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그의 노래는 따뜻했네...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 부를 그를 기다리며

2021년 3월 11일, 7분 분량의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대륙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연예기획사 전(前) 에이전트 ‘바이 자오(Bai Xiao)’는 소셜 계정을 통해 가수 팡 마이랑(Pang Mailang)이 조현병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팡 마이랑은 3~4년 동안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130kg까지 몸무게가 늘어났다가 현재 80kg로 줄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고, 언제든지 타인을 해칠 수 있습니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지만, 치료비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레드 스타 뉴스’도 취재를 통해, 팡 마이랑이 2018년부터 정신적 문제를 겪었고,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식사도 거른 채 7~8일 동안 술만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한때 중화권에서 잘나가는 스타였던 가수, 팡 마이랑은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인생의 나락을 겪게 되었을까요.

팡 마이랑은 1984년 중국의 산시성 한중시의 외딴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주로 밭을 경작하거나 탄광에서 일을 했습니다. 팡 마이랑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기술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학자금을 마련하여 시안 외교 대학교(Xi'an Foreign Affairs University)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6개월 만에 학교를 중퇴하고, 집에 돌아와 농사일에 매달립니다.

팡 마이랑은 농사일을 하기엔 몸이 너무 약한 편이었습니다. 이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에, 광둥건설에서 노동자로 일합니다. 그러나 벽돌을 나르거나 전기공이 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팡 마이랑을 보며 ‘쓸모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죠.

2008년, 고향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여 도시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다행히 술집을 겸한 노래방에 취업하여 접시 과일을 자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월급으로 2천 위안(한화 약 35만원)을 받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일 할 수 있었습니다.

노래방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동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곤 했습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또한, 가수로서 성공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가수로서 성공하여 아무에게도 무시 받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일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오면 머릿속에 있는 가사를 노트에 적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춤을 보면서 몸동작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My Skate Shoes(나의 스케이트화)”라는 제목의 랩 가사가 완성됩니다. 거칠고 험한 길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과 같았던 자신의 인생 경험을 녹아낸 가사였습니다. 2013년, 자신이 쓴 가사에 비트 음악을 덧입혀줄 사람을 찾아 6천 위안(한화 약 100만원)을 들고 북경으로 갔습니다.

낮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한 음반사를 찾아다녔고, 밤에는 공원에서 노숙하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편곡자를 소개받아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의 노래에 매료된 기획사와 계약하여 음반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My Skate Shoes”는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곡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단조로운 비트에 랩 가사는 무심하면서도 웃기고,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촌스럽거나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입소문과 인터넷을 타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의 순박함과 순수함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2014년 중국 거리에는 “My Skate Shoes”노래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조회수에서 1천만회 이상을 기록했고, 많은 스타들이 이 노래를 SNS에 공유했습니다. 중국의 네티즌들도 이 노래를 패러디하거나 리메이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해, 음악 차트에서 10 Hot Songs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수많은 음반 판매 수입과 공연비를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방송과 공연에서 더 이상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소속사와 상의도 없이 계약을 해지하였으며 작별인사도 없이 모습을 감춘 것입니다.

그러다 2015년 ‘피플’ 매거진의 기자가 인터뷰 기사를 위해 그를 찾아 수소문 하던 중, 작은 호텔에 숨어 지내던 팡 망이랑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그는 부모와 형제의 사진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피폐화되어 있었습니다.

기자의 노트북을 부수고 던지며 기자에게 “이것이 빅스타를 대하는 태도인가?”라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그대로 잡지를 통해 기사로 실리자, 대중들은 그에 대해 비판적이고 비호감적인 태도로 변했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변한걸까요?

팡 마이랑은 음반을 발표하고 인기를 얻으면서 정신적으로도 균형을 잃게 되었습니다. 많은 방송국에서 그를 인터뷰하고 게스트로 섭외했습니다. 하지만, “지방 케이블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내 뮤직비디오 촬영에는 반드시 외국인 스텝들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습니다.

이후로도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첫 번째 곡인 “My Skate Shoes”의 큰 인기를 뛰어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후속곡인 “Old Metal”이란 곡은 팡 마이랑이 부른 원곡보다,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 한 곡이 더 유명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자존감은 더 낮아졌습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는 더 거만해 보이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었습니다. 그럴수록, 그의 불안감은 더 높아졌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공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정신적 상태는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속사에게 고소를 당하면서까지 활동을 멈추고 숨어 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피플’ 매거진의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기자에게 보인 그의 난폭한 행동으로 대중은 그를 더 멀리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팡 마이랑은 이대로 자신의 음악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름까지 글로벌하게 “Joseeh Punmanlon”로 바꾸고 새출발을 시도했습니다. 새로운 에이전트 '바이 자오(Bai Xiao)'는 새출발의 신호탄으로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물론, 대중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습니다. 팡 마이랑은 콘서트에 많은 관객이 찾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로 만족했습니다. 병원 치료와 콘서트 연습을 병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콘서트 당일 날, 팡 마이랑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은 단 7명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14명의 콘서트 경호원보다도 적은 숫자였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중국의 네티즌들은 그를 조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