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신장애인은 ‘미친놈’이면서 범죄자?...영화 '범죄도시2'의 정신질환 서사를 규탄한다
[성명서] 정신장애인은 ‘미친놈’이면서 범죄자?...영화 '범죄도시2'의 정신질환 서사를 규탄한다
  •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승인 2022.06.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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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범죄도시2에 대한 규탄 성명서 발표
정신병원 ‘탈출’한 정신장애인이 흉기로 시민 위협 장면 내보내
상영 중단 요청하기에 140개국에 상영돼 불가능...다만 영화 제작진 사과해야

지난달, 영화 <범죄도시2>가 개봉됐다. 이 영화 초반부에는 정신병원에서 일탈한 정신장애인이 도심에서 흉기를 들고 시민을 위협하는 장면, 그리고 경찰이 이 정신장애인을 주먹으로 제압하는 부분이 나온다. 정신장애 단체들은 이 구성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확대재생산했다며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발표한 규탄성명서를 싣는다.

이미지=범죄도시2 공식 홈페이지 포토 갈무리.
사진=범죄도시2 공식 홈페이지 포토 갈무리

영화 <범죄도시2> 누적관객이 2일 현재 750만 명을 넘어섰다. 곧 1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140여개 나라에 이 영화를 선판매했다고 한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이 영화의 판권을 사서 자국에서 상영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깊고 뜨거은 데 대해 한국인으로서 깊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다.

하지만 한 영화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모든 장면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풍경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신체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구성할 경우 장애단체가 항의할 것이고, 특정 지역을 위험한 곳으로 설정할 경우 그 지역에 사는 거주민들이 비판할 것이다. 또는 허구의 상황 설정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희화화되거나 배제될 경우 이는 다른 형식의 항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모두 정치투쟁의 의미를 가진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마포센터)는 이번 <범죄도시2>에서 정신장애인을 폭력적이고 위험한 캐릭터로 묘사한 부분에 대해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로서 항의하고 규탄하고자 한다.

이 영화 초반부에는 서울시 금천구 동네 슈퍼마켓에서 인질들을 가두고 칼부림을 하는 성인 남성이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이어 경찰 마석도가 나오고 후배 경찰이 마석도에게 상황을 보고하면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람”이라고 언급한다. 이어 마석도가 칼부림을 하는 남성을 주먹으로 제압한다. 이후 이 남성을 호송하면서 경찰 한 명이 칼부림을 한 남성을 향해 “미친놈”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정신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의료진단명 아래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들이었다. 정신질환이라는 병적 코드가 개입되는 상황은 늘, 사건사고와 연결돼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 정신질환자가 사람을 해쳤다, 혹은 사람을 폭행했다,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등으로 소비되고 소환되고 비난받는다. 그리고 담론의 최종 선택지는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응집된 광기의 동의들이 뒤따랐다.

영화 <범죄도시2>의 시나리오를 짠 사람이 이렇게 정신장애인을 묘사하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더 강화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구성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위험한 자’가 폭력을 행사하는데 거기에 가장 맞는 캐릭터가 정신장애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 묘사가 정신장애를 어떻게 낙인찍고 타자화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력자들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존재, 그게 정신장애인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미지로 풀어쓸 때 정신장애인의 손에는 칼이 들려져 있어야 하고 선한 시민들을 공격하는 존재로 규정된다. 한국 영화사에서 정신장애인이 주연이 돼 본 적도 없었고 특히나 대중이 정신장애에 대해 가진 편견과 신화를 해체하는 영화 구성 역시 없었다. 영화와 미디어에서 정신장애인은, 특히 조현병 당사자는 늘 범죄와 폭력과 등치돼 왔다.

문제의 그 장면에서 형사는 남성을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존재로 규정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통상 병원은 아픈 사람이 치료를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입원이 필요할 경우 당연히 의사 지시에 따라 병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 그가 병실을 떠나 의사의 동의 없이 병원을 나가 시장통을 돌아다닌다면 그 행위에 ‘탈출’이라고 쓸 수 있을까?

탈출이라는 용어는 엄밀히 말해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곳, 혹은 폭력과 규율이 일상화된 곳, 그러니까 감옥을 권력자 동의 없이 나왔을 때 우리는 ‘탈출’이라고 부를 수 있다. 군부대에서 역시 상관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나왔을 때, 이 역시 ‘탈영’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외과나 내과 전문병원에서 의사 허락 없이 걸어나왔다고 해서 그를 ‘탈출’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독 정신병원에서의 일탈적 걸어나옴에 대해서는 ‘탈출’이라고 호명한다. 정신장애인이 범죄인인가? 범죄와 관계 없이, 마음이 아파 입원을 해야 했던 정신장애 환자를 왜 사회는 범죄자와 같은 시선으로 해석하고 인용하는 것인가. 게다가 ‘탈출’한 정신장애인이 어느 지역에서 발견됐을 때, 언론은 이를 ‘체포’ 혹은 ‘검거’라고 적는다.

영화 범죄도시2 공식 포스터.
영화 범죄도시2 공식 포스터.

사회로부터 집단적 동의를 얻은 ‘정신병원에서의 탈출 서사’는 시민이 정신장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해석의 지점이 된다.

<범죄도시2>는 이 해석을 충실히 영화적으로 묘사했다.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을 탈출했다, 그는 흉기를 들었다,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하고 경찰에 의해 제압당한다는 이 진부한 서사는 굳이 영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충실히 번역되고 묘사되고 진행돼 왔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자들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영화를 만들 생각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신화를 영화에 적용할 때가 차라리 편하고 대중에게 더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위험성이 확대재생산되면 정신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지점은 점점 좁아진다.

그리고 저 칼을 들고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비이성적 존재들에 대해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 역시 던질 수 있다. 저들은 사람을 살해하는 존재들이다.

삼단논법으로 정신장애인은 흉기를 들고 사람을 살해하는 위험한 존재들이다라는 대전제와 그는 정신장애인이다라는 소전제, 그리고 그러므로 그는 살인자이자 위험하다는 결론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명확한 낙인의 문법으로 작동되는 논리다. <범죄도시2>도 이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충실한 묘사를 한 것이다.

우리 마포센터는 <범죄도시2>의 상영 중단을 요청하지는 않겠다. 그러기에 상황은 외국에 판권을 판매하는 등 너무 멀리까지 가 버렸다. 대신 이 영화가 가진 정신질환 신화에 대한 적극적 구성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을 집단적으로 한 번 더 타자화하는 부분에 대해 감독과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다시는 정신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편견을 재생산하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요청한다. 이는 정신장애인 단체인 마포센터가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에 대해 정치투쟁을 시작한다는 점을 알리는 성명이기도 하다.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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