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찍힌 정신장애인들…전국 212개 조례에서 공공시설 ‘정신질환자’ 이용 제한
낙인 찍힌 정신장애인들…전국 212개 조례에서 공공시설 ‘정신질환자’ 이용 제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0.0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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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자·정신병자’ 등 부정적 용어도 일부 조례에 담겨
이상헌 의원 “'공공시설 해칠 우려' 등 대안적 용어 사용해야”

전국의 공공시설 200여 개 조례에서 정신질환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공시설의 조례를 조사한 결과 총 212개 조례에서 이용을 제한하거나 이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견 조례가 적용되는 공공시설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도서관·박물관·테마파크 등 문화시설이 가장 많았다.

해당 조례들은 주로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들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아예 입장 자체를 금지하고 있었다. 일부 조례에서는 ‘정신이상자·정신병자·백치’ 같은 비하 용어를 사용한 것도 확인됐다.

이 의원 자료에 따르면 안동시 세계유교문화박물관 관리 및 운영 조례는 제8조에 ‘정신질환자 및 감염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북 상주시 밀리터리 테마파크 관리 및 운영 조례에는 이용 제한자 중 하나로 ‘정신병자’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서비스 주체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령 외에 조례 등 기타 하위법에서 ‘정신질환자’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하는 차별적 용어라는 평가다.

이 의원은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치료와 무관한 법령에서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부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치료와 무관한 영역에서 그 사람을 병명으로 부르는 것은 그 자체가 차별이고 낙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정신건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정신이상자, 정신병자, 백치 등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차별을 넘어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해당 조례의 대안으로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자’ 또는 ‘이용자 안전에 현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에 맞는 표현을 쓰고 누구나 차별없이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이 의원은 “선진국 어디에도 이런 조례나 법령은 찾아볼 수 없다. 인권을 존중한다고 외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대가 변한 만큼 하루빨리 이런 차별적 조례가 수정돼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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