 진다. 그러면 공공 병원이 정신과적 응급환자를 대비한 일부 병실을 비워두고 의사와 협업해 빨리 입원시키고 또 조기 퇴원시키는 방향으로 정신건강 공적 서비스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거주민 안인득(43)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 이후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그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의 출동 건수가 더 많아졌고 업무 피로감은 더 강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경찰의 고충과 함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에 대해 문제를 들어보고 싶었다. 손휘택(53) 경찰청 생활안전국 생활질서계장을 만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손 계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경찰에 입문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보면서 어려서부터 공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대학원에서 경찰행정학 석사를, IT정책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주취자를 위한 주취자응급의료센터와 같은 모델을 대안적 체계로 제안했다. 만성적 주취자를 경찰이 발견하면 이를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이송하고 이 센터에는 경찰과 의사가 상주해 대상자를 돌본다. 이후 주취자가 술이 깨면 내보내거나 재활을 원할 경우 재활병원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모델을 따서 정신응급환자들을 위한 센터가 권역별로 설치돼 치유가 되면 빨리 사회로 복귀시키고 필요하면 병원을 연계하자는 제언이다. 손 계장은 “의료진이 치료해주고 정신건강센터 전문요원들이 상담하고 재활해 주는 것”이라며 “이들이 퇴원할 때 유관기관에 연계해주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계장을 만난 건 지난 6일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카페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지난해 4월 경남 진주 안인득 사건 발생하고 응급입원이 2배 늘어났습니다. 현장에서도 체감이 됩니까.

“네. 정신건강복지법이 2016년에 개정이 됐죠. 그 전에 응급입원에 경찰이 개입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개정 이후 행정입원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어요. 안인득 사건 당시 여러 번 신고가 들어왔는데 조치가 미비한 점이 있었어요. 이후로는 자체적으로 지시도 내리고 교육도 더 하고, 매뉴얼도 새로 만들어서 배포 하달했어요. 응급입원이 안인득 사건 이후 2배 정도 늘어났죠.”

-하루에 몇 건 정도 출동하십니까.

“지역별로 다 틀려요. 일선 경찰관들이 안인득 사건을 겪고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관심이 많이 향상된 건 맞아요.”

-문제는 응급입원을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경찰서 형사들은 응급 정신장애인을 경찰차에 태워서 서울 경기 지역 병원을 찾아 밤에 9시간이나 돌아다녔다 하더라고요.

“고위험 정신질환자 중 자·타해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피부가 벗겨져 피를 흘리거나 내·외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고 오라고 하면서 (입원을) 거부를 많이 해요.

또 병실이 부족하다든가 당직 전문의가 없다면서 응급입원 거부를 하죠. 현장에서 제일 큰 문제 중의 하나죠. 112신고로 출동을 나가고 현장에서 온갖 욕을 다 먹고 흉기를 들고 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제압을 해야 되고 그러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병원이 거부하면 돌아설 수밖에 없어요.

그럼 환자를 지구대나 파출소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거긴 전문적 응급의료 시설이 없을뿐더러 경찰관도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2차 피해도 생길 수 있어요.”

-2차 피해가 무슨 말입니까.

“정신질환자를 병원에서 안 받아주기 때문에 지구대나 파출소에 데리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 더 악화되거나 사망할 우려도 있죠. 아니면 훈방했을 때 그 사람이 신고자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할 우려도 있어요. 현장 경찰관은 그런 위험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거죠.”

-당시 병원 측이 골절상 치료 이력을 들어 소견을 받아오라 했고 그렇게 하니 또 MRI를 찍어오라고 했죠. 그것도 새벽에요.

“최종적으로 입원시켰습니다. 당시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병원에 강력히 항의해서 담당 의사와 병원장에게 사과를 받아냈어요.”

-형사가 불만을 제기하자 담당 의사가 소속과 성명을 요구했죠. 그럴 때 자괴감도 들겠습니다.

“업무 처리하면서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했는데도 그러면 자괴감이 당연히 들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병원들이 응급입원자를 더 꺼릴 거 같습니다.

“제일 힘든 부분이에요. 일단 코로나19 선별검사를 해서 확진 여부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기를 해야 되고요. 음성인지 양성인지 판단되는 게 서울에서는 6시간 정도면 나오지만 지방은 하루 뒤에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 시간 동안 저희들이 데리고 있어야 되잖아요.

그게 가장 어려움이 크고 또 양성이 나오면 입원을 시켜야 하는데 그것도 대기해야 돼요. 이건 각 지방마다 차이가 있어요. 서울의 경우 환자를 보라매병원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데리고 갔을 때 코로나19 선별 검사가 나올 때까지 보호할 수 있는 병상을 마련하고 있어요. 거기서 코로나 검사하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호하고 있을 수 있어서 수월하죠.

서울의 경우는 잘 이뤄지고 있어요. 환자가 음성이 나오면 병원이 지정해 준 정신병원으로 이송을 하고 병원에서 입원을 받아주는 거죠.”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양성이면 보라매병원에서 격리 수용을 하죠.”

-그렇게 시스템이 작동한 게 몇 개월 안 되죠?

“그렇죠. 코로나19 발생하고 올해 3월 정도부터.”

-호되게 당하고 나서 그때부터 작동한 거네요.

“그렇죠. 각 지방별로 지자체하고 협업을 하는 게 계속 생기더라고요.”

-응급입원에서 당사자가 응급입원 당하는 것에 분노하거나 두려워서 경찰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때는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환자가 행패를 부리거나 흉기를 들고 있다면 당연히 제지해야죠. 범죄를 제지한 다음에 안정이 되면 119와 같이 공동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요. 순찰차는 응급장치가 안 갖춰져 있는데 119구급대 차량은 응급장치나 시설이 구비돼 있잖아요. 그럼 119를 불러서 태우죠.

그런데 환자가 난동 우려가 있으면 119구급차에 경찰이 동승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우려가 없으면 구급차를 저희가 추수(따라감)합니다. 119구급 차량을 순찰차가 따라가면서 돌발상황에 대비하면서 사건을 처리합니다.”

-응급입원은 경찰에게 ‘일하는 티가 안 나는 고역(苦役)’이라는 생각이 들겠다 싶었습니다.

“일선에서 정신질환자 신고 출동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부분은 맞아요. 지역적으로 인프라가 구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경찰관이 제지를 하고 이송을 하지만 그 사람들을 인계해줄 병원이 없다는 거죠. 어디에도 데려다 줄 곳이 없다는 게 힘들죠. 저희가 그 대상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환자로서 재활 치료를 해 줘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응급입원이 공권력으로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찰은 정신질환 대상자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건 아니거든요. 출동 나가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주변인들의 진술, 가족 진술을 듣고 CCTV 영상을 확보한 다음에 병원까지 데리고 가요. 최종적 판단은 의사가 하잖아요. 경찰관은 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병원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는 임무까지 하는 거죠. 절대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인권을 침해하지는 않아요.”

-광역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는 협력이 잘 됩니까.

“관내 제일 밀접한 기관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이기 때문에 주간에는 그나마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어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야간, 주말, 공휴일이죠.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근무를 안 하니까 현장에 출동을 못하잖아요. 그게 가장 어려워요.”

-그때는 경찰 혼자 가는 거죠.

“그렇죠. 야간하고 주말에.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응급위기팀을 만들었어요. 올해 안으로 17개 지역에 34개 팀을 운영하기로 하고 추진했는데 현재 14개 지역에 25개 팀이 운영을 하고 있어요.”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주체가 어떻게 구성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들로 구성돼 있고 이 사람들이 출동 나갈 때 경찰, 소방하고 같이 나가는 거죠. 핫라인이 구축돼서 119하고 연결이 되면 센터 전문요원들과 같이 나가죠.”

-1팀이 3명으로 구성돼 있죠. 야간에도 일을 하는 겁니까.

“네. 24시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야간과 휴일에 공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거리가 먼 지역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봐야죠. 강원도의 경우 고성에서 발생했는데 응급위기팀이 춘천에 있으면 장거리를 가야 하니까요.”

-어쨌든 안인득 사건 이후 이 부분들이 작동이 되는 거네요.

“그건 맞습니다. 그리고 복지부에서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들을 계속 증원하고 있죠.”

-경찰이 현장에서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나면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라 자·타해 위험성과 긴급성을 보고 대응하시지요. 보통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현장 출동을 나가게 되면 환자 혹은 대상자의 상태를 제일 먼저 직면하죠. 그 다음에 가족의 진술, 목격자의 진술을 들어요. 가족에게는 이 사람이 과거에 정신질환 치료 전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또 CCTV 영상도 봅니다.

경찰관이 출동나갔을 때 이미 주변이 정리가 되고 정신이 온전해지는 상태로 돌아올 수 있잖아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CCTV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보고, 112 신고 이력이라든지 그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자체적 매뉴얼을 갖고 대응하고 있죠.”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정신질환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주간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들을 불러서 그들의 판단을 듣죠.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들은 24시간 전화상담을 해주고 24시간 출동도 해 줄 수 있어서 전화 코칭을 많이 받아요. 아니면 정신의료기관의 의사에게 전화상으로 상황과 상태를 설명해주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타해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입원 시키지 못할 때가 많다고요. 경찰 입장에서는 난감하겠습니다.

“응급입원 요건인 자·타해 우려와 긴급성이 없을 때는 저희가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해서 전문요원들이 다시 판단을 하게 하죠. 전문요원들은 전문의에게 의뢰를 하고 전문의가 판단해서 입원 대상이라고 알려주면 저희가 입원시킵니다.”

-응급입원의 요건이 못 채워졌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부분 행정입원 신청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아서 경찰 떠나고 2차 가해가 발생한단 말입니다.

“안인득 사건 이후에는 그런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응급입원 시켰는데 이후 입원환자가 인권침해를 이유로 경찰을 고발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아직까지는 고발돼 소송이 들어온 건 없습니다. 예전에는 경찰뿐 아니라 병원도 소송을 당하고 했는데 지금은 소송 보고받는 건 없습니다.”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안인득 사건 이후 경찰의 현장 대응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아직까지 대응 시스템이 주먹구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안인득 사건 이후 정신질환 범죄 대응 및 치료 연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고요. 또 보건복지부하고 합동 매뉴얼도 만들었고 경찰 자체적으로도 정신질환 대응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학교에 교육을 들어오는 직원들에 대해서 정신질환 관련 교육을 이수하도록 과목을 신설했고요.

신임 순경 교육이나 경사, 경위 기본 교육에 그 과목 이수를 하라고 했습니다. 자체적으로는 현장 일선 대응이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는 시스템에서는 경찰 단독만으로는 안 되잖아요. 지자체, 센터 전문요원들, 보건복지부가 유기적으로 협업이 돼야 되는데 아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의 응급성, 자·타해위험성의 평가 기준이 경찰과 다를 경우 어떻게 합니까.

“센터 전문요원하고 판단이 틀리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전문의한테 대면으로 가서 진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응급입원 현장에 의사가 직접 가서 진단하면 경찰의 민원과 소송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의사는 안 오고 전문요원만 오죠.

“의사가 현장에까지 오면 제일 좋지만 지금 저희는 의사와 전화상담을 합니다.”

-그럼 그 의사들은 24시간 일하는 겁니까.

“24시간 운영하는 대형병원도 있고 당직의가 없는 병원도 있죠. 핫라인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의사가 집에 있어도 전화로는 언제든지 연결이 가능하죠.”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의사의 진단을 반드시 거쳐야 되잖아요.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도심 권역별 보호조치 통합지원센터 설치를 건의했습니다. 더 설명해 주시면요.

“저희들이 주취자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상습적인 알코올중독자나 만취자, 의식불명인 주취자들을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데리고 가면 거기 의사와 경찰관이 상주해 있어서 치료를 해 줘요. 서울의 경우 보라매병원와 국립의료원 등에 6개 센터가 설치돼 있어요.

주취자들이 다음날 술이 깨면 더 치료하거나 재활을 원하면 다른 병원에 연계해주는 거죠. 그걸 본따서 정신질환자나 노숙자, 치매 노인, 자살시도자들을 위해 도심 권역별로 센터가 설치하자는 제안이죠. 거기 데려가 주면 의료진이 치료해주고 정신건강센터 전문요원들이 상담하고 재활해 주는 거죠. 이들이 퇴원할 때 유관기관에 연계해주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취자응급의료센터처럼 우리도 정신질환자 권역별 센터를 만들자?

“그렇죠.”

-통합지원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복지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 공공의료기관의 24시간 의료 서비스 현실화, 경찰의 안전 확보를 예시했습니다.

“그렇게 체제가 이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고위험 정신질환자들을 통합지원센터에 연계함으로써 이 환자들이 치료와 재활도 받고 사회로 나갔을 때 빠른 사회복귀가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복지부는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관내 병원을 확보해 지원하고, 병원은 의료진을 지원하고 경찰은 거기 상주해서 의료진 폭행이나 전반적인 걸 컨터롤하면 빠른 사회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응급입원 출동할 때 경찰의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부족하죠. 112신고가 야간에 주로 떨어지잖아요. 순찰차가 여러 군데를 뛰는데 정신질환자나 주치자와 관련된 신고로 뛰게 되면 이 순찰차는 거기에 한 몇 시간씩 묶여야 되는 거예요. 다른 신고 처리 시간보다 고위험 정신질환자나 주취자의 처리 시간은 3~4배 정도 더 걸려요. 한 곳에 순찰차가 묶이면 진짜 급박한 112신고가 들어왔을 경우에 출동할 수가 없는 상태까지 벌어져요. 치안 공백이 생기는 거죠.”

-응급 정신질환자의 경우 굳이 병원보다 우선 위기쉼터 같은 공간에서 진정을 시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위기쉼터는 복지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면 좋겠네요.”

-경찰 업무를 보면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경찰 심리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이 따로 있습니까.

“경찰 자체적으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합니다. 트라우마 관련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상담, 치료하는 센터가 전국 지방청마다 다 설치돼 운영되고 있어요.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나 극단적 선택한 분들을 봤을 때 트라우마가 클 거 같아요. 마음동행센터가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지금은 다 설치돼서 괜찮습니다.”

-계장님은 스트레스를 술로 푸십니까.

“(웃음) 전혀 아닌 건 아니지만, 그걸 갖고 폭주를 하면 안 되니까.”

-정신과적 문제가 크다고 했을 경우에 자·타해위험이나 극단적 선택의 위험성이 있을 때 병원이 경찰에 환자의 개인정보를 주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신건강복지센터에만 통보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관련 법안은 발의됐다가 폐기가 됐죠. 그게 되면 119신고 출동 나갈 경우에 ‘이 사람이 잠재적 위험성이 있구나’하면서 심적으로 대비를 하고 나갈 수 있겠죠. 아무래도 위험성이 감소된다고 보여집니다.”

-인권침해라는 목소리가 크죠.

“그런 면도 있죠.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제일 큰 부분이죠.”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장 (c)마인드포스트.

-현장에서 만나는 정신장애인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저도 선입견은 들지만 이 업무를 하면서부터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이 아니잖아요. 범죄를 저지를 사람도 아니고. 단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절대 범죄자로 취급하면 안 된다고 보고 있어요. 얼마든지 조기 치료를 꾸준히 하면 회복이 된다고 많은 의사들에게 들었거든요.

치료가 중단되면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치료하고 재활해 주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죠. 인프라가 구축돼서 치료 연계가 되고 빨리 사회복귀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경찰에서 장애학 교육을 시킨다고 했는데 정신장애와 관련된 교육이 있습니까.

“사이버 강좌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 등이 있고 의무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시간은 한 4시간 정도.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고요. 정신질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정신질환자의 증상, 이 사람들을 발견했을 경우에 입원 절차, 입원 종류 등 정신건강복지법 상에 나와 있는 기본적인 건 총 망라했어요. 모든 경찰관들이 다 들을 수 있죠. 경찰 내부망으로 들어가면 있어요. 의무적으로 다 들어야 합니다.”

-경찰로서 정신장애인의 인권 옹호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편견을 갖고 대우를 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인계하고 지켜주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세로 일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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