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딸 조울증 낫게 하려다가 되려 무당에게 1억2000만 원 떼여"
"아내가 딸 조울증 낫게 하려다가 되려 무당에게 1억2000만 원 떼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7.14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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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청원게시판에 청원…“아내는 무당 저주에 두려워 굿 치러”
한 달만에 굿 4차례 하며 1억 넘는 돈 줬지만…뒤늦게 ‘사기’ 알아차려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통보…남편 “다시 수사해주길”

딸의 조울증을 낫게 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집을 찾았던 여성이 불과 한 달 만에 무당의 위협에 못 이겨 1억 원이 넘는 돈을 굿을 하는데 바쳤다는 내용의 청원이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더욱이 피해자는 무당을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오히려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고 통보했다.

지난 1일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피해자의 남편 A씨는 딸이 대학교에 입학한 20살 때부터 조울증(양극성정동장애)이 발병했고 그간 여러 차례 병원을 오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의 호전은 없었고 아내 B씨는 딸이 발병 4년이 지날 무렵 우연히 길을 걷다가 무당집을 보고 딸과 함께 점을 치기 위해 찾았다. 하지만 무당은 “딸이 신기가 있어 무당이 되지 않도록 굿을 해야 된다. 안 하면 당장 죽는다”고 겁박했다. 두려움을 느낀 B씨는 무당의 요구대로 굿을 치뤘다.

하지만 무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아버지가 구천을 헤매고 있어 굿을 해야 한다”며 다시 굿을 벌였고, 또 “딸이 오빠 등 가족을 죽일 것이고 그걸 막으려면 또 굿을 해야 한다”고 말해 그대로 따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4차례의 굿을 벌인 것이다.

B씨는 남편 A씨 몰래 굿 비용을 치뤘다. 모두 1억2000만 원이 들어갔다.

아내 B씨는 굿을 치른 한 달 후 혹시나 해서 주변에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지인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무당에게 고소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B씨는 무당에게 고소하겠다고 말했지만 무당은 1억2000만 원 전부 월세와 주변에 다 나눠져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아내가 (사기 당한 사실을) 남편인 제가 알면 큰일 날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있었다”며 “(그 기간) 딸은 지속적으로 재발해 2020년 10월까지 모두 11차례의 입·퇴원을 거듭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내가 사기당한 사실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딸의 전화를 받으면서 밝혀졌다. 딸은 A씨에게 B씨가 굿을 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굿 비용으로 한 500만 원 정도 쓰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 B씨는 굿을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무당에게 집사람이 사기를 당했으니 고소하겠으니 (고소를 피하려면) 1억2000만 원 중 8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무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A씨와 B씨는 경찰서에 무당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 과정에서 퇴원한 딸은 조울증 등 정신과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아파트 7층에서 투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딸은 하반신 마비가 됐고 현재 재활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A씨는 밝혔다.

하지만 올해 6월, 사건을 담당한 지방 검찰청은 무당의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정문을 우편으로 통보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한 달 사이에 굿 비용으로 1억2000만 원이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며 “심리적으로 약한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서 사기를 당한 게 확실한데 그런 사람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무당집을 찾아가 볼까 생각도 했지만 감정이 앞서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거 같아 계속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러면서 “보험도 하나 없이 다친 딸의 평생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돌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부디 다시 수사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부탁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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