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전면 폐지…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해야”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전면 폐지…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2.22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 온라인 토론회 열려
장애인복지법 15조가 장애유형 간 서비스 격차를 극대화시켜
행정가들은 계획 수립 때 정신장애인 고려 안 해...의료적 패러다임으로만 접근
복지와 의료 컨트롤한 부서 부재...공적 컨트롤이 의료로만 치중돼
일본은 모든 장애유형에 동일한 서비스, 자립지원 급여 제공해
장애인정책국에 정신장애인복지과 신설...미등록 정신질환자도 서비스 제공
공무원들은 권한 명확한 ‘할거주의’ 입각해 움직여..입장 고려해야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관 이용을 제한하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아울러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복지서비스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발달장애인법처럼 정신장애인법을 제정해 장애인복지법은 일반적 장애 욕구를 관장하고 정신장애로 인한 특수한 욕구는 정신장애인법에서 관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2일 국회 민주주의와복지국가연구회와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온라인으로 공동주최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와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용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장(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 같은 내용으로 발제했다.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의료법의 하위법으로 당시 이 법은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후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장애 범주에 정신장애인을 포함시키게 된다. 그러나 2007년 장애인복지법이 15조를 개정해 정신장애인이 이 법의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후 복지 서비스가 없는 정신보건법의 규정을 통해 정신장애인 정책이 유지되게 된다.

현재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법 제정해 정신장애 특수 욕구 관장해야

이 센터장은 “이 15조가 현실적으로 장애유형 내에서 정신장애의 차별을 가져오고 장애인 복지와 정신건강 복지 간의 서비스 격차를 극대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 대상의 심층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정책적으로 고립됐다”며 “정신건강 전달 체계와 보편적 장애 전달 체계는 행정부처의 교집합이 없이 분리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가들이 장애인 전달체계의 어떤 계획을 수립할 때 정신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신건강 전달체계에서 복지적 관점이 부재하고 의료적 패러다임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입주 비율, 직업재활 서비스, 평생교육 서비스, 바우처 서비스, 가족지원 서비스는 발달장애를 비롯한 타 장애 유형에 비해 적거나 부재한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그는 대안적으로 정신장애인법의 제정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관장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경우는 어떨까.


이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보건소에 등록한 사람들한테는 정신보건 수첩을 제공해 보건서비스 대상을 증명하는 제도가 있다”며 “우리도 이런 체계로 간다면 장애인 등록과 별개로 정신건강복지수첩 등 유사한 제도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케어 논의와 관련해 “보건에서 주장했던 것이 보호의 연속성이고 이건 실천 운영의 전략인데 장기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탈시설을 유도하려고 해도 어디에 이분들이 입원해 있는지 알지 못해 보건체계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복지와 의료를 컨트롤해 줄 담당 부서가 없었다”며 “정신장애인의 복지를 챙겨주는 부서가 없어서 결국 공적 컨트롤 기제가 의료 쪽으로만 치우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시항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며 “또 대통령령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국·공립 또는 민간 위탁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주거 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 서비스 제공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법제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일본은 2000년대에 정신장애인에게 적합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다”며 “정신장애인도 지역 장애인 복지 서비스 대상으로서 장애인 자립지원법에 따라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장애와 같이 동일한 서비스, 자립지원 급여, 지역 생활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 복지와 의료 컨트롤한 담당 부서의 부재

영국 역시 정신장애인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과 더불어 똑같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평등법에서 장애인의 평등한 처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커뮤니티케어를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 변호사는 “지역사회 관리 치료라는 개념이 있어서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치료는 커뮤니티케어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정신장애인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공공안전 문제 같은 것도 한꺼번에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입원을 줄이고 커뮤니티 치료를 늘리는 게 재정적으로 낫다는 관점에서 분명히 보건적 접근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커뮤니티 치료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지원과 관련해 그는 “선진국은 입법적 선택에 따라 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은 정신장애인보다 자기 중심적이고 탈시설화된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재우 서초열린세상 소장은 “정신장애인들의 낮은 삶의 질은 치료의 빈곤이 아니라 복지의 빈곤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제정으로 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4장이 신설됐는데 법 개정 4년이 지났지만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여기에 대한 좌절감이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통해 복지 차별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 15조의 폐지는 복지권 담론이면서 동시에 차별 철폐에 대한 담론이기도 하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복지 서비스 혜택 비율이 발달장애인의 20%에 불과한 현실은 법적·제도적으로 구성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정신장애인 낮은 삶의 질은 복지의 빈곤이 초래한 결과

그는 “장애인복지법은 모든 장애유형을 다 담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15조만으로 정신장애인의 고유한 욕구를 담아낼 수 없다”며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을 그냥 두고 장애인복지법 15조만 없앤다면 이는 서비스 중복 혼란의 문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한 정신장애인 어머니는 나에게 자기 자녀가 휠체어를 타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복지법 15조를 없앤다고 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생기겠느냐라고 했다”며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맞춘 별도의 법을 만들어달라는 게 가족의 공통된 요구였다”고 전했다.

결국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해 타 장애유형과의 복지 차별을 해소하자는 주장과 정신장애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법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두 개의 의견이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의료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 제4장에 있는 복지서비스 지원의 부분은 정신장애인복지법을 별도로 제정해서 특수한 욕구에 부합하는 복지서비스를 별도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은 의료적 모델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반면 발달장애인은 사회적 모델로 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권리 옹호나 시민 옹호가 함께 논의되는 상황”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발달장애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유형과도 비교를 하는 것이 정신장애가 가지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 체계와 관련해서 정신장애인복지과 신설을 장애인정책국에 설립하는 게 최선일까”라며 “현 장애인정책국에 내부 장애인 분과나 발달장애 분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유형별로 분과를 신설하고 정신장애인복지과를 장애인정책국에 신설해도 서비스 단절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별도의 행정적 시설보다는 현재의 장애인정책국과 장애인서비스과에서 정신장애 이슈를 안고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와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 개정으로 복지 내용을 확충하고 전달체계를 장애인정책국 산하의 정신건강정책과로 하는 방안은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며 “장애인정책국 산하에 정신건강정책과 혹은 정신질환자복지과를 신설해서 담당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노인복지법의 경우 총괄은 노인정책과에서 하되 여가·복지·시설은 노인지원과나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하고 재가노인복지시설은 요양보험운영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현 장애인정책국에서 정신장애 이슈 안는 게 더 효과적

염 변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총괄은 보건의료정책과에서 하더라도 정신질환 복지에 관해서는 정신질환복지과에서 담당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경증 정신질환자도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염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장애인정책국 산하에 정신장애인복지과를 신설하더라도 경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고, 등록되지 않은 정신질환자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법 제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과 의료를 좀 더 분리해서 공공의료 영역으로서의 보건을 명확하게 하고 보건의료 외에 복지보건도 정신장애인에게 충분히 될 때 서비스 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다양한 장애유형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건 사회적 차별이나 부적절한 환경”이라며 “이 지점을 공략하지 않으면 장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포괄하는 서비스 전략들이 자립생활운동에서 강조된다”며 “장애 영역의 특성들을 고려하면서 파편화되고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요인들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대안은 정신장애인 영역에서 의료적 접근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장애인건강권법 안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지원 체계를 상당 부분 포함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재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비당사자들은 다양한 관계를 형성해 관계 맺기의 갈증을 해소한다”며 “저처럼 그런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관계에서의 소외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 지도 사용법, 스마트폰 사용법, 실업급여수당 신청을 모두 정신장애인 복지관에서 배웠다”며 “저의 부모님과 다른 당사자 부모님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복지관”이라고 밝혔다.

장애유형 포괄하는 서비스 전략이 자립생활 운동에 강조돼

이어 “현재의 정신건강복지 시스템으로는 모든 정신장애인이 서비스와 복지 혜택을 받기란 불가능하다”며 “장애인복지법 15조를 반드시 개정하고 정신장애인들에게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문수 사무관은 “정신장애인이 복지 서비스를 못 받는 원인이 장애인복지법 15조 때문인지, 아니면 서비스 제공의 재원의 부족인지, 혹은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정신건강 분야 쪽의 미흡한 때문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법령이 문제라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서비스 재원의 문제이거나 전달체계의 부재의 문제, 전문 인력의 부재의 문제냐에 따라서 해결 방안이 다르다”고 전했다.

박 사무관은 보건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가 공공기관의 특성인 ‘할거주의(割據主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거주의란 조직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기관과 부서를 우선 생각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법령을 담당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할거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내 일과 남의 일을 딱 구분하기 때문에 민간 쪽에서 보면 그 부분에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에게 토털 서비스를 주면 되지 왜 복지는 장애인복지과가 하고 보건은 보건의료 체계에서 하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이건 지난하고 방대한 전달체계의 조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를 할거주의의 문제로 보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의 ‘할거주의’에 입각해 법 제정 고민해야

박 사문관은 이어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정신건강복지에 관한 법령이 있는 것처럼 복지의 문제가 있으면 장애인복지법이 있으면서 장애인건강권법이 있다는 걸 참조해야 법안 구성을 해야 한다”며 “할거주의에 입각해서 실현 방법을 고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김욱 사무관은 “장애인복지법 15조의 폐지와 관련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논의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지역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데 문제의 원인이 기인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서 기준을 정하고 있는 정신재활시설들의 유형도 굉장히 다변화해서 장애인 시설하고 비슷한 유형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복지법 15조의 폐지 부분은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정신질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시설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